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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암전', 서예지 "지금까지 고생했고 앞으로도 고생해라"

기사 등록 2019-08-2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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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지가 '암전' 인터뷰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킹엔터테인먼트
[이슈데일리 김혜린기자]‘구해줘’, ‘감자별’에서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배우 서예지가 2019년 첫 공포영화로 돌아왔다. ‘암전’에서 광기어린 신인 감독 미정 역을 맡은 서예지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연기를 선보이며 또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구축해냈다.

‘암전’은 최고로 무서운 공포영화를 만들겠다는 꿈을 가진 두 영화감독의 비틀린 열망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다.

본지는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서예지와 ‘암전’에 대한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서예지가 ‘암전’에 참여하게 된 것은 시나리오 보다 감독의 힘이 컸다. 김 감독의 확신을 보고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고.

“사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확 끌린다는 느낌은 못 받았어요. 그러다 캐릭터를 봤는데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죠. ‘공포 영화인데 공포 영화를 찍고 싶어하는 감독? 독특하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궁금해서 감독님을 뵀는데 굉장히 독특하시더라고요. 또 미정이라는 캐릭터를 깊게 생각하시기도 하고 확고함도 느껴져서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극 중 초췌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생얼로 촬영해야 했던 서예지. 여배우로서 부담감도 있었을 터. 하지만 서예지는 영화를 위해서라면 괘념치 않는다며 프로다운 모습을 보였다.

“맨 얼굴과 다크서클, 주근깨, 안경 같은 외적인 것들은 감독님의 아이디어에요. 김진원 감독님이 뿔 테 안경을 쓰고 검정 티셔츠를 입고 계시는데 감독님이 그런 모습을 하고 싶어 하셨어요. 저는 그 안경에 도수를 넣고 싶었고, 안경을 썼다가 올렸다가 하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었고요. 시력이 마이너스인데 평소에 렌즈도 안 끼거든요. 적응돼서 괜찮아요. 렌즈를 끼면 클로즈업 했을 때 렌즈 느낌이 나는 게 싫더라고요. 실제 제 눈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렌즈를 끼고 촬영한 적인 단 한 번도 없었어요. 한 번은 카메라가 너무 멀리 있어서 촬영 감독님한테 걸린 적이 있어요(웃음). 영화에 구르고 넘어지는 장면이 많아요. 실제로 아프기도 했고요.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서 고생 많았다고 눈물이 많이 났던 것 같아요.”

‘구해줘’부터 ‘암전까지’. 서예지는 공포스릴러 장르를 좋아할까.

“저 공포스릴러 좋아해요. 귀신 나오는 것보다는 스릴러 쪽 영화를 좋아해요. VOD로도 소장해요. ‘오펀 천사의 비밀’, ‘악마를 보았다’, ‘더 넌’ 등을 좋아해요. 희열 보다는 스릴을 느끼죠. 깜짝깜짝 놀라는 것보다 심리적인 부분을 좋아해요. 영화를 보면서 연기적으로 배우는 것도 있고요. "

▲ 서예지가 출연한 영화 '암전'은 절찬 상영 중이다/킹엔터테인먼트
극 중 귀신소리는 서예지가 직접 녹음한 목소리였다. 지금껏 들어본 적 없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일부러 목을 긁어 쇳소리를 내기도 했다.

“아무 생각 없었어요. 감독님이 원하신 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기괴한 소리였어요. 뭘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면 저도 모르게 다른 것들을 따라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거의 목을 조르면서 소리를 냈죠. 쉬는 텀 없이 2시간 정도 녹음했어요. 일부러 물도 안마시고 쇳소리도 내고 다양한 소리를 내려고 노력했어요. 기계적인 힘을 빌리지 않은 제 생 목소리예요.”

미정이라는 캐릭터에 깊이 몰입했기 때문일까. 서 배우는 촬영을 하면서도, 심지어 끝나고도 가위에 자주 눌렸다.

