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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나랏말싸미' 조철현 감독 "어머니가 평생 한글을 모르셨다"

기사 등록 2019-06-2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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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철현 감독이 25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진행된 영화 ‘나랏말싸미’ 제작보고회에 참여했다/ 사진 박관희 기자
[이슈데일리 황고은기자]조철현 감독이 25일 진행된 영화 ‘나랏말싸미’ 제작보고회에서 “영화를 만들려고 한 개인적인 이유는 어머니가 평생 글자를 모르셨기 때문”이라고 제작을 결심한 결정적 계기를 밝혔다.

이날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나랏말싸미’ 제작보고회가 진행, 조철현 감독,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이 참석했다

‘나랏말싸미’는 문자와 지식을 권력으로 독점했던 시대에 모든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 천한 신분의 스님 신미가 만나 백성들을 위해 뜻을 모아 나라를 만들기 시작하는 이야기다.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아 냈다.

조철현 감독은 영화 일을 시작한 지 30년 동안 제작과 기획, 각본 등 ‘영화 만들기’의 여러 영역을 거치며 성장했다. 그는 15년간 품고 있었던 ‘한글’이라는 소재한 ‘나랏말싸미’로 감독으로 데뷔한다. ‘사도’의 각본을 통해, 문자로 남은 역사 속에서 사라 숨쉬고 고뇌하며 슬퍼하며 행동하는 생생한 인물을 끌어냈던 그의 장기는 ‘나랏말싸미’로 다시 발휘됐다.

조 감독은 “영화를 만들려 한 개인적인 결정적 계기가 있다. 제 어머니가 평생 글자를 모르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그는 "사극을 만드는 데 자주 참여해왔다. 우리 민족의 5000년 역사 중에서 가장 위대한 성취는 팔만대장경과 훈민정음이라 생각했다. 훈민정음을 영화로 만들고자 생각한 것은 15년전 부터였다. 몇년 전 팔만대장경과 훈민정음 사이에 신미스님이라는 연결고리가 있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두 가지에 마음을 빼앗겼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인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이 왜 비밀프로젝트였는지 궁금했다. 그 설정을 근간으로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고 시나리오를 쓰게 된 계기를 털어놨다.

영화 제목을 ‘나랏말싸미’로 정한 이유에 대해 묻자 조 감독은 "제 성격이 단도직입적인 편이다. 원래 '훈민정음'을 제목으로 하려고 했다. 그러나 작가가 우리말인 '나랏말싸미'로 하는 게 좋다고 해서 '나랏말싸미'로 정했다.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에 나오는 첫 구절인데 쉽고 담백하다"고 답했다.

또 조 감독은 영화 준비 제작 과정을 묻는 질문에 "신미 스님의 존재를 알게 되고 여러 언어학자, 전문가들 만나서 자문을 받았다. 이 영화의 기획자와 작가와 한달 이상 조선왕조실록에 관련된 다양한 서적, 기록 영상 등 구할 수 있는 건 모두 봤다. 지난 15년 이상 국내에 출판된 한글에 관련된 책들은 다 봤다. 그 중에는 '뿌리 깊은 나무'도 있었다. 한글 세미나에도 많이 갔었다. 특히 전국의 사찰들, 신미 스님의 행적을 따라 성지 순례하며 세종의 노력을 느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조 감독은 스님 신미 역을 맡은 박해일에 대해 "스님 역할은 부담이 컸을 것이다. 박해일씨의 삭발식은 정식 스님들을 모시고 실제처럼 삭발식을 했다. 나중에는 박행리씨가 신미스님에게 빙의한 것 같더라. 신미스님이 박해일인지, 박해일이 신미스님인지 모를 정도로 느껴졌다. 곡성에서 영화를 찍을 때 도로에서 산 속의 절까지 2km 인데 박해일이 그 산길을 매일 걸어 다니더라. 중요한 장면에서 그 당시 스님들의 노력을 살리려 한 것 같다”고 감탄을 표했다.

‘나랏말싸미’는 역사적 사실과 픽션의 담은 작품이다. 조 감독은 "역사와 허구 사이에 서사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교한 고증이라든지 사실을 기반을 영화로 한 영화든지 서사를 기반으로 한다. 세종이 스님과 함께 영화를 만들었다는 구체적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단지 정황만 있다. 신미는 역사적 기록에서 안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정황을 알리고 싶었다. 이 영화는 다양한 창제설 중의 하나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서양에는 다비치코드가 있다. 이 영화 안에도 코드가 있다. ‘나랏말싸미’를 통해 훈민정음 코드를 간단하게 느껴보셨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관람포인트를 묻는 질문에 조 감독은 "영화 속에 나온 장소들을 가족들과 여행 가면서 느껴보시길 바란다. 저는 스포일러가 없는 영화를 추구한다. 그 영화 속에 담겨 있는 심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 보신 후 주위에 영화 이야기를 해주시길 바란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조 감독은 "우리가 물과 공기처럼 쓰고 있는 이 문자가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는가, 왜 위대한가를 생각해보시면서 극장을 나가셨으면 좋겠다. 모든 위대함의 배경에는 상처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 위대한 과정을 직접 느껴보셨으면 한다"고 예비 관객들을 향한 당부를 전했다.

‘나랏말싸미’는 가장 높은 곳의 임금과 가장 낮은 곳의 스님인 세종과 신미의 인연화 협업, 충돌의 과정 속에 그들이 함께 한 소헌왕후, 대군들, 신미의 제자이자 도반의 스님들, 새로 태어난 문자를 익혀 퍼뜨렸던 궁녀들까지, 개인의 업적이 아닌 모두의 성취였던 한글, 그 이면의 이야기를 전한다.

한편, 영화 ‘나랏말싸미’는 오는 7월 24일 개봉한다.

황고은기자 sukidayo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