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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완벽한 아내’ 조여정 “이은희, 나에게 고마운 존재”

기사 등록 2017-05-09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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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한동규 기자
[이슈데일리 김지영기자]드라마 ‘완벽한 아내’가 정식 방영되기 전, 언론 매체들을 초청해 작품 소개와 배우들이 출연 결정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밝히는 제작발표회 자리에서 배우 조여정은 많은 말을 아꼈다. 베일에 쌓여있는 캐릭터 이은희를 맡았기 때문. 간략한 설명 외에 “이상할 정도로 친절한 인물이다. 그래서 오히려 불친절하다. 그 외적인 것은 방송으로 확인해주셨으면 한다“며 캐릭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 결과 조여정은 이은희 덕분에 ‘인생 캐릭터’라는 수식어까지 얻게 됐다. 뛰어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을 온탕과 냉탕에 빠트린 조여정을 최근 한 서울 강남 논현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났다.

“‘인생캐릭터’라는 말을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시작할 땐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까 그저 나의 이번 작품이고 37살에 하게 된 드라마였을 뿐이에요. 저한테 이은희는 고마운 존재인 것 같아요. 덕분에 고민을 참 많이 했었거든요. 그래서 연기도 조금이나마 늘지 않았을까요? 사람들은 좋은 부분만 봐주시지만 제 눈에는 아직 아쉬운 부분들이 많이 보여요.”

바비인형 분위기를 자아내는 조여정이 이은희를 그토록 완벽하게 소화해 낼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겉으로 보기엔 한없이 착하지만 속내는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이은희는 극중 구정희(윤상현 분)에게 미친 듯 집착하고 죄를 엄마에게 뒤집어씌우는 악역의 방점을 찍었다.

“제가 미움을 받을까봐 하는 걱정은 없었어요.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고 싶은 마음보다 캐릭터가 더 미워서 시청을 꺼려하실까봐 걱정했죠. 그건 작품에 도움이 되지 않는 거고 폐를 끼치는 거니까요. 그래서 보기 부담되지 않게 연기하는 것이 중점이었어요. 이은희 나름 이유가 있는 사람이었으니까요. 어렸을 때의 트라우마로 대중들이 보실 때 ‘저 사람도 딱한 인생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끔 노력했고 연기하는 저도 공감하려고 애를 많이 썼어요.”

배우가 극 중에서 타인의 인생을 대중에게 설명해야 할 때, 그 캐릭터와 본인이 얼마나 닮았는지 동일한 부분이 없다면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 이러한 점에서 조여정은 이은희와 닮은 면이 단 하나도 없어 힘들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번 작품이 어려웠다고 생각이 드는 이유가 저랑 겹치는 면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더 하고 싶은 배우로서의 욕심이 있었어요. 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은 없지만 ‘그냥 뛰어들어보자. 하다보면 나아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스스로를 어려운 숙제에 던져야 발전할 것 같았거든요.”

조여정은 사이코패스인 이은희 자체를 연기하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는 것 보다는 대사 한 마디조차 쉽게 부를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더 어렵게 느끼는 듯 했다. 인터뷰 도중 조여정은 ‘언니’ 한 단어만으로 많은 상황을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줬고, 이는 그가 얼마나 고뇌에 빠졌었는지 짐작케 했다.

“저한텐 안 어려운 대사가 없었어요. 특별히 한 대사가 어려웠다기 보다는 모든 대사가 어려웠죠. 이렇게 한마디로 오랫동안 고민해 본적이 없었어요. 극중 심재복(고소영 분)과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제가 ”환영해요“라고 말해요. 그 4글자만 수십 번을 한 것 같아요. 캐릭터가 숨기는 게 있는데 티를 내면 안 되니까 환영해요만 엄청 연습했어요. ‘환영해요가 이렇게 어려운 말 이었구나’라고 느꼈죠.”

▲ 사진=한동규 기자

심재복의 성장기를 다룰 예정이었던 ‘완벽한 아내’는 극의 말미에 다다를수록 초반의 기획의도와는 점점 멀어졌다. 이은희는 나날이 더 악랄해졌고 시청자들은 혹평을 내리기도 했지만 조여정의 연기력에는 호평이 끊이질 않았다. 그럼에도 조여정은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자신을 채찍질 했다.

“그냥 제 연기 자체가 아쉬워요. 예를 들면 ‘너무 좋아요’라는 대사 하나에도 톤의 차이가 어마무시해요. 그건 나만 아는 거고 줄거리엔 지장이 없는데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아쉬움이 커요. 특히나 이은희같은 캐릭터는 같은 말을 해도 차이가 있으니까 그런 것에 대해 고민도 많았죠. 연기는 끝이 없는 것 같아요.”

1997년 잡지 모델로 데뷔해 1999년부터 연기를 시작한 조여정은 영화 ‘인간중독’(2014)에서부터 연기평을 듣기 시작했다. 이어 드라마 ‘베이비시터’ ‘이혼변호사는 연애 중’ 등의 작품에서 연기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캐릭터들을 선택해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내 이미지와 충돌되는 캐릭터를 하면 관객 입장에서 새로움이 있지 않을까 해요. 제가 이 외모로 계속 욕망 없이 친절하면 그건 그냥 이면이 없는 것 아닌가요? 저는 이면이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저뿐만 아니라 여배우들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한계를 어느 순간 느껴요. 제 의지와 상관없이. 저도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했지만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못하게 될 수도 있어요. 그럼 ‘어떤 장르, 캐릭터를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고민이 한참 있을 시기니까요.”

▲ 사진=한동규 기자

영화와 드라마에서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 같은 정신적 질환을 겪는 악인들을 연기한 배우들을 떠올리면 남자 배우들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신성록이 그랬고 ‘피고인’의 엄기준이 그랬으니 말이다. 이런 점에서 사이코패스인 캐릭터를 연기한 여자 배우는 조여정이 처음이 아니었을까.

“여배우들이 안했던 것 같긴 하네요.(웃음) 여배우가 연기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작품할 때마다 늘 그런 바람을 가지고 시작해요. 여배우들 영화가 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요. 이런 고민은 저 말고도 많은 여배우분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더라고요. 이은희 캐릭터로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좋죠.”

매 작품마다 발전하며 도전하고 있는 조여정은 스스로를 “키는 멈췄지만 생각은 한창 성장할 나이다. 아직도 성장하고 있다“고 말하며 소녀 같은 면모를 내비쳤다. 끝없는 그의 도전정신은 차기작 또한 자연스레 기대케 했다.

“‘도전’이라고 하면 약간 쑥스러운 것도 있어요. 제가 하는 도전은 확신에 찬 것이 아니거든요. 도전이라기 보단 시도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항상 성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다음에 또 시도하더라도 잘 봐주세요. ‘쟤 또 시도했나 보다’하는 마음으로요.(웃음)”

김지영기자 b33151_@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