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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셋이 함께 일 때”..에픽하이, 14년 롱런의 비결

기사 등록 2017-10-24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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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YG 제공
[이슈데일리 전예슬기자] 에픽하이가 3년 만에 신보로 돌아왔다. 20대에 데뷔했던 이들이 30대 중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자칭 ‘아재’가 됐다. 어느덧 데뷔 14년차.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지만 이들의 감성만은 14년 전 그대로다.

기자는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프리스타일 이벤트홀에서 정규 앨범 ‘위브 던 썸띵 원더풀(WE'VE DONE SOMETHING WONDERFUL)’로 돌아온 에픽하이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에픽하이는 지난 23일 오후 6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더블타이틀곡 ‘연애소설’ ‘빈차’를 포함해 총 11곡을 공개했다. 공개직후 실시간 음원차트에 줄세우기는 물론, 1위를 휩쓸면서 저력을 과시 중이다. 매 앨범, 내는 곡마다 사랑을 받아왔기에 이러한 결과를 에픽하이는 예상했을까.

“발매 전에 어떤 결과가 와도 연연하지 말고, 기대도 하지 말자고 서로 이야기 했어요. 그런데 저는 솔직히 기대가 되더라고요. 저의 기대보다 더 큰 반응이 있어 감사드려요.” (투컷)

“앨범이 발매돼서 속이 후련해요. 사람들이 에픽하이 존재를 잊었을까봐 걱정했지만 다행히 결과가 좋아 감사드립니다,” (미쓰라진)

“예전에 스티븐잡스가 자기는 세상을 떠날 때 부자였던 사람이 아니라, 하루하루 우리가 놀라운 일을 함께 했다고 이야기하면서 잠들 수 있으면 만족스러운 삶이라고 했어요. 저희도 좋은 것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하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고 싶어요. 고민하면서 작업하다보니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다행히 많은 분들이 좋게 들어주셔서 축복받은 기분이에요.” (타블로)

▲ 사진=YG 제공
에픽하이 멤버들은 ‘빈차’를 지금의 마음, 생각하는 것들을 담고 있는 곡이라고 밝혔다. 가장 애정 하는 곡이라고도 언급한 이들은 이루지 못한 꿈, 이루지 못할 것 같은 꿈 때문에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곡이라고.

“하이그라운드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안 해본 일이 없어요. 뒤늦게 직장생활이란 걸 경험해봤죠. 직장생활 하는 분들에 대한 경이로움, 존경심이 생겼어요. ‘쉬운 일이 아니구나’라는 걸 느꼈죠. ‘해야 할 일, 벌어야할 돈 말고도 있었는데’라는 가사가 후반에 나와요. 30대 중후반에 꿈을 이야기하는 것과 20대 때 이야기하는 건 많이 달라요. 예전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플라이(Fly)’의 경우, 곡이 의미하는 ‘꿈’은 밝고 희망차고, 저를 날아오르게 만드는 단어였다면 지금 이 나이의 ‘꿈’은 엄청난 무게감이 느껴지는 단어죠. 이 감정을 공감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았어요. 그분들을 위해서 노래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사랑노래가 아니라 ‘공감할까?’ 생각했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어요.”

이번 앨범에는 아이유, 오혁을 비롯해 크러쉬, 악동뮤지션 수현, 넬 김종완, 송민호, 사이먼 도미닉, 더 콰이엇, 이하이가 참여해 풍부한 색깔을 담아냈다. 화려한 피처링진을 완성시키는 데에는 투컷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아이유는 예전부터 팬이었어요. 함께 노래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Don't Hate Me’를 좋아한다고 게스트로 초청된 콘서트 무대에서 대화를 나누는데 저도 모르게 마음이 나와 버렸어요. ‘저희가 콘서트 게스트로 왔으니까 피처링해주실 거죠?’라고. 하하.” (타블로)

“회사 대 회사로 딱딱한 섭외보다 아티스트 대 아티스트로 교류하는 게 수월하고, 의도도 확실할 것 같았어요. 대부분 직접 하는 편이죠. 오혁은 굉장히 연락하기가 힘든 친구예요. 전화는 물론, 문자는 최소 3일에서 일주일 뒤에 답장 오는 친구죠. 메일과 문자를 보냈더니 5분 만에 답장이 오더라고요. ‘노래 너무 슬퍼요. 지금 가겠습니다’ 이렇게.” (투컷)

“그 친구도 벌어야할 돈, 해야 할 일 말고 다른 것을 느꼈을 거예요. 바로 와서 해줬죠.” (타블로)

▲ 사진=YG 제공
폭발적인 반응 속에서 수록곡 ‘노땡큐’가 도마 위에 올랐다. ‘19금’ 판정을 받은 이 곡이 ‘여혐’(여성에 대한 혐오나 반여성적인 편견, 여성혐오 줄임말) 논란에 휩싸였다. “Motherfucker만 써도 이젠 혐이라 하는 시대, shit”라는 송민호의 가사가 대중들의 심기를 건들인 것. 에픽하이는 이러한 논란에 대해 “그런 의도는 전혀, 조금도 없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노땡큐’는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로 현 세태를 풍자하고, 꼬집고, 자기 자신 안에서 발견하는 메시지를 담은 곡이에요. ‘여혐’ 의도는 전혀, 조금도 없었죠.” (타블로)

2003년에 데뷔한 에픽하이가 현재까지 사랑을 받는 큰 이유는 듣는 이들로부터 ‘공감’을 일으키기 때문이 아닐까. 특유의 대중적인 멜로디, 서사적인 가사로 감성을 자극함과 동시에 이들의 진심, 진정성을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결실을 맺은 것에는 팀 유지 또한 단단한 뿌리가 됐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알던 다이나믹 듀오도 롱런하는 그룹이에요. 비결은 간단하죠. 가족 같은 사이, 친구 같은 사이는 롱런할 수밖에 없어요. 저희도 형, 동생 그런 게 없죠. 친구처럼 동등하게 살고, 가족처럼 서로 아끼니까 롱런하는 것 같아요. 저희는 셋이 같이 해야 그나마 좋은 결과가 나와요. 따로 할 때는 뭔가 없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오래가는 것 같아요.” (타블로)

‘위브 던 썸띵 원더풀’. 세상을 살고 사랑을 하며, 그 삶과 사랑에서 실패를 겪었다고 해도 분명히 위대한 일을 해낸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에픽하이는 앨범명이 뜻하는 그대로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당신의 탄생과 살면서 겪는 일들이 행복, 불행일 때도 당신은 위대하고 놀라운 일을 해냈다고 박수쳐드리고 싶다”라는 이들의 말이 잔잔한 위로를 전한다.

“투컷이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8집 앨범이 나왔을 때도 ‘다음에 또 한 번 음악 할 기회가 생겼네’라고. 오늘도 똑같은 말을 했어요. 저희도 그렇게 생각해요. 앨범을 냈을 때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한 번 더 음악 할 기회가 생긴 거라고. 이 나이에 가요계에서 이루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너무 감사하게 생각해요. 더 좋은 음악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할 것 같아요. 책임감을 가지고 말이죠.”

전예슬기자 jeonys02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