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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용순’이수경, 소심하지만 당찬 22살의 성장기

기사 등록 2017-07-10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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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혜진 기자
[이슈데일리 김지영기자]사춘기 소녀의 성장과정을 담은 ‘용순’(감독 신준)처럼 이수경은 어엿한 배우로 나아가기 위한 과도기에 서있다.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의 분홍머리 쏭,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선 불량 청소년이었지만 마음만은 여렸던 노을의 여자친구, ‘특별시민’(감독 박인제) 중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의 딸 등 여럿 작품에서 입지를 쌓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권유로 연기에 발을 들인 그는 처음엔 사람들 앞에서 입도 벙끗하기 힘들어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즐기면서 하고 있다고. “전 용순이 보다 훨씬 소심해요”라고 말하지만 이수경은 당찬 구석이 있었다. 최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용순’은 유난히 뜨거웠던 열여덟 여름, 시골 고등학교 육상선수인 용순(이수경)은 체육선생(박근록)과 남몰래 사귀는 사이다. 중요한 대회를 앞둔 어느 날, 용순은 체육선생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음을 직감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빠(최덕문)은 몽골인 새엄마(얀츠카)를 데려온다. 고등학생 나름의 큰 위기를 겪게 된 용순은 이를 어떻게 헤쳐 갈까.

“‘용순’은 많은 관계가 얽혀있는 사춘기 소녀의 이야기에요. 극중 용순이는 거의 매순간 앞뒤 안보고 달려드는 사람이죠. ‘철없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어려서 그럴 수도 있지만 어렸을 때 엄마가 떠난 것이 후회가 되기 때문에 악착같이 해내려고 하는 게 더 커요. 그렇게 용감하게 한 행동들을 저 같으면 하지 못 했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이수경은 장편영화, 독립영화,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이번 작품에선 회사 측의 권유도 있었지만 이런 영화가 한국에서도 꼭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시작하게 됐다.

“제가 굳이 출연하지 않아도 이런 감성이나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회사에서 오디션을 보자고 하셨고 1차, 2차 오디션을 거쳐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죠. 하고 싶었던 작품에 임하게 돼서 더 열심히 했어요. 다 찍고 나선 학교를 졸업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 사진=김혜진 기자

학생이 아닌 배우로 처음 이름을 알린 작품이 ‘차이나타운’이었다. 극중 일영(김고은)과 함께 부모 없이 자란 쏭은 가족으로서, 친구로서 함께하지만 보호자의 보살핌 없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어색함 없이 표현했다. ‘용순’에서는 극중 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담았다면 이수경은 스스로 ‘차이나타운’에 비해 어떤 점이 성장했다고 느낄까.

“전체적으로 굉장히 많이 자랐다고 생각해요. ‘차이나타운’ 찍을 때는 너무 자신감이 없었어요. 없다 못해 기본적인 자세도 갖춰지지 않았었죠. 그땐 학교 다니던 애 끌고 와서 연기하는 느낌이라면 지금은 책임감 있고, 자신감 없어도 자신 있는 척을 해요. 다른 사람들에게 누가 안 되려고 하고요. 악착같이 하려는 면이 생긴 것 같아요.”

▲ 사진=김혜진 기자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연기에만 몰입하고 있는 그는 첫 시작을 ‘멋진 배우가 되고 싶어서 시작했어요’가 아니었다. 꾸밈없이 솔직하게 털어 놓는 모습에 ‘이수경답다’는 말이 떠올랐다.

“저는 굉장히 소극적이어서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도 얘기를 못했어요. 그래서 더 연기가 하기 싫었죠. 아빠 때문에 억지로 갔었어요. 학원에 가면 각자 대사를 주는데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게 너무 부끄러웠어요. 말을 못해서 한, 두 시간씩 입도 벙끗 못하고 있어도 무조건 시켰어요. 거의 한달 넘게 그런 시기였다가 한번 내질렀어요. 그때부터 속이 후련해지니까 자신감도 생기고 선생님도 잘했다고 칭찬해주셔서 힘입어서 했어요. 지금은 제가 하고 싶어서 해요.”

또래에 비해 직업이 빨리 정해진 이수경에게도 사춘기시절 고민은 있었다. 극중 용순이 고민을 통해 성장하고 비로소 스무 살이 된 것처럼 그에게도 그 시절은 나름의 과도기였다.

“누가 괴롭히는 게 아닌데도 혼자 힘들었어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제 편이 없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친구들과 신나게 놀아도 친구들은 제 편이 아닌 것 같고 언제든 떠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이젠 저라는 인간에 대한 관심이 덜해졌다고 할까요. 이렇게 생각했던 것도 스스로에 대해 많이 생각했기 때문이니까요.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거라 생각은 했는데 ‘용순’ 하면서 그걸 인정하게 됐어요. 자연스러워졌죠. 예전엔 한 작품에서 한 가지의 모습만 보여줬다면 ‘용순’ 다음부터는 한 가지에 얽매여있지 않고 여러 가지 표현해도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현실적이고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모두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자 한다. 이수경 또한 “작품을 끝내면, 연기적으로든 인간적으로든 배우는 게 있다. 이것을 토대로 어른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10년 뒤, 이수경은 할 말을 하는 현명한 사람이 되고파 했다. 매일 조금씩 노력하고 자신이 바라는 모습대로 꿈꾼다면 반드시 이뤄지리라 믿는다. 2027년에 당당하고 성숙한 이수경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지영기자 b33151_@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