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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RescuE' 속 진짜 '윤하'의 이야기

기사 등록 2018-01-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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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C9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슈데일리 김은유기자] 다섯 번째 정규 앨범을 만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비밀번호 486' '혜성' '기다리다'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사랑 받은 윤하가 5년만에 다섯 번째 정규 앨범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만난 윤하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다. 5년이란 공백기 속에서 슬럼프를 겪고 끊임없이 고민했다던 그는 해답을 찾은 걸까. 지난 15일, 실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의 뜻을 가진 5집 앨범 'RescuE'로 돌아온 윤하와 서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끊임없이 빠르게 신곡이 쏟아져 나오는 가요계에서 5년간의 공백기 동안 팬들의 오랜 기다림처럼 본인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드디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5년만에 선보이는 정규 앨범이 나오기까지 윤하는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저도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욕심이 과했던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끊임없이 제가 어떤 사람인지 찾으려고 했던 것 같은데 또 그건 아니더라고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냥 자연스럽게 표현하고자 했던걸 쓸걸 하는 후회도 들어요. 싱글을 냈으면 좋았을 텐데 저는 무조건 정규를 해야 되는 줄 알고 있었거든요. 이번 앨범이 잘 만들어지고 저도 만족하는 앨범이라 다행이고, 이젠 계속 쉬지 않고 활동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음악차트의 활성화로 '싱글앨범'과 '정규앨범'의 경계가 모호해진 지금, 앨범을 꼭 정규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던 윤하의 대답에서 음악에 대한 열정과 욕심이 한껏 묻어났다. 그러나 공백기를 거치고 5년만의 컴백이 쉽지는 않았을 터. 연예인이라면 공백에 대한 잊혀짐을 두려워하기 마련인데 그도 그랬을까.

"잊혀짐에 대해서는 정말 너무 감사하게도 팬들이 워낙 저를 지지해줘서 느낀 적은 없고, '아직 내가 더 보여줄게 많은데'란 욕심이 더 커요. 프로듀서로 발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시도하고 싶은 게 엄청 많아졌어요. 이제서야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저한테 거는 기대가 많아졌어요."

체력 저하와 쉴 틈 없이 활동한 시간에 염증처럼 자신감이 떨어졌다던 윤하는 한동안 음악이 싫어 헤매기도 했다고 조심스레 덧붙였다. 체력 문제와 노래의 기술적인 피지컬이 많이 떨어져 슬럼프를 겪은 그가 어떠한 계기로 변화할 수 있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우선 앨범 작업하면서 희망을 얻었어요. 예전의 저는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거든요. 그런 모습을 보고 지금 앨범을 프로듀서 해준 친구들이 속상해하면서 많은 음악을 들려주고 힘을 줬어요. 그 친구들이 '윤하는 윤하지' 이런 말들을 해줬는데 그게 너무 힘이 되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던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프로듀싱 해준 친구들에게 서로에게 시작을 선물하는 존재라고 요즘 많이 느끼는데, 그 감정이 이번 앨범에 많이 녹아 들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과거 위얼라이브 레이블을 통해 당시 프로듀서 준비생이었던 그루비룸(GroovyRoom)을 발탁 후 인연을 맺은 윤하는 이번 앨범을 총괄 프로듀싱 해준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내비쳤다. 이번 앨범은 기존의 윤하의 음악 색깔과 그루비룸의 트렌디함을 더한 11트랙의 곡으로 구성됐다. 특히나 눈길을 사로잡은 건 타이틀곡 '퍼레이드(Parade)' 외 윤하가 암흑기를 지나오면서 느낀 감정을 담은 1번트랙 '레스큐'로, 멜로디에 입혀진 영어 가사가 독특하게 느껴졌다.

"우선은 그루비룸은 워낙 계산해서 한 트랙씩 만드는 친구예요. 레스큐의 의미를 가사로 적다보니 아무래도 낯간지러운 표현이 많았어요. 그래서 공동작업으로 영어 가사 작업을 했죠. 1분짜리 인트로가 아닌 하나의 완곡으로 완성됐지만 앨범의 인트로로 중심을 딱 잡아줘서 너무 마음에 들어요. 듣는 분들께는 생소할 수 있지만요."

본인이 가지고 있던 암울하고 무거운 메시지를 융화시키고 희석시켜줬다는 그루비룸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표현하며 앨범에 대한 만족을 표현한 윤하에게서는 진심이 느껴졌다. '기다리다'와 같은 자작곡으로 큰 사랑을 받은 윤하는 이번 앨범에서도 '답을 찾지 못한 나'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은 자작곡을 선보였다.

"'기다리다' 이후 자작곡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어요. 듣는 분들께서도 '비슷비슷하지 않냐' 말씀하셔서 위축됐는데, 온라인 음악사이트에서 그 노래에 좋아요도 많이 눌러주시고 공감 댓글도 많이 남겨주셔서 힘을 얻었어요. 아쉬운 부분은 피드백을 받아서 수정해나가면 되는거라 생각하고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 해요."

주로 모 온라인 음악사이트를 이용하며 리스너들의 댓글을 하나하나 읽어본다는 윤하는 이번 앨범 'RescuE' 발매 후 그들이 댓글로 남긴 평가들을 모두 읽고 있다고 밝혔다.

"앨범 나오고 평가는 갈리는 편이더라고요. 예전 윤하의 모습을 기대하는 분들은 주로 피아노 치고 밝은 밴드음악을 원하시는 반면 '너무 좋다' '취향이다'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원래부터 제 앨범은 평가가 갈렸어요.(웃음) 놀라운 결과는 아니지만 이런 저런 의견이 많다는 점에서 너무 즐겁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 사진=C9엔터테인먼트 제공
윤하의 'RescuE' CD앨범은 굉장히 독특하다. 팬들의 반응도 폭발적인데, 그도 그럴것이 그림책같은 느낌을 강하게 주기 때문. 뿐만 아니라 사진작가 최랄라와 작업한 다량의 엽서사진이 액자 틀 같은 케이스에 끼워넣으면 앨범의 커버로 탈바꿈하는가 하면, 엽서사진을 뒤집어 퍼즐처럼 맞추면 완성되는 또 하나의 포스터는 팬들에게 신선함과 재미를 선사했다.

