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데일리

[이슈인터뷰] 황치열, 발자국이 쌓여 길이 되는 것처럼

기사 등록 2017-06-16 14:07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 사진=HOW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슈데일리 전예슬기자]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이 말이 잘 어울리는 가수가 있다. 10년의 무명 생활을 견디자 찾아온 한 줄기 빛. 한국을 넘어 중국까지 ‘황쯔리에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대륙의 남자’로 통하고 있는 황치열의 이야기다.

기자는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존화이트 커피’에서 황치열을 만났다. 그는 지난 13일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평범한 일상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과 경험들을 새겨 담은 첫 번째 미니앨범 ‘비 오디너리(Be ordinary)’를 발매했다.

황치열은 2007년 2월 첫 번째 디지털 싱글앨범 ‘치열(致列)’을 발표하고 타이틀곡 ‘한번만’으로 본격적인 가수활동을 시작했다. 데뷔로부터 1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 첫 번째 미니앨범 발매는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낼 터.

“시간적 여유가 없었어요. 미니앨범을 계획한 동기는 작년, 이민호, 박해진, 지창욱, 김수현, 저까지 롯데 합동 콘서트를 열었죠. 함께 했다는 자체만으로도 감개무량했어요. ‘나는 가수다’에서 편곡했던 곡으로 공연하다보니, 끝나고 나서 문득 ‘이렇게 좋은 자리에 가수는 나 혼자 밖에 없구나. 내 노래를 불렀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오면서 앨범 준비하겠다고 회사에 이야기했죠. 작년 10월을 예상하고 겨울 앨범을 준비했어요. 처음엔 디지털 싱글을 생각했는데 팬들이 많이 기다려주셨고, 저도 욕심을 내서 미니앨범으로 준비하게 됐습니다.”

▲ 사진=HOW엔터테인먼트 제공
고향인 경북 구미에서 유명 댄스팀 댄서로 활동했던 황치열은 ‘가수’가 되고 싶다는 일념하나로 2005년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상경했다. 앨범을 내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무명(無名)’의 산을 넘기란 쉽지 않았다. 2007년 그룹 015B의 객원보컬부터 다수의 드라마 OST에 참여했으나 여전히 이름을 알리지 못했다.

하지만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았나. 생계를 위해 보컬트레이너로 활동한 황치열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2015년 3월,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서 자칭 ‘임재범이 인정한 보컬트레이너 황치열’로 참가한 그는 ‘고해’를 불러 주목받기 시작했다.

인기에 불을 지핀 것은 KBS2 ‘불후의 명곡’ 출연부터다.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우승을 차지한 그는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 기세를 몰아 중국까지 진출했다. 후난위성텔레비전의 ‘나는 가수다4’에 출연한 황치열은 첫 경연에서 2위를 차지하며 ‘황쯔리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황치열은 이제 경연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목소리를 대중에게 들려주고자 한다. 무대 위, 화려함이 아닌 평범함으로 말이다.

“경연에서 황치열의 모습은 많이 보여드렸다고 생각해요. 음원과 경연의 라이브는 차이가 있어요. 비주얼적인 게 경연에 들어가면 음원은 보이스, 청음에 집중되죠. 과하면 듣는 귀가 피곤해져요. 오버스러운 것을 빼고 감성, 추억을 건들 수 있는 것에 중점을 뒀어요. ‘이 노래 들으니까 4년 전 만났던 사람이 생각난다’ 또는 ‘부모님에게 뭐 사드렸어야 하는데’ 이런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노래를 하자가 포인트에요.”

이번 앨범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데뷔 10년 만에 낸 ‘첫 번째’ 앨범이란 것. 처음이지만, 과거 이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발소리 위에 발소리를 얹고 발소리가 쌓여 발자국이 되고 발자국이 쌓여 길이 되는 것처럼.

▲ 사진=HOW엔터테인먼트 제공
“과거를 부정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상경해서 처음 냈던 앨범이라 의미가 깊어요. 그때는 치열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는데 빛을 보지 못했어요. 긴 무명을 거친 후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 속에서 다시 나오는 앨범이기 때문에 남다른 거예요. 또 다른 의미로 다시 태어난 황치열 인거죠.”

황치열은 중국의 ‘나는 가수다4’에서 역대 외국인 출연진 가운데 최고 성적을 거뒀다. 이 모든 것은 단 3개월 만에 이뤄진 결과다. 중국 내 인기를 묻는 질문에 그는 “한류를 모르는, 한국방송을 안 보는 중국인들도 저를 알고 있다”라고 답하며 인기를 실감했다.

“‘꿈같다’라는 것을 느꼈어요. 공항에서 ‘황치열’이라고 적혀있는 글귀보고 저를 보러 와주신 걸 알게 됐어요. 중국이 넓은데 가는 곳마다 많은 팬들이 기다려주세요. 특히 신천에서 팬미팅을 진행할 때는 너무 많은 분들이 오셔서 사고 발생 우려로 나가지 못한 적도 있어요. 그런 것을 보고 실감했죠. 내가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않았구나. 기적이라는 말을 그때 알게 됐어요.”

황치열하면 떠오르는 것은 ‘근성’이 아닐까. 긴 무명 생활 속 보장되어 있지 않은 미래를 버티게 해준 것은 바로 근성이었다. 근성 하나로 이뤄낸 꿈. 그 꿈은 앞으로 이뤄나갈 것들 중 첫 번째 점에 불과하다. 점을 이어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듯, 황치열이 그려나갈 음악에 기대가 모아지는 바다.

“‘제 자리를 찾아가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제가 2년 전 경연 프로그램을 하면서 많은 분들에게 받은 메시지 중 하나는 ‘치열씨의 근성을 보니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고 희망이 돼요’라는 것이었어요. 음원으로써 첫 걸음이지만, 그 앨범을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얘 참 힘들어도 성실하게 잘 걸어가는구나’를 생각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예슬기자 jeonys02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