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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분석]‘기생충’, 영화계 거장 봉준호가 돌아왔다…지금껏 본 적 없던 가족희비극

기사 등록 2019-05-2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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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봉준호 감독, 최우식, 조여정, 장혜진, 박소담, 이선균, 송강호가 '기생충' 언론배급시사회에 참석했다/CJ엔터테인먼트
[이슈데일리 김혜린기자]거장 봉준호 감독이 돌아왔다. 매 작품마다 영화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그가 내세운 ‘기생충’은 지금껏 보지 못했던 가족희비극으로 충무로에 또 한번의 파격적인 흐름을 가져올 예정이다.

28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용산 CGV에서는 ‘기생충’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봉준호 감독이 참석했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기생충’은 제 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황금종려상을 타며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봉준호 감독은 “가족은 출발점이었다. 한강에 괴물에 있었고 기차가 눈 속을 달리듯이 두 가족이 있었을 뿐이다. 기구한 인연으로 뒤섞인 두 가족을 표현해보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시작됐다. 우리 삶을 이루는 기본적인 단위는 ‘가구’라고 생각한다. 모든 분들에게 가족은 있다. 우리 삶에 놓여있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에서 표현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영화 제작 계기를 밝혔다.

영화는 ‘냄새’에 집착하며 극을 이어간다. 이에 봉 감독은 “냄새는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모티브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더라도 냄새에 대해서는 얘기하기 쉽지 않다. 무례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사적이고 내밀한 것 까지 파고든다. 일부러 냄새를 더욱 부각시켰다. 부자와 가난한자들이 서로 냄새를 맡을 기회는 거의 없다. 동선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비행기에서도 퍼스트, 이코노미석으로 나뉘듯. 그런데 이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어떻게 보면 부자와 가난한자들이 서로의 냄새를 맡는 유일한 상황이다. 영화는 그런 상황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졌다. 냄새는 영화 속 하나의 날카롭고 예민했던 도구다”며 영화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영화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에 이어 봉 감독과 네 번째 작품을 함께한 배우 송강호는 극 중 전원백수 가족의 거장 기택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송강호는 “‘기생충’은 장르 영화의 틀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느낌을 지니고 있다. 조금은 낯설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두렵기도 했지만 어떻게 관객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할지에 대해 고민이 많이 되기도 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훌륭한 배우 분들과의 앙상블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체득하면서 연기를 했던 것 같다”며 동료 배우들에 대해 감사함을 표했다.

그는 이어 “이선균, 최우식, 박소담, 조여정, 장혜진 배우 모두 제가 너무 사랑하는 배우들이다. 현장 분위기는 너무 좋았다. 특히 우식 씨가 제 연기지도를 해주는 장면에서는 스태프분들도 너무 즐거워하셨다. 사실 편집을 해서 일부분만 들어갔는데 사실 더 재밌는 상황들이 많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마지막으로 송 배우는 “개인적으로 영화 팬으로서 이번 영화는 관객 분들에게 재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요소들에 대해 집중해주셔도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사회 속에서의 주관적인 생각들이 우리들을 얼마나 가두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를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며 개인적인 바람을 전했다.

매 작품마다 새로운 연기로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인 배우 이선균이 봉준호 감독과 처음으로 함께했다. 그는 ‘기생충’에서 글로벌 IT기업의 CEO 박사장 역을 맡아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이선균은 “제가 맡은 캐릭터가 너무 부자로 나와서 처음에는 부담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감독님이 대본에 너무나 친절하게 설계를 해주셨다. 제가 존경하는 감독님과 선배님과 함께한 촬영 첫날이 기억에 남는다. 신인 때와 같은 기분 좋은 떨림을 갖고 임했다. 그 첫날의 감정은 잊을 수 없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 왼쪽부터 최우식, 조여정, 장혜진, 박소담, 이선균, 송강호가 '기생충' 언론배급시사회에 참석했다/CJ엔터테인먼트
영화 ‘인간중독’에서의 공기를 뚫고 올라오는 묘한 연기에 반해 배우 조여정을 캐스팅 했다는 봉 감독. 그의 예상대로 조여정은 극 중 박사장네 순진하고 심플한 사모님 연교 역으로 완벽하게 분했다.

조여정은 “이런 작품에 출연한 자체가 영광스럽다. 감사하게 생각을 한다”며 “연교는 돌아가는 모든 상황을 전혀 모르는 전업주부로 일에만 집중하는 캐릭터다. 평소에 다른 역할을 때 에는 너무 많은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연교는 달랐다. 그런 점에서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라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영화 ‘거인’으로 신인남우상을 휩쓸었던 배우 최우식이 ‘옥자’에 이어 봉준호 감독과 또 한번 조우했다. 그는 극 중 전원백수 가족의 장남 기우로 분해 실제같은 연기로 ‘오늘의 청년’을 그려냈다.

최우식은 “송강호, 박소담, 장혜진 배우님들의 가족 한 일원이 됐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그들과 함께 했던 촬영은 너무 즐거웠다. 처음 피자박스 접는 신에서도 즐겁게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극 중 최우식은 송강호에게 연기 지도를 해준다. 아무리 연기라지만 대배우 송강호에게 연기에 대해 조언하는 것은 큰 부담이 됐을 터. 그는 “대본을 처음 읽고 엄청나게 부담감을 느꼈다. 감히 누가 제 나이 또래 배우가 송강호 선배에게 연기 지도를 할수 있나. 아무리 연기였지만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연기를 하면서도 두 번 다시 없을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저에게 정말 소중한 추억이 됐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최우식은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첫 촬영이다. 온 가족이 모여서 피자박스를 접는 장면이었다. 사실 극 중 제 역할이 큰 비중이 있다보니 부담감이 컸던 현장이었다. 그럴 때마다 송강호 선배님이 정말 아버지처럼 해주시면서 긴장을 많이 풀어주셨다”며 송강호 배우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검은 사제들’,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등 매 작품마다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인 배우 박소담이 ‘기생충’에서 전원백수 가족의 딸이자 기우 동생 기정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박소담은 “지금도 제가 칸에 다녀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너무 감사한 마음이 크다. 감독님과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며 칸에 다녀온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굳이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대사가 입에 잘 붙었다. 빨리 직접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 정도로 대사들이 좋았다. 이번에 기정이를 연기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전원백수 가족의 아내이자 엄마 충숙 역을 맡은 배우 장혜진은 지금껏 쌓아온 연기의 탄탄한 내공으로 캐릭터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장혜진은 “저도 새벽에 자지 않고 라이브로 봤다. 감독님이 상을 받았을 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더라. 단톡 방에 모두 축하의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 그 새벽에 시간 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축하주를 마셨다”며 그날의 감동을 잊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는 이어 “이렇게 큰 작품에 큰 역할을 한 것이 처음이라 걱정이 됐다. 감독님과 모든 배우분들이 도움을 많이 주셨다. 그래서 한 장면 한 장면이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다. 특히 촬영 현장에서 제 두툼한 턱살을 보고도 촬영 감독님이 너무 사랑해주실만큼 촬영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다시 생각해봐도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봉준호 감독이 내놓은 7번째 장편영화 ‘기생충’. 영화를 보고 온갖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봉 감독의 말처럼 관람 후 술잔을 기울이며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에 대해 생각을 이어가 보는 것은 어떨까.

이제는 ‘봉준호’라는 장르가 있을 만큼 매 작품마다 독특한 세계관을 보여주는 그의 신작에 집중하라. 러닝 타임 131분 동안 당신은 ‘봉준호 세계관’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는 30일 개봉.

김혜린기자 gpfls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