“촬영 하면서 매번 눌렸어요. 스릴러를 찍으면 어쩔 수 없이 매번 눌리는 것 같아요. 계속 귀신도 봐야 하고 감정적으로도 깊게 빠져 있고, 매번 그 상황 속에 있으니까 가위를 많이 눌렸어요. 촬영이 끝나고도 눌릴 정도였어요. 캐릭터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서는 다음 작품이 중요했죠. 다른 취미생활이 있는 것도 아니고 활동적이지도 않아요. 그래서 지금까지 쉴 틈 없이 열일 한 것도 다음 작품에 의존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집순이’ 서예지는 밖에서 노는 것보다 혼자 집안에서 충전하는 시간을 더 좋아했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요. 안 나가다 보니까 놀지도 못하고 친구도 소수 밖에 없어요. 또 친구들은 직장인이고요. 혼자 밖에서 놀 수 없으니까 집에서 놀아요. 오히려 밖에 나가는 게 부자연스럽더라고요. 집에서 혼자 영화 보거나 커피 마셔요. 커피 중독이에요(웃음). 어느 날은 시간이 너무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비누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천연을 좋아하고 생얼로 많이 다녀요. 그래서 비누 만들면서 지내고 여행도 엄청 좋아해요. 작품이 끝나면 항상 태국이 가고 싶다고 하는데 맨날 비행기 티켓, 호텔만 검색해요. 근데 볼 때마다 성수기여서 때를 못 맞추겠어요(웃음). 시간도 없기도 했고요. ‘암전’ 끝나고 5일 뒤에 바로 ‘양자물리학’ 들어갔거든요. 너무 바빴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스태프들이랑 태국으로 함께 여행 간 거예요. 함께 고생했던 스타일리스트랑 푸켓을 다녀왔어요.”.

최근 어두운 분위기 작품을 위주로 출연했던 서예지의 작품 선택 기준은 무엇일까.

“스케일의 크고 작음은 안 봐요. 대신 캐릭터가 저에게 유독 독특하게 끌리는 느낌이 있어야 해요. 모든 작품에서 완벽하게 끌렸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감독님이 쓴 캐릭터와 시나리오가 명확해야 끌려요. 조금이라도 갸우뚱 하면 서로에게 헷갈려요. 김진원 감독님도 ‘암전’에서 미정에 대한 캐릭터가 확고했거든요. 그래서 끌렸어요. 실제로 촬영장에서도 딜레이 없이 완벽하게 촬영도 마쳤고요.”

극 중 뛰고 달리는 신이 많다보니 부상도 당연히 따라왔다. 하지만 부상도 분장처럼 극복해내는 그는 ‘천상 배우’였다.

“체력적으로 너무 힘든 액션 연기를 하다 보니까 힘이 다 빠졌어요. 기력이 없는 상태로 목욕을 하다가 뒤로 미끄러졌어요. 다행히 머리는 안 다쳤는데 다리를 다쳤어요. 다음 날 촬영할 때 감독님한테 다리를 찢자고 했어요. 그래서 절뚝거리는 연기를 생동감 있게 잘 해냈던 것 같아요.”

▲ 배우 서예지가 '암전' 인터뷰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킹엔터테인먼트
이번 작품으로 진선규와 처음 연기호흡을 맞춘 서예지는 입이 마를 정도로 그의 칭찬을 이어갔다.

“너무 좋았고 친남매 같은 느낌이었어요. 첫 만남 때도 그렇고 먼저 다가오셔서 팬이라고 같이 연기하고 싶었다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감동이었죠. 저도 오빠랑 작품 해보고 싶었거든요. 처음부터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스틸 사진 찍을 때 마저 너무 웃어서 걱정될 정도였어요. 진선규 오빠의 매력포인트는 이질감이 없다는 거에요. 다른 작품에서도 이질감이 없었어요. 오빠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올해로 서른이 된 서예지. 서 배우에게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배우로서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는 것이었다.

“서른이 안 되면 몰라요. 그런데 서른이 되니까 보는 시야가 달라지더라고요. 사람이 자신의 나이를 인식하다 보니까 뭔가를 바꾸는 것 같아요. 20대 때는 20대의 시야로 세상을 보는 거고, 30대 때는 30대의 시야로 세상을 보는 거죠. 30대에는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체력적으로 힘들거든요(웃음). 요즘 굉장히 많은 것을 먹어요. 도라지 같은 거요(웃음). 나이를 먹을수록 매년 달라진다는 말이 이제 좀 공감이 돼요.”

지금까지의 서예지에게는 고생했다, 앞으로의 서예지에게 고생해라. 라고 말해주고 싶다는 서 배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달려 나가는 그는 미래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성장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지의 ‘서예지’ 고생했고 앞으로 나아갈 ‘서예지’에게도 고생하라는 말 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 하고 싶고요.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 같아요. 고생해서 얻는 모든 것들이 굉장히 보람되는 것 같아요.”

김혜린기자 gpfls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