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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타짜: 원 아이드 잭', 박정민 "스스로를 폄하하는 편"

기사 등록 2019-09-0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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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민이 '타짜: 원 아이드 잭' 인터뷰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롯데엔터테인먼트
[이슈데일리 김혜린기자]함께 작품 했던 모든 배우, 감독들이 극찬한 배우. 바로 박정민이다. ‘타짜’의 세 번 째 시리즈 ‘타짜: 원 아이드 잭’에서 주인공 도일출 역을 맡은 박정민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반전 매력을 선보이며 또 하나의 빛나는 커리어를 쌓았다.

본지는 최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박정민과 ‘타짜: 원 아이드 잭’ 인터뷰를 진행했다.

‘타짜: 원 아이드 잭’은 인생을 바꿀 기회의 카드 ‘원 아이드 잭’을 받고 모인 타짜들이 목숨을 건 한판에 올인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만큼 ‘타짜’ 시리즈 3편에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부담감이 당연히 따랐을 터.

“사실 촬영하면서 그런 걱정을 많이 덜었어요. 촬영하면서 다 같이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해서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어요. 오히려 영화가 대중들에게 내놓아졌을 때 부담이 많이 되네요. 그래서 지금 긴장되고 고민되고 그래요. 그래도 이 정도로 많이 배웠던 현장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감동적이었어요.”

기존의 ‘타짜’ 와 달리 박정민이 뽑는 ‘타짜: 원 아이드 잭’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기존의 타짜와 가장 크게 변화된 부분은 현실성이라는 것이에요. 현실에 있을 법한 사람이 주인공이 돼서 겪어 나가는 드라마잖아요. 사건들은 일상생활에서 보기 힘들지만 어떤 사건으로 빨려 들어가는 한 명의 고시생이 주인공이에요. 어떻게 보면 현재 우리의 세상과도 많이 비슷해요. 타짜가 갖고 있는 브랜드를 기반에 두면서 팀플레이 등과 같은 차별성을 두기도 했어요. 그런 부분들이 꽤 유쾌하고 재밌었어요. 이런 부분들을 내세 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도일출이라는 캐릭터에서 열등감을 느꼈다는 박정민. 그랬기 때문에 더 도박판에 빠져들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도일출은 열등감이 굉장히 심한 친구예요. 그런데 물려받은 피 때문인지 카드를 몇 번 치다보니까 도박에 재능이 있음을 알잖아요. 그렇게 재미를 느끼고 재능을 체크해 나가는 거예요. 그런데 일출이가 하고자했던 공무원 쪽은 너무 불공정한 시대라는 생각이 들었겠죠. 일출이는 ‘흙수저’를 대변해요. 그렇게 본인의 열등감을 포커판에서 채우려는 인물이기도 하죠. ‘카드 일곱장 들고 치는 건 금수저 흙수저 똑같다’라는 대사만 봐도 공정하지 않은 시대에 열등감, 분노를 가진 친구라는 것을 단숨에 알 수 있어요.”

▲ 박정민이 '타짜: 원 아이드 잭' 인터뷰 사진 촬여을 진행하고 있다/롯데엔터테인먼트
촬영 전 박정민은 류승범에게 편지를 썼다. 그 편지는 일종의 ‘팬 레터’ 같은 것이었다.

“100퍼센트 자의였어요. 같이 영화를 찍고 싶다는 내용은 아니었어요. 팬 레터였죠. ‘당신을 보며 영화배우를 꿈꿨던 한 아이가 배우가 됐다’ 라는 식의 내용이었어요. 제가 어떻게 감히 선배님께 영화를 같이 하자고 편지를 보내겠어요. 그건 정말 건방진거죠. 승범 선배님은 제가 정말 존경하던 배우였기 때문에 그 마음을 전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승범 선배님이 저를 처음 보셨을 때 꼭 안아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류승범에 대한 극찬을 계속됐다. 실제 촬영 당시에도 류 배우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는 박정민에게 류승범은 선배이자 스승이었다.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좋은 선배였어요. 모든 선배님들이 다 그렇지만 사실 다가가기가 어려워요. 괜히 ‘제가 말을 많이 했다가 실수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에 눈치가 많이 보여요. 그런데 승범이 형은 먼저 다가와주셨어요. 그 이후로는 제가 졸졸졸 쫓아다녔죠. 점심 시간 끝나고 산책 갈 때 같이 따라가고 그러면서요. 승범 선배님한테 배운 부분도 굉장히 많아요.저에게는 기둥 같은 존재였어요. 형이 이 영화를 하신다고 했을 때부터 저에게 지원군 하나가 생기는 느낌이었죠. 실제로 만나보니까 더 큰 힘이 돼주셨던 것 같아요.”

권오광 감독과 같은 학교 출신인 박정민은 이미 권 감독의 자자한 명성을 들어왔다.

“전작 ‘돌연변이’는 영화가 만들어지기 전에 시나리오를 먼저 봤었거든요. 그런데 누가 썼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영화 보면서도 너무 좋았고요. 그리고 같은 학교 출신이라서 감독님 이름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죠. 촬영할 때 만나서 이야기 하다 보니까 이분도 저랑 비슷한 감성들을 갖고 있더라고요. 상업영화를 찍으면서도 독립영화를 찍고 싶다는 의견을 표명하신다거나 한 부분이요. 이 분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은 의지가 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더욱 힘이 됐어요.”