"최랄라 작가님은 사진계에서 아트적인 분이에요. 보통 빨간색과 파란색을 많이 쓰시는데, 이번 작업에서는 빨간색과 파란색을 본연의 나, 그러니까 정열적인 나와 우울한 나의 모습을 표현해봤어요. 찾는 재미가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하고, 저도 재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2016년, 비중격만곡증을 겪는 소식을 전하며 팬들을 안타깝게 만든 윤하는 수술 이후 재활을 통해 그동안 못했던 노래를 하면서 해소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술하고 재활하는 기간동안 수없는 불안감과 고통을 이겨냈을 윤하는 조금 더 단단해진 모습이었다.

"수술이 끝나고 코에 솜을 엄청 넣고 입으로 숨을 쉬었어요. 그 시간을 겪으면서 '과연 완벽하게 완치되서 돌아올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011년에도 1위 후보에 올랐을 때, 응급실에 실려가면서 방송 펑크를 낸 적이 있어요. 그때의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불안감을 가지고 3개월 동안 재활 시간을 보냈어요. 다행히 점점 좋아지고 회복해서 관리하는 방법도 터득하고 이젠 라이브 하는데도 무리는 없어요."

목소리는 흉내낼 수 없는 영역이다. 본인도 보컬의 강점으로 음색을 꼽은만큼 비중격만곡증 수술 이후에도 변함없이 특유의 시원하고 청량하게 뻗는 고음과 그의 고운 음색은 듣자마자 '윤하다'라는 느낌을 준다. 윤하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여전히 본인을 찾는 고민이 현재 진행중이란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앨범 속 가사에 녹아든 '어른이 되고 싶다'는 메시지는 그의 고민 속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걸까.

"제가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 한 살 인데, 등 떠밀려서 어른이 된 기분이에요. 나이로는 어른 행실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실상은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어요. '좋은 어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민도 대부분인데, 나를 찾는 과정을 가사에 많이 녹였어요. 동료나 친구들에게 내가 해결책을 제시해줄 순 없지만, 마치 '나도 이래'라는 공감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의 앨범을 듣다 보면 첫 번째 트랙 '레스큐'에서 독백하듯 그의 지난날과 본인의 고민을 고백하는 느낌을 받는다. 이어 두 번째 트랙 '종이비행기'에서는 앞서 이야기 한 고민들을 훨훨 털어버리고 날아가는 모습, 세 번째 트랙 '퍼레이드'에서는 긴 시간을 지나 찾은 행복을 노래하는 듯한 장면을 선사하며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민과 해결의 과정에서 공감을 선물한다. 이제 서른한 살, 30대의 윤하에게 음악 외 연애 계획과 요즘의 관심사에 대해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연애요? 하고 싶은데 생각대로 안돼요. 그래서 이제는 순리에 맡기고 있어요. 스스로 건강하고 안정이 되야 좋은 짝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제 자신을 좀 더 사랑하고 있어요. 언젠가는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웃음) 그리고 저는 정말 딱히 취미가 없는 사람이라 올해 목표는 취미를 찾아서 SNS계정 두 개를 만드는 거예요. 요즘에는 코사지를 보는 걸 좋아해서 꽃 사진을 많이 찍고 있어요. 필름 카메라를 구입해서 찍고 있긴 한데, 아직 취미가 될 진 모르겠어요. 조금 더 일상적인 것에 포커스를 맞춰서 열심히 찾아낼 거예요."

▲ 사진=C9엔터테인먼트 제공
'외롭다고, 혼자라고 느끼는 분들에게 노래를 선물하고 싶다'는 윤하의 바람처럼 노래 속 키워드는 우울한 가사가 많지만 '너만 그렇게 느끼는게 아니야'라는 느낌에 리스너들은 공감과 위로를 받는다. 순간 순간을 기록하는 것이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는 윤하. 이처럼 일기장에 털어놓는 글처럼 많은 이들에게 음악으로 '지금의 윤하'를 기록하고 있는 그의 향후 목표는 무엇일까.

"앨범이 나와서 하는 얘기지만 5년동안 하나의 앨범을 생각하는 시간 동안, 개인의 삶으로썬 좋지 않았어요. 앞으로 음악을 만드는 것에 있어 진정성이나 노력은 분명 필요하겠지만 제가 직업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예컨대 뮤지컬 이라던지 DJ라던지 연기 라던지. 전투적으로 오디션을 보면서 도전할 거예요. 이런 활동들이 금전적인 부분이 아니라 저를 환기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음악에도 갇혀 사는 건 도움이 안 된다는 걸 느꼈어요. 진지하고 무거운 모습이 아닌, 좀 더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윤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앞으로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아직도 열심히 '나'를 찾기 위해 고민중인 윤하. 그러나 지난 5년동안 성장통을 겪으며 고민했던 시간만큼 결국에는 긴 터널을 빠져 나와 빛을 발하고 있다. '나'를 찾는 모습 또한 '나'를 표현하는 모습의 하나란 걸 전하는 그의 노래를 통해 많은 이들이 공감과 위로를 받는다. 앞으로 열일(열심히 일한다는 뜻의 준말)할 윤하의 끝없이 펼쳐질 '퍼레이드'는 어떤 모습일지 한층 성숙해진 그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김은유기자 eunvely595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