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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분석] '나랏말싸미', 한글 창제의 이야기가 전하는 뜨거운 울림

기사 등록 2019-06-2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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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철현 감독,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이 25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진행된 영화 ‘나랏말싸미’ 제작보고회에 참석,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 박관희 기자
[이슈데일리 황고은기자]‘나랏말싸미’가 한글 창제의 숨겨진 비밀을 전하러 찾아온다.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25일 오후 영화 ‘나랏말싸미’ 제작보고회가 진행, 조철현 감독,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이 참석했다.

‘나랏말싸미’는 문자와 지식을 권력으로 독점했던 시대에 모든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 천한 신분의 스님 신미가 만나 백성들을 위해 뜻을 모아 나라를 만들기 시작하는 이야기다.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아 냈다.

조 감독은 “영화를 만들려 한 개인적인 결정적 계기가 있다. 제 어머니가 평생 글자를 모르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그는 "사극을 만드는 데 자주 참여해왔다. 우리 민족의 5000년 역사 중에서 가장 위대한 성취는 팔만대장경과 훈민정음이라 생각했다. 훈민정음을 영화로 만들고자 생각한 것은 15년전 부터였다. 몇년 전 팔만대장경과 훈민정음 사이에 신미스님이라는 연결고리가 있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두 가지에 마음을 빼앗겼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인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이 왜 비밀프로젝트였는지 궁금했다. 그 설정을 근간으로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고 시나리오를 쓰게 된 계기를 털어놨다.

영화 제목을 ‘나랏말싸미’로 정한 이유에 대해 묻자 조 감독은 "제 성격이 단도직입적인 편이다. 원래 '훈민정음'을 제목으로 하려고 했다. 그러나 작가가 우리말인 '나랏말싸미'로 하는 게 좋다고 해서 '나랏말싸미'로 정했다.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에 나오는 첫 구절인데 쉽고 담백하다"고 답했다.

세종 역의 송강호는 "역사적으로 위대한 세종대왕을 연기하는 것이 부담도 됐지만 세종의 매력에 끌렸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기회에 안 하면 언제 해보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종대왕에 대해 흔히 알고 있는 이야기가 많지만, 한글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왕으로서의 외로움과 고통을 심도있게 접하고 만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수건에 물기가 젖은 듯한 느낌의 묵직한 영화를 하고 싶었다”고 출연을 결정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세종이라는 인물을 표현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묻자 송강호는 "세종대왕은 어마어마한 성군이고, 역사적으로 대단한 인물이다. 사실은 그 분이 갖고 있던 고뇌, 군주로서의 외로움, 불굴의 신념, 문화적으로 강한 나라로 키우고 싶었던 군주의 마음이 스크린 속에 곳곳이 밴 것 같다"고 답했다.

스님 신미 역의 박해일은 "신민 캐릭터를 감독님께 받았을 때 호기심이 컸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세종대왕의 이야기라는 것과 동시에 위대함 속에 가려져 있던 인간적으로 고민하던 평범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한글 창제의 과정 안에서 조력자가 스님이었다는 것도 놀라웠다”고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박해일은 신미 역을 소화하기 위해 삭발 투혼을 감행했다. 그는 "세종대왕이 있던 시대는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낮게 보던 시대였다. 제가 맡은 신미는 어릴 때 역적의 아들이라고 하더라. 절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영화 초반 장면에서 머리를 깎는 장면이 나온다. 단지 모사하고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장면을 보여줘야 하는 초반 장면이기 때문에 만족스럽게 끝냈다”라고 신미를 연기한 소감을 전했다.

소헌왕후 역의 전미선은 "가정 안에서 아내들이 내조하지만 티가 잘 안 난다. 하고 싶었던 말과 성품이 대본 안에 있어서 정말 하고 싶었다.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대본 읽고 바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좋은 분들과 하게 된 점도 컸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은 지난 2003년 개봉한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이후 ‘나랏말싸미’로 16년 만에 만나게 됐다.

전미선은 "너무 오랜만에 영화를 해서 그때 만났던 느낌과 지금 만나는 느낌과 거의 같다. 예전에 만났던 오빠 동생 느낌이다. 저를 의지하고 든든하게 받쳐주시는 두 분 덕분에 좋았다. 말이 필요 없었다”고 두 번째로 함께한 소감을 전했다.

예비 관객들을 향해 조 감독은 "우리가 물과 공기처럼 쓰고 있는 이 문자가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는가, 왜 위대한가를 생각해보시면서 극장을 나가셨으면 좋겠다. 모든 위대함의 배경에는 상처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 위대한 과정을 직접 느껴보셨으면 한다"고 당부를 전했다.

이어 송강호는 "‘기생충’의 지하 세계를 탈출해서 600년을 거슬러 올라가 위대한 인물들과 만나고 왔다. 지워지지 않는 역사적 위대한 인물들을 만나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관람포인트를 묻는 질문에 박해일은 "굉장히 스마트한 디지털한 사회 속에 살고 있다. 여전히 물과 공기처럼 쓰여지고 있는 한글이라는 문자가 역사적 고증을 통해 만들었기 때문에 흥미로운 지점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고 당당한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전미선은 "한글은 씌운 소리글자, 단어마다 깊은 뜻이 있고 백성들을 위한 글자다.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잊고 지나가지 않았나 싶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나라 말의 자긍심과 자부심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나랏말싸미’는 가장 높은 곳의 임금과 가장 낮은 곳의 스님인 세종과 신미의 인연화 협업, 충돌의 과정 속에 그들이 함께 한 소헌왕후, 대군들, 신미의 제자이자 도반의 스님들, 새로 태어난 문자를 익혀 퍼뜨렸던 궁녀들까지, 개인의 업적이 아닌 모두의 성취였던 한글, 그 이면의 이야기를 전한다.

한편, 영화 ‘나랏말싸미’는 오는 7월 24일 개봉한다.

황고은기자 sukidayo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