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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김과장’ 남상미 “17개월 딸, 엄마가 연기자라는 것 알아요”

기사 등록 2017-04-1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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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이알이엔티 제공
[이슈데일리 전예슬기자] 2000년대 ‘얼짱’의 지평을 열었던 남상미. 그는 데뷔 전, 패스트푸드점인 ‘롯데리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남성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얼짱’으로 정평이 났다.

2003년 MBC 드라마 ‘러브 레터’로 데뷔한 남상미는 아름다운 눈웃음으로 남성은 물론, 여성까지 팬층을 넓히며 단번에 ‘청순’과 ‘단아함’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런 그가 변신을 꾀했다. ‘통쾌함’과 동시에 ‘걸크러쉬’까지 느껴지는 매력적인 캐릭터, 윤하경을 맡아 답답한 현 시국, ‘공감’이란 키워드로 막힌 가슴을 뻥 뚫어줬다.

기자는 13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스튜디오 apt에서 남상미를 만났다. 지난달 30일 KBS2 드라마 ‘김과장’ 종영 이후 쉼 없이 미디어 인터뷰와 밀린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그는 “끝난 것 같지 않다. 내일부터 스케줄이 없는데, 아직 ‘김과장’의 연장선인 것 같다. 헤어짐이 있어야 ‘끝났다’라는 느낌이 들 텐데, 헤어진 것 같지 않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과장’에 출연한 배우들은 드라마가 끝난 후 하나 같이 입 모아 말했다. 그것은 바로 ‘단합력’.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물론, 끈끈한 팀워크까지 자랑하니 드라마 촬영 내내 촬영장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배우들끼리 단톡방이 있어요. 애드리브 대사들이 많아 수월하게 일하기 위해 만든 방인데 저희끼리 수다 떠는 방으로 변모됐죠. (웃음) 다른 경리부 사람들이 부러워하더라고요. 저번 주 드라마가 끝나면서 강화도 여행을 갔는데 27명이 단톡방에 모두 모이게 됐어요. ‘김과장’에 출연한 사람들 모두 너무 좋은 사람들이에요.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고, 어떻게 이런 사람들을 모아놓을 수 있는지 감독님의 능력에 감탄했죠. 그냥 드라마가 만들어졌어요. 그게 힘이었던 것 같아요.”

▲ 사진=제이알이엔티 제공
남상미는 지난 2015년 결혼과 육아로 인해 공백기를 가졌다. 2014년 방송된 드라마 ‘조선총잡이’ 이후 브라운관 복귀를 한 그는 “‘김과장’의 대본을 봤는데 인물들이 생동감 있고, 메시지도 좋아서 결정하게 됐다”라고 작품 선택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급변하는 시대, 1년 이상의 공백만 가져도 대중들의 뇌리에서 잊어지기 십상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 공백을 깨고 대중 앞에 서기까지 고민은 없었을까.

“제가 제일 마지막에 합류했어요. 보통 남, 여주인공이 정해진 후에 차례대로 캐스팅되는데 저는 마지막이었죠. 인간적인 것에 끌렸어요. 대표님과 함께 대본, 시나리오를 놓고 얘기했는데 ‘저는 따뜻함에 끌려요’라고 말했어요. 장르적인 것, 연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따뜻한 인간미를 보여주고 싶었죠.”

대중들은 남상미를 청순하고 참한 이미지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호탕하고, 유쾌함이 넘치는 ‘반전’이 있는 배우였다. 그래서일까. 사랑스러움이 더욱 배가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하경이를 만났을 때 감독님에게 ‘감독님이 알고 계신 이미지가 아니에요’라고 말씀드렸어요. 한껏 뽑아가셨으면 좋겠다고 했죠. 영화 ‘불신지옥’에서 맡은 역할도 원래는 반항하는 캐릭터였는데 제가 캐스팅되면서 착한 여대생으로 바뀌었어요. 이 얘기를 듣고 감독님께서는 ‘그들만의 남상미가 있었나보네요. 우리는 남상미를 지우고 작업할게요’라고 하셨어요. 저도 많이 드러내고 싶어서 보여줬어요. 하경이 성격이 실제 제 성격과 가까워요. 오그라드는 것 싫어하고, 꾸미는 것 싫어하는 성격이죠.”

