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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분석]‘나랏말싸미’, 송강호X박해일이 그린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의 시작 스토리

기사 등록 2019-07-1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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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나랏말싸미' 언론시사회가 15일 진행됐다/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이슈데일리 김혜린기자]‘나랏말싸미’의 훈민정음은 달랐다. 수많은 미디어에서 다뤘던 소재를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풀어냈다. 집현전 학자가 아닌 다른 인물이 훈민정음을 창제했다는 스토리는 대중들의 역사적 상식을 단번에 뒤집어 버렸다.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 메가박스에서는 ‘나랏말싸미’ 언론시사회가 진행, 배우 송강호, 박해일, 조철현 감독이 참석했다.

‘나랏말싸미’는 나라의 가장 고귀한 임금 세종과 가장 천한 신분 스님 신미가 만나 백성을 위해 뜻을 모아 글자를 만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최근 ‘기생충’으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 배우 송강호가 세종대왕으로 변신했다. 그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연기력으로 지금껏 보지 못했던 ‘세종대왕’이라는 캐릭터를 구축해냈다.

송강호는 “세종대왕님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가장 많이 알려진 위대한 업적을 남긴 성군이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세종대왕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래서 저는 새롭고 창의적인 세종대왕을 연기하고자 했다. 저희 영화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해 나가는 과정이나 그 속에서 느꼈던 고뇌, 외로움에 대해 초점을 맞춘다. 그런 부분이 저희 영화만의 매력이라고 생각된다”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송강호는 故전미선 배우에 대해 묻는 질문에 “지금도 너무 슬프다. 천도제 장면을 찍는 날 사실 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 촬영을 끝내고 서울로 올라왔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영화가 개봉되는 당시 이런 일이 또 벌어지니 착잡한 마음이 든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영화의 슬픈 운명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그 점이 관객 분들에게 슬픔을 딛고 아름답게 남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있다”며 애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왕과 신하의 대립과 갈등은 어느 왕조나 다 있다. 특히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때 발생하는 대립은 최고치라고 생각된다. 중국 문화의 지배력을 깨뜨리기 위해서 독자작인 노력을 한 세종대왕과 기존에 있던 신하들, 또 신미 스님과의 어려운 작업을 통해 나아가는 과정들을 좀 더 설득력 있고 에너지 넘치게 표현하고자 노력했다”며 캐릭터 구축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현대극, 사극, 악역, 선역. 매 작품에서 역대급 연기를 펼치며 ‘명품 배우’로 입지를 탄탄히 다진 배우 박해일이 한글 창제의 숨은 주역인 신미 스님으로 분했다.

박해일은 “제가 맡은 신미 스님은 감독님을 통해 시나리오를 받고 처음 알게 된 인물이었다. 조금은 낯선 인물이기 때문에 영화를 본 관객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가장 궁금했다. 신미 스님은 기존 스님과 달리 언어에 능통했다. 이 영화는 불승들을 억압하던 시대다. 그 당시 왕을 대하는 스님의 태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면서 연기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신미 스님의 ‘원칙’에 대해 묻는 질문에 “신미 스님은 이미 그 전부터 불경을 통해 본인만의 문자를 만들고 있었을 것이다. 스님 또한 그 문자를 통한 목적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신미 스님이라는 캐릭터가 워낙 자존심도 세다. 쉽게 말하면 세종대왕이 총 감독이면 심미 스님은 디자이너였다. 그래서 더욱 독창적이고 오래 알려질 문자를 남기고자 했던 것 같다”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박해일은 故전미선 배우에 대해 묻는 질문에 “선배님과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촬영이 끝나면 식사를 하면서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해 너무 안타깝다. 개인적으로 선배님의 마지막 작품을 함께하게 돼서 너무 영광이다. 보시는 분들도 저희 영화를 따뜻한 온기로 품어주셨으면 좋겠다”며 슬픔을 전했다.

▲ 영화 '나랏말싸미' 언론시사회가 15일 진행됐다/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영화 ‘황산벌’, ‘평양성’, ‘사도’. 사극 전문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조철현 감독이 ‘나랏말싸미’를 통해 대중들에게 또 하나의 ‘인생 사극 영화’를 선사할 준비를 마쳤다.

조철현 감독은 “신미 스님은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확신은 하지 못했기 때문에 책자나 논문, 동영상을 찾아서 탐방을 하는 등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그 과정 속 알게된 해인사 앞의 대장경 테마파크가 가장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인도에서 티베트를 거쳐 거란, 여진, 고려, 일본까지 전파되는 과정을 아시아 지도에 ‘대장정 로드’라고 표시를 해놨더라. 그것을 보는 순간 충격을 받았다. 그 길이 표어의 길일 수도 있다고 생각됐다. 그런 과정 속에서 영화 제작을 결심하게 됐다”며 영화의 역사에 대해 설명했다.

