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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레슬러’ 유해진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기사 등록 2018-05-1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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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슈데일리 최하은기자]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배우다. ‘럭키’, ‘택시 운전사’, ‘1987’ 등 꾸준하게 영화로 얼굴을 내비쳤던 배우 유해진이 ‘레슬러’로 다시 관객들을 찾았다. 영화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배우의 역량이다. 스토리와 연출이 탄탄해도 배우가 그 위에 입혀진 인물을 맛있게 표현하지 못한다면 영화의 색이 살지 못하기 때문. 유해진은 분명 ‘배우의 몫’을 톡톡히 감당해내는 배우임에 틀림없다.

이슈데일리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배우 유해진을 만나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유해진은 9일 개봉한 ‘레슬러’에서 ‘아들 바보’ 귀보 역을 맡았다. ‘레슬러’(감독 김대웅)는 전직 레슬러에서 프로 살림러로 변신한지 20년, 살림 9단 아들 바보 귀보씨(유해진)가 예기치 않은 인물들과 엮이기 시작하며 평화롭던 일상이 유쾌하게 뒤집히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수더분한 모습으로 인터뷰 장소에 도착해 웃어 보이는 유해진의 모습은 역시나 매력적이었다. 그 누구보다 영화를 궁금해 했을 장본인이기에 ‘영화 어떻게 보셨냐’는 질문부터 던져봤다. 유해진은 “지금까지 백 프로 만족하며 본 영화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웬만하면 좋은 점만 느끼려고 생각하죠. 나중에 시간이 흘러 다시 보면 어떨까도 생각하고요. 지금은 아쉬운 부분이 있고, 다행이다 싶은 부분도 있어요. 저는 민재가 경기 중에 반항하는 부분이 좋았어요. 어렸을 때 모습이 교차되면서 짠했던 것 같아요. ‘(귀보도) 아이 때문에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을텐데’ 반항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는 게 참 마음이 그렇더라고요.”

극중 귀보는 아들 성웅을 레슬링 금메달리스트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빠다. 자신의 못 다한 꿈을 아들이 대신 이뤄주길 바라는 것. 하지만 성웅은 이런 아빠의 기대가 부담스럽고 짜증나기만 한다. 젊은 세대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유해진은 “모든 부모의 마음이 똑같은 것 같다”며 귀보의 마음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

“영화에서 ‘와썹’이렇게 허물없이 인사하고 장난치는 게 어떻게 보면 아들에 대한 아빠의 노력이잖아요. 귀보는 그런 아빠였던 것 같아요. (아들 성웅이) 꿈에 있어서 자신을 압박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 역시 부모의 입장이잖아요. 귀보가 선수로서 걸어온 길을 알기 때문에 그런 걸 안 겪었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겠죠. 메달 따서 편하게 연봉 받고, 안정적으로 살아가길 원하는 마음이요.”

하지만 유해진도 젊은 시절 ‘배우’라는 꿈에 대해 부모님과의 마찰을 빚었다고 한다. 그는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시간이 흐르니 부모님의 마음을 알겠다며 웃어보였다. 40대 후반에 접어든 유해진이 인생의 다양한 경험을 겪은 뒤 나오는 진심 어린 고백이었다.

“저도 개인적으로 부모님과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서 마찰이 많았어요. 특히 아버지랑요. 아버님이 연세가 많으셔서 보수적인 편이셨거든요. ‘광대’라는 인식도 있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하셨죠.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의 입장이 이해가 돼요. 저 역시도 자녀가 있다면 그럴 것 같아요.”

영화는 스포츠 자체에 대한 내용뿐 아니라 귀보와 성웅의 관계, 즉 부자 관계를 비중 있게 다뤘다. ‘꿈’을 두고 부모와 자녀가 대립하는 구도는 일상에서도 흔히 겪는 일이다. 이를 무겁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유해진과 아들 성웅 역의 김민재 배우와의 호흡에 있었다. 최근 충무로의 떠오르는 신예로 주목받고 있는 김민재는 사랑받는 법을 잘 알고 있는 영리한 배우였다. 베테랑 배우 유해진이 “괜찮은 친구이고 궁합이 좀 맞는 것 같다”고 말할 만큼.

“사실 선배가 어떤 이야기를 하면 강요처럼 느껴질 수 있어서 그걸 피하려고 덜 진지한 척 했어요. 연기라는 건 공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느끼는 건 사람마다 다른 거잖아요. 대신 이야기를 참 많이 나눴어요. 촬영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관계에요. 관계부터 원활해야 연기가 잘 나오는 것 같아요. 제일 큰 숙제는 벽을 없애고 친밀감을 느끼는 게 중요했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 ‘막연히 어려워만 하면 어떡하나’라고 걱정했어요. 그런데 민재가 세대 차이를 못 느끼게끔 잘 들이대 주면서도 예의를 지켜줬어요. 평소의 관계가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됐죠.”

대중들은 왜 유해진을 ‘마성의 매력남’이라고 칭하는 걸까. 탄탄한 연기력, 매력적인 마스크 등 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 요인은 ‘친근감’이다. 그는 주변에 꼭 한 명씩 있을 것 같은 분위기와 맛깔나는 대사로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을 잘 담아낼 줄 안다. 하지만 정작 유해진은 이 수식어에 대해 쑥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늘 저한테 적응 안 되고 쑥스러운 말이네요. 듣기 좋으라고 하는 얘기이지 않을까요? (웃음) 그래도 좋게 봐주시는 건 너무 감사한데 ‘당연하죠’라고는 못 받아치겠네요. 대신 대중들이 저를 좋아해주시는 이유는 ‘친근감’인 것 같아요. 작품에서도 허당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정감 가는 캐릭터를 주로 하다가 결정적으로 ‘삼시세끼’를 하며 엄청난 사랑을 주셨죠.”

그의 말처럼 유해진은 나영석 PD의 ‘삼시세끼’에 출연해 대중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다. 차승원과의 ‘노부부 케미’, 겨울이에 대한 사랑, 순박한 베짱이 느낌을 대중들에게 보여주며 예능계에서도 확실한 캐릭터를 거머쥐게 됐다.

“저한테도 ‘삼시세끼’는 정말 좋은 시간이었어요. 편한 사람들과 편한 시간이면서 뜻밖의 사랑도 받고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그게 반 다큐예요. 솥뚜껑 날아가고 비오는 건 연출을 못하잖아요. (웃음) 하지만 당분간은 계속 영화 촬영 일정이 있어서 예능 출연은 힘들 것 같아요. 시간이 맞으면 물론 다시 하고 싶어요.”

앞서 이야기 했듯 유해진은 ‘흥행 배우’, ‘마성의 매력남’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의아함을 내비쳤다. 하지만 대중들의 안목은 생각보다 정확하고 냉정하다. 성적이 저조했던 작품도 물론 있겠지만 최근 유해진은 출연하는 작품을 족족 흥행에 성공시켰다. 또 순박하고 정감가는 매력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만들어줬다. 결국 그의 여러 행적은 독보적인 매력으로 캐릭터에 색을 잘 입혀주는 배우임을 입증한 셈이다. 본인은 인정하지 못할 지라도.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죠. 운은 분명하게 존재하는 것 같고요. 남들보다 노력을 한참 더한 것도 아닌데 남들보다 훨씬 많은 걸 해본 사람 같아요. 너무 감사한 일이에요”

최하은기자 rinon9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