남상미의 솔직한 모습은 케이블채널 tvN 예능프로그램 ‘집밥 백선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동안 예능프로그램 출연이라고 하면 토크쇼에서만 볼 수 있었던 그였기에 ‘집밥 백선생’ 출연은 ‘신의 한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밖에서 일하다보니까 요리를 하려해도 기회가 없었어요. 자연스럽게 요리에 대한 관심도 없게 됐죠. 지금은 많이 늘었어요. ‘어깨너머로도 배울 수 있다’라는 게 드라마를 끝나고 나서 차근차근 배우니, 할 줄 알겠더라고요. 신기했어요. 백 선생님이 하는 것 그대로, 가볍게 접근하면 되니까 가능했던 거죠. 신랑에게 게살스프와 오삼불고기를 해준 적 있어요. 칭찬에 인색한데 맛있다고 다 먹어주더라고요. 요즘은 ‘요리한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고 있어요. (웃음)”

모든 사람들에게는 다 시기가 있다. 남상미 역시 ‘김과장’과 ‘집밥 백선생’ 출연은 타이밍이 좋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연기는 자신의 ‘운명’이라고 말했다.

▲ 사진=제이알이엔티 제공
“확실히 원래 하던 일이니까 복귀가 편했어요. 결혼과 육아생활은 매일 매일이 처음인 순간이 많아요. 이런 경험이 쌓여서 배우 생활 하는데 좋은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주변에서도 ‘언제 작품해?’라고 많이 물어보셨어요. 저는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게 연기에요. ‘이만큼 매력 있는 직업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기는 저의 하나의 몸과 같아요. 딸도 17개월 됐는데 엄마가 연기자라는 것을 알아요. 떨어지기 싫어서 울지도 않고 힘들게 하지 않아요. ‘연기는 역시 나의 운명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업이 배우이다 보니, 모든 일을 배우의 시선으로 봐요. 20대 때 배우라는 직업으로 살았다면, 2년 6개월의 공백은 남상미라는 역할로 살았죠. 그래서 새로운 역할이 왔을 때 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나 봐요.”

20대, ‘얼짱’ 수식어를 가졌던 남상미. 30대에 접어든 그는 더욱 찬란한 인생의 막을 열고자 한다. ‘얻고 싶은 수식어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남상미는 “인간적인 배우”라고 답했다. 그가 그리는, 그리고 보여주고 싶은 인간적인 배우는 어떤 모습일까.

“인간적이고 진정성 있는 배우는 항상 가져가고 싶은 타이틀이에요. 진정성을 이길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아요. 꾸밈없는 것을 좋아하죠. 기왕이면 좋은 에너지를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어요.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요. ‘남상미’라는 사람을 생각하면 힘들 때 찾으면 좋은 사람, 그런 사람이고 싶어요.”

그의 바람이 통한 것일까. 동료배우들은 남상미를 향해 ‘기분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와준다’라고 말했다. 이 말의 뜻을 알 것 같았다. 실제로 남상미는 기분 좋은 에너지를 마구 뿜어내는, ‘활력소’ 같은 사람이었다.

“윤하경이란 역할이 사실 어려워요. 접근하기도 어렵고 자칫하면 죽을 수 있는 캐릭터였죠. 작가님과 감독님께서 죽지 않게 잘 살려주셨어요. ‘우리 하경이는 흰쌀밥이야’라고 하셨는데 ‘아, 이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김과장’에서 이 사람들을 만나게 해줘야 하구나라는 생각. 어떤 선배님은 ‘JSA 공동경비구역’에서 이영애 선배님 역할이 어려울 수 있는데 그런 포지션 같았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감사했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에 대해 연연하지 않아요. 제가 살아야지 보다, 베이스로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2년 6개월의 공백도 저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자 인간 남상미로 살게 해준 시간이었어요. 많이 내려놓게 됐고, 두려움도 없어졌죠. 긴장감은 분명히 있지만, 스태프, 배우, 환경, 촬영하는 분위기는 제가 할 수 있으면 좋게 끌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장에 오니 신나서 연기했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이야기 ‘김과장’. 그렇기에 시청자들에게도 진심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 속엔 남상미가 서있었다. 어느 한 캐릭터만이 아닌, 모두가 돋보일 수 있도록 발판이 되어준 남상미. 앞으로 그가 대중 앞에 설 모습은 다양하다. ‘진정성을 가진 배우’라는 수식어로 다음을 보여줄 남상미에게 기대가 모아진다.

“큰 욕심 부리지 말자라는 주의를 가지고 있어요. ‘김과장’을 통해 저 스스로도 ‘나 이렇게 연기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구나’를 느꼈죠. 남상미라는 배우가 있다는 것, 메시지와 감동을 줄 수 있는 배우가 있다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예슬기자 jeonys02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