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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유리정원’ 문근영, 특별하지 않아 특별한 연기

기사 등록 2017-10-26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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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이슈데일리 김윤기자] 문근영이 스크린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주연으로는 무려 11년 만이다. 아역 배우로 시작해 ‘국민 여동생’이라는 수식어로 기억되고 있는 문근영은 벌써 데뷔 18년 차 베테랑 배우가 됐다. 그동안 브라운관, 스크린, 무대 등 다양한 곳에서 활발한 연기 활동을 펼쳤던 문근영이 이번엔 순수와 광기, 두 얼굴을 가진 재연으로 관객들을 찾아온다.

숲 속의 ‘유리정원’에서 살며 미스터리한 사건의 중심에 선 재연 역으로 분한 문근영과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나 영화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이 작품을 내가 해야겠다’, ‘하지 말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읽는데 재연이가 무슨 마음인지 알겠는 거예요. 그래서 ‘이건 되게 해보고 싶다’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문근영은 영화에서 숲 속의 유리정원에서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 ‘녹혈구’를 연구하는 과학도 재연 역을 맡았다. 그는 조금은 이상하게 보일 수 있는 재연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거나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은 없었다고 말한다.

“그냥 직감? 그런 느낌으로서는 뭔지 알 것 같았어요. 해소되지 않는 부분들은 감독님이랑 얘기하면서 나중에 머리로 이해했던 과정이 있기는 했지만, ‘이해가 안돼~’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하나도 없었어요.”

▲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앞서 말했듯이 재연은 순수하지만 광기어린 모습으로 섬뜩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관객들이 그런 재연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공감하기란 쉽지 않다. 문근영은 그런 재연에게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특히 노력했다고 전했다.

“제가 이해하고 공감한 것을 남한테 표현할 때 내 식대로, 내가 이해한 것 그대로 표현 할 수도 있지만 그걸 남한테 이해와 공감을 얻으려면 그 사람의 방식도 이해해야 하잖아요. 나는 이렇게 공감했는데 이 자체로 모든 걸 다 써서 어느 정도까지 표현해야 내가 이해하고 공감한 수준까지 표현할 수 있을까. 어떤 연기든 그게 제일 어려워요. 재연은 특히 그 부분에 더 신경을 썼어요.”

문근영은 재연 같은 상황에 처해졌을 때, 자신을 괴롭게 하는 상황에서 멀리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재연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재연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는 아니었을까.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처음에는 재연과 문근영으로서 만나지만, 작품을 하고 나면 문근영과 재연이 구분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재연도 존재하지만, 그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사실 저니까요. 재연이 발현될 수 있었던 건 저의 모습에서 뭔가를 썼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유리정원’의 재연은 그동안 문근영이 보여줬던 이미지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신수원 감독과 상의 끝에 기존에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길게 길렀던 머리도 잘랐다고.

“제 기준에서 보면 크게 다르거나 특별한 의미가 있지는 않아요. 다들 보시고 달라졌다고 해서 의아했어요. 저는 그냥 늘 그랬듯이 재밌고 잘하고 싶은 캐릭터를 선택했던 것뿐이고, 재연이도 그런 캐릭터 중 하나였어요.”

▲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문근영은 지난 2월 급성구획증후군 진단을 받고 세 차례에 걸친 수술을 받았다. 갑작스런 발병으로 출연하고 있던 연극에서도 하차했다. 촬영은 진단을 받기 전 모두 마쳤지만 개봉이 늦어지며 의도치 않게 복귀작이 됐다.

“빨리 나아야겠다. 그 생각을 가장 많이 했어요. 크게 아파본 적도 없고 되게 건강한 편이었어요.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더 심해지기 전에 약을 먹고 건강관리를 하는 편이라 병원이랑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예상도 못했던 순간에 병원 신세를 지니까 그게 괴로웠어요. ‘빨리 낫고 싶다.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계속 생각했어요.”

문근영은 완치까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나아져서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연기 생활에 지장도 없을 거라는 말도 했다. 큰 병을 앓고 나면 삶에 대한 가치관도 변하기 마련이다. 문근영은 아프고 난 후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하려고 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포기하고 접어버렸던 게 후회가 되더라고요. 못해본 삶이 욕심이 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는 내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포기하지 말고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문근영은 ‘유리정원’이 연기 인생에 특별한 포인트가 되진 않는다고 한다.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다 똑같이 애정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아직 차기작은 계획이 없다는 문근영이 똑같은 애정으로 보여줄 앞으로의 작품들이 기대된다.

김윤기자 kyun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