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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60일, 지정생존자’ 지진희 “학창시절 남자한테 인기 많았다”

기사 등록 2019-09-0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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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지진희가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종영 인터뷰 사진 촬영을 진행했다/이끌엔터테인먼트
[이슈데일리 황고은기자]"저 원래 남자들한테 인기 많았어요. 학창시절에 남자들한테 편지도 받고 그랬어요.”

본지는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지진희를 만나 tvN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종영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지진희는 극중 대통령 권한대행 박무진 역을 맡았다. 박무진은 데이터와 근거 중심의 과학적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이다.

원작인 미국 드라마 ‘지정, 생존자’를 재밌게 봤다는 박무진. 리메이크 소식과 함께 한국인들의 정서에 잘 맞을지 불안했지만, 그는 대본을 본 순간 모든 걱정이 싹 사라졌다.

"원작을 너무 재밌게 봤어요. 이런 드라마가 우리나라에서 한다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너무 하고 싶은 멋진 캐릭터였어요. 다만 한 가지, ‘가능할까?’ 의심했던 게 테러 장면이에요. 우리나라에서 ‘폭파’, ‘테러’는 익숙치 않은 단어잖아요. 그 부분이 시청자에게 공감이 될까 걱정했어요. 그 전에도 리메이크 작품을 두 세개 했지만 쉽지 않았어요. 작가들이 너무 길다고 울다시피 이야기하더라고요. 걱정하면서 대본을 4회인가 6회까지 받아봤는데 진짜 잘 썼더라고요. 재밌었어요. 모든 걱정이 대본 받는 순간 사라졌어요.”

‘60일, 지정생존자’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열린 결말로 끝이 났다. 마지막회 대본이 비밀리에 오가던 터에 지진희는 결말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고.

"결말을 모르고 있었어요. 마지막회 대본은 철저히 비밀이었어요. 나름대로의 상상을 해봤죠. 저는 아무래도 제 위주로 생각을 하겠죠. 좀 멋지게 끝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대통령으로 끝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 떨리는 마음으로 들어가서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박무진 대행입니다. 수락 해주실 겁니까’ 라고 말하잖아요. 이 사람들이랑 같이 했으면 싶었죠.”

리더 연기를 한 지진희가 생각하는 ‘좋은 리더’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잠시 동안 생각에 잠긴다.

"제가 실제 대통령이 아니고 그런 역할을 맡았지만요. 감독님이 좋은 리더라고 생각해요. 최고였어요. 배려하고 다 들어줬어요. 홍콩 영화 ‘퍼햅스 러브’를 중국에서 찍은 적이 있어요. 어마어마한 감독이 의상 감독을 하시고, 조연출도 감독이었어요. 각자 위치에서 일을 열심히 했는데, 수평 구조더라고요. 감독님이 물도 따라주고 의자도 빼주더라고요. 촬영도 100일에서 몇 년 이상 하는 분도 있었어요. 현재는 시대가 많이 바뀌었죠. 예전에 그런 모습들을 봤기 때문에 안타깝게 생각했어요. 지금은 누구나 똑같다고 생각하는 수평구조의 생각을 갖고 있는 리더였으면 좋겠어요.”

권한대행 역할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지진희. 혹시라도 한 곳에 치우친 사고방식을 갖게 될까 하는 노파심에 다른 캐릭터를 참고하면서 연기하지 않았다.

"권한대행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가운데 중심에서 절대 어느 쪽에도 치우치면 안되는 인물이에요. 정치를 하고 있지만 정치를 하는 모습이 아니어야 해요. 그래야 이 드라마가 잘 끝나라 수 있어요. 만약에 한 쪽으로 치우쳐졌다면 너무나도 편향된 드라마였을 거에요. 주변에 편향된 사람들이 있어요. 하지만 박무진은 처음부터 끝까지 법과 원칙, 제도, 데이터를 갖고 가야 하는 사람이어야 해요. 결국 권한대행 대통령이 중요한 게 아니었죠. 그래서 그런 걸 고민하진 않았어요. 절대 치우치지 않고, 결국 모두의 인정을 받게 되죠.”

그는 가장 좋았던 대사로는 ‘제가 있는 위치에서 제 할 일을 할 뿐입니다’를 꼽았다.

"이 대사가 가장 좋았어요. 모두가 각자 위치에서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면 세상이 평화로울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선 박무진과 제가 닮은 것 같아요. 제가 정치에도 관심이 없어요. 저는 제 할 일에만 관심이 있어요.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잘 해야한다고 봐요.”

‘60일, 지정생존자’은 신인 배우들의 기회를 열어준 작품이기도 하다.