조 감독은 극 중 등장하는 훈민정음과 억불정책에 대해 “사극을 많이 하다보니까 역사공부도 하게 됐고 그 과정 속 배운 것도 많았다. 역사 적 사실에 대한 판단과 올바른 것에 대한 가능성에 대한 통찰력을 배운 것 같다. 이 영화의 첫 장면에는 다양한 훈민정음 창제설 중 하나일 뿐이다라는 자막이 나온다. 저로서는 넣고 싶지 않은 자막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누구라도 역사앞에서는 겸허한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억불 정책과 훈민정음 창제라는 것은 이 영화의 기본 전제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세종께서는 비밀리에 이 작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설정이 쉽지는 않았다. 가장 불자 내부에 있는 신미 스님은 실제로 세종대왕의 경쟁자이기도 하다. 그런 갈등 구조를 넣고 싶었다”며 본인의 신조를 소신 있게 밝혔다.

영화는 거의 실내에서만 진행된다. 제한적인 공간 속 촬영이 힘들지 않았는지 묻는 질문에 “그 부분도 고민이 많이 됐다. 그러나 사실 우리 전통의 공간들은 상당히 아름답다. 컴퓨터 그래픽도 가급적 이용하지 않으려 했다. 특히 한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판타지적 요소들은 거의 빼고자했다. 대부분 실내에서 벌어지는 전개임에도 불구하고 한지와 빛과 먹, 붓 등 이것들로만 정겨운 과정을 담아낼 수 있었다. 관객 분들에게는 시각적인 피로감을 줄 것이라는 여러 가지 지적도 있긴 했다. 사실 촬영을 할 때 세계문화 유산이라고 지정된 실제 공간에 들어가서 촬영을 했다. 그 곳은 우리 역사 속에서 계속 흘러내려온 형상들이 여기저기 정밀하게 박혀있는 공간이다. 한 마디로 훈민정음 창제의 공간이었다”며 설명을 덧붙였다.

조 감독은 이어 “할머니, 어머니 누님 아내. 평상시 여자들을 존중하고 무서워하기도 한다. 여자들이야 말로 대장부라고 생각한다. 가장 많이 상처받고 가장 많이 퍼주고 이 땅의 5천년 역사의 홍익인간의 정신을 구현해 온 사람이라 생각한다. 어떤 분이 이런 말을 했다. 권력은 경제나 자본으로 넘어갔다고. 하지만 저는 권력은 21세기부터 여성에게 넘어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도 저는 한명의 대장부, 두 명의 졸장부라고 표현하고 싶었다”며 “전미선 배우는 정말 완벽한 배우였다. 제가 그분의 연기에 대해서는 평가할 수 없을 것 같다”며 한도안 말을 잇지 못했다.

‘나랏말싸미’에서는 주옥같은 대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조철현 감독은 “제가 도저히 만들 수 없는 대사가 있었다. 극 중 후반부에 나오는 대사다. 이 부분은 전미선 배우님이 직접 대사를 만들어줬다. 세종대왕께 ‘두 분이 헤어졌을 때 백성들은 더 이상 당신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라는 소헌 왕후의 대사는 전미선 배우가 직접 만든 것이다. 아마 제가 생각했을 때는 세상에 있는 모든 리더 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인 것 같다”며 전 배우를 그리워했다.

마지막으로 조 감독은 팩트와 허구의 경계선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 영화는 한글을 창제하는 구체적인 과정, 원리와 원칙,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이 주체가 된 영화라고 생각한다. 어디까지가 팩트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는 이제 저도 헷갈려서 잘 모르겠다. 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사실 사실과 허구의 카테고리를 넘어서 진실이라고 믿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현장에서 느끼는 진실에 오염 된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최대한 사실에 기반해 노력하고자 했다”며 답했다.

‘나랏말싸미’ 제작팀은 실제같이 보이기 위해 스크린에 담아내기 위해 6개월 동안 문화재청의 문을 두드렸다. 그 결과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부터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안동 봉정사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문화 유적지 속에서 국내 최초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처럼 영화는 관객들과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당시로 돌아가 전율을 느끼게 만든다.

자음과 모음 총 28자의 ‘한글’ 창제 스토리. 지금껏 알 수 없었던, 보지 못했던 새로운 사극 장르가 펼쳐진다. 오는 24일 개봉.

김혜린기자 gpfls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