사실 박정민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고사했었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주변 사람들이 만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타짜3’를 놓을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시나리오 때문이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가 일단 너무 재밌었고 ‘내가 타짜를?’이라는 마음도 있었어요. 감독님을 만나 뵙기 전까지는 시나리오로만 판단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제가 도전해볼만한 가치가있는 영화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거기서 약간 에로사항이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안한다고 했죠. 주변에서 너무 말렸죠. 그런데 후회가 너무 되더라고요. 다시 연락해서 보류했죠. 제 자신을 돌아봤어요. 해보니까 후회는 정말 없어요. 다들 최선을 다해서 찍었고요. 그 어떤 현장보다 감동적인 현장이었어요. 다들 너무 이 영화를 최선을 다해서 찍으려고 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어요. 저는 저만 ‘타짜’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고 착각을 했는데 소품팀 막내 미술팀 막내까지도 영화를 잘 찍으려고 하더라고요. 다들 짐 하나씩 어깨에 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번도 큰 소리 나지 않고 열심히 해내는 것이 너무 감동적이었죠. 아마 오랫동안 잊지 못할 현장이 될 것 같아요.”

▲ 박정민이 '타짜: 원 아이드 잭' 인터뷰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의 피아노 연주, ‘변산’의 랩 실력 등 매번 놀라운 연기로 관객들에게 극찬을 받은 박정민은 이번에도 완벽한 타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7개월 간 카드 연습을 했다.

“완벽하게 해내려고 하는 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관객으로서 영화를 봤을 때 배우가 직접 해내는 데 또다른 카타르시스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영화가 재밌으면 큰 차이는 없지만 어쨌든 배우가 해냈을 때의 관객이 얻는 쾌감은 조금이라도 차이가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런 것 때문에 제가 그 부분에 시간 투자를 하는 거죠. 사실 그리고 많은 배우분들이 그런 노력을 다 하고 계세요. 그런데 제가 특히 전면에 나오는 영화를 찍다보니 제가 미친 듯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인식된 것 같아요. 부끄럽네요. 사실 모두가 그런 노력을 하고 계세요.”

영화 ‘파수꾼’부터 ‘그것만이 내 세상’, ‘변산’ 등 다수의 흥행작 커리어를 보유한 박정민. 그에게 재밌는 시나리오를 선별할 수 있는 특별한 눈이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제가 전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냥 재밌으면 할 뿐이에요. 그때 그때 재밌다고 생각이 들거나 제가 보고 싶다는 영화에 출연하려고해요, 메시지가 있는 영화에 출연하는 것도 좋아해요. 기준은 항상 달라지는 것 같아요. 말 그대로 역할이 좋은 작품들이나 기본적으로 시나리오가 재밌는지가 중요해요.“

‘쓸만한 인간’이라는 책을 출판했던 박정민은 ‘글’의 무서움을 깨달은 이후 섣불리 책을 쓰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글은 계속 써요. 그치만 남한테 보여주는 글을 안 써요. 앞으로의 계획도 전혀 없어요. 남한테 보여주는 글을 쓴다는 것이 너무 무서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제가 조심하지 않고 썼던 글들에 상처를 받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저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굉장히 송구스러운 일이죠. 개정판을 내면서그런 부분들을 최대한 삭제하려고 했어요. 사과하는 글도 실어 넣었어요. 반성하는 마음으로 출판은 안하려고 해요. 작가도 아닌 사람이 글을 쓴다는 것이 건방지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자기비판을 철저하게 해야 하는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은 훅 지나가는 것이 아니에요. 그 사람은 계속 안고 살아 갈 수 도있는 거죠. 상처를 준 당사자가 아무런 생각 없이 산다면 저도 너무 화가 날 것 같아요. 충분한 반성이 필요하죠.”

벌써 데뷔한 지 8년이 지났다. 2019년 배우 박정민은 어떤 사람일까.

“사실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아요. 8년 전보다 지금 상황이 많이 좋아지기는 했죠. 그치만 그만큼 고민의 양도 쌓이는 것 같아요. 사실 더 고민이 커지긴 해요. 선배님들은 얼마나 더 큰 고민을 하실까 라는 생각에 존경스러운 생각도 들어요. 최근에 든 생각인데요. 같이 일하고 싶은 배우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렇게 되기 위해선 여러 가지 요소가 따르기는 하죠. 하지만 그냥 좋은 영화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한 명의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시야가 조금 넓어진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또 변하겠지만 지금은 그런 마음으로 연기에 임하고 있어요.”

영화 ‘타짜’는 박정민에게 자존심 같은 영화다. 그만큼 관객들도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박정민의 영화에 대한 애정은 엄청났다.

“재밌는 영화였으면 좋겠어요. 재밌다는 평을 들으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을 떠나서 저에게 ‘타짜’는 좋은 추억으로 남았아요. 저에겐 자존심 같은 영화이기도 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이 영화가 제 인생에서 중요한 기점이 될 것 같아요. 그때의 공기, 날씨, 공간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저장돼있어요. 여전히 가끔씩 떠올라요. 그게 좋아요. 그래서 관객 분 들이 ‘타짜’를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 같아요. 단지 그 이유죠.”

쉬지 않고 열일하게 하는 원동력은 바로 ‘채찍’이었다. 박정민은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자극을 주며 성장해 나가고자 노력했다. 8년 동안 무섭게 성장해온 박정민의 미래는 어떻게 그려질까. 앞으로가 더욱 궁금해지는 배우다.

“저는 제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제 자신을 조금은 폄하하는 편이에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움직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자신감에 차 있으면 잘 안 움직이려고 할 것 같아요. 제 자신에게 끊임없이 자극을 주는 스타일이죠. 좋게 평가해주시는 것은 너무 감사해요. 사실 아직 체감은 잘 못하고 있어요.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알아봐 주시는데 그래도 아직은 많이 몰라요. 저를 몰라보는 게 예전에는 서러웠는데 이제는 좋아요. 길거리 다니는데 몰라봐주면 꽤 괜찮은 점도 있더라고요.”

김혜린기자 gpfls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