"너무 기쁜 일이에요. 그들이 스스로 빛날 수 있게 해 주고 싶었어요. 그 친구들도 이런 현장이 처음이었을 거에요. 신인에게도 기회를 줘야겠다 싶었죠. 처음 만났을 때 ‘너희들 하고 싶은 것 다 하라’고 말했어요. 당황하더군요. 허준호 선배도 열어줬어요. 친구들이 ‘이거 어때요?’ 하면서 준비해오더라고요. 아마도 그들에게 그런 즐거움이 있었기 때문에 책임감을 더 느꼈을 거에요. 이 중에 많은 스타들이 나올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작품이 더 특별해요."

▲ 배우 지진희가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종영 인터뷰 사진 촬영을 진행했다/이끌엔터테인먼트
지진희는 ‘60일, 지정생존자’ 이후 젊은 팬이 늘어나게 됐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어때요, 부러워요? (웃음) 제가 맡은 역할들이 멋잇었던 것 같아요. 이번 드라마는 남자들이 많이 봤더라고요. 남자들이 간절히 바라는 모습이 보여졌나 봐요. 원래 남자들한테 인기 많았어요. 학창시절에 남자들이 저한테 편지 쓰고 그랬어요. 저도 되게 좋아했던 선도부 선배가 있었는데, 너무 멋잇었던 기억이 나요. 어떤 사건을 해결하는 것을 보고 정의로운 것 같았죠. 남자들은 그런게 있어요.”

지금까지의 연기 인생을 돌아볼 때면, 그는 2년 동안 일이 없었던 시절을 회상하곤 한다. 그럼에도 그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올라갈 일 밖에 없다는 희망 하나였다.

"지금 현재가 중요해요. 현재가 미래가 된다고 생각해요. 과거가 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죠. 그 모든 것들이 이렇게 충실하게 인터뷰하는 이유에요. 그래야 또 다음에 만났을 때 신뢰가 생기는 것 아니겠어요? 한 번에 높이 올라가는 걸 주의해야 해요. ‘연기와 실력은 비례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인맥도 없고, 그렇다고 누구한테 비비는 것도 못하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한 가지 장점은 바닥이었다는 거에요. 올라갈 일 밖에 없다는 거죠. 2년 동안 일이 없었지만 박광수 감독을 만나부터 내게 할 일이 있을 수 있겠다는 약간의 희망이 있었어요. 하나하나 조그만 것부터 해보니 실수한 것도 있더라고요. 쉬고 있던 2년 시간이 좋은 시간이었어요. 내가 연기자로서 가능성이 있는지를 생각한 시간이었죠.”

트렌디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지진희. 자만하지 않고, 여전히 부족하다는 마음가짐은 그를 발전하게 했다.

"물건을 보면 내부구조가 다 보여요. 분해조립이 어릴 때부터 취미였어요. 뭐든 만들 수 있다는 게 행복해요. 늘 제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을 거에요. 연기 패턴은 조금씩 바뀌고 트렌드가 있더라고요. 어떤 영화는 이번 주에 개봉을 했는데도 촌스러운 연기가 있고, 100년이 넘었는데 트렌디한 연기가 있어요. ‘이게 뭘까?’ 싶었어요. 그걸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촌스럽지 않고 질리지 않는 게 뭘까 싶어요.”

많은 사람들은 지진희를 보고 선하고 착한 인상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그가 싸이코패스처럼 극악무도한 악역을 맡는다면 어떨까.

“제가 가서 아무 표정 없이 쑥 쑤시면 그것처럼 잔인하고 무서운 게 없다고 생각해요. 모든 게 선입견인 것 같아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선입견들에 바탕을 둔 악인들이 많이 나왔지만, 주변에 보면 험상궂게 생긴 것 보다 멀쩡하게 생긴 사람들이 더 무서운 사람이 많더군요. 극악무도한 싸이코패스 연기 해보고 싶어요. 대신 작품이 재밌어야 해요.”

어느 덧 올해로 나이 49세가 된 지진희. 후배들이 우러러보는 베테랑 배우로 거듭났지만, 그는 언제나 겸손한 태도를 잃지 않고 부족함 점을 생각하며 발전을 꾀한다. 미국에 브래드 피트가 있다면, 한국에는 지진희가 있다. 그의 50대 모습은 얼마나 더 빛이 나고 멋있어질지 왠지 기다려진다.

"나이 들수록 멋지게 늙는 비결이요? 비결이라고 이야기하면 인정하고 넘어가는 게 되겠네요. (웃음) 브래드 피트 같은 헐리웃 배우들이 너무 멋있더라고요. 나이를 보면 깜짝 놀랄 정도에요. 다들 배우들이 톱을 찍는 나이가 30~50대더라고요. 우리는 20대 때 반짝하고 사라지는 시대잖아요. 결혼하면 끝이고 연애도 몰래 하잖아요. 저도 이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지금은 빛이 날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꿈은 이루면 할 일이 없어지잖아요. 앞으로 10년 후엔 더 빛이 날 것 같아요. ”

황고은기자 sukidayo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