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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희의 팔도유람기]원주편 "달은 나를 속이지 않는 영원한 벗"-13

기사 등록 2016-07-2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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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박수정기자] 별난 트로트가수를 만났다. 172cm의 큰 키와 서구적인 외모, 우월한 몸매를 갖춘 장태희다. 그는 지난 2010년 EP 앨범 'Modern Trot' 으로 데뷔해 어느덧 6년차 트로트가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장태희는 전국팔도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펼치고 있다. 전국팔도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들이 넘쳐난다는 장태희. 재치있게 풀어낸 장태희의 팔도유람기들을 혼자 듣기엔 아쉬워 시리즈로 이슈데일리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편집자주>

'트로트계의 이하늬' 장태희의 열세 번째 이야기. 이번 편은 KBS 강원도 원주 공개방송의 무대를 다녀오며 무대의 빛과 조명, 그의 33년 지기 영원한 베스트 프랜드 ‘허클베리 핀’ 달의 이야기이다.

이하 장태희의 원문

KBS 강원 교통을 가는 길. 공개방송답게 트롯을 좋아하시는 평소 애청자들이 모인 객석의 열기는 신이 있고 흥이 있는 화끈한 무대였다. 유난히도 무대조명이 예쁘던 그날을 기억한다. MC가 여신이라며 큰 키와 화려한 외모라 소개하자 뻔뻔하게 걸어 나갔다.

하긴 몇 해 전 해외로 세미나 간 언니가 캘리코에 작은 갤러리샵에서 수작업프린팅작품 선물을 주었는데 ‘Venus Tae Hee’라고 돼있었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마치 그런 것처럼.

그렇게 여신포스로 걸어 들어가 느린 템포의 부르스곡을 부르자 사방은 어두워졌고 나를 더 돋보이게 할 은은하고 신비로운 빛이 오로라처럼 감싸 돌았다. 객석도 보이지 않고 내게도 그 빛만 보였다. 마치 혼자서 있는 기분에 3분 동안 기억 속 뇌리에 스친 추억만을 떠올렸다. 이것이 집중이 가장 잘 된 순간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수 백 명의 박수와 함성, 사랑의 에너지로 마음의 허기를 달래고 차에 올라타 창밖을 본다. 다리위로 늘어선 수많은 가로등이 예쁘다. 눈을 지그시 뜨면 불빛이 번져 더 예쁘다. 고개를 더 들어 하늘을 본다. 까만 하늘에 잘 익은 계란 노른자 같은 똥그란 보름달을 보았다.

달님이 요즘 고민이 많으신가? 똥그란 얼굴에 기미가 생긴 듯 잡티가 보이네.

어린 시절 깊은 밤이 찾아오면 늘 내 방 창가에 기대어 생각에 잠기곤 했다. 내가 외롭고 힘든 때 하늘을 보면 반달이었어. 마치 내 모습과 같았지. 무수한 별들이 있지만 그것은 친구들인가. 내 반쪽이 지금 내 곁에 없었던 것일까. 보름달이 뜰 때면 나는 행복했다, 라고 쓴 내 시집이 생각이 난다.

순수하고 진실한 맹세는 달을 보고 했던가.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저기 저 테라스를 보니 로미오가 나타날 것 같군.

부끄럽지 않게 살자. 왜냐하면 저 달이 나를 지켜보고 있으니 말이야.
맑고 밝게 내 두 눈은 또 하나의 우주로 가득 차있다. 금실금실.

더위를 잊게 바쁜 하루를 마치고 잠들려 누웠더니 외롭지 않게 늘 벗이 돼준 달님인데 오늘따라 보였다 안보였다.

늘 그 자리에 있던 친구였는데. 서운한 마음으로 기다렸더니 지나가던 구름에 가려진거다. 멀리 사는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너 방에는 창문으로 하늘이 보이냐고, 달이 보여? 하고 물었다. 누나! 아주 잘 보여요!! 그래...서울은 구름이 지나가면서 잠시 안보였거든. 엉뚱한 확인전화를 마치곤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자기를 보여주는 달님이지만 같은 하늘 아래라지만 지나가는 구름은 다르구나...싶었다.

사람은 저마다 크고 작은 시련을 맞이하는 먹구름을 마주해도 그것 또한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저 달은 나를 속이지 않는 영원한 벗이라고 희망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까만 밤하늘에는 구름도 잠들 꺼라 쉴 꺼라 생각했더니 쉬지 않고 흘러간다. 나의 벗 달님이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단 말이지.

내가 곤히 잠든 시간에도 내 곁을 지켜주는 부지런하고 의리 있는 친구. 이 세상에서 잠드는 것은 인간뿐이라 세상은 쉬지 않고 움직이고 살아있다.

나뭇잎이 흔들리면 바람이 부는 거라고 어둠이 지나고 파란 새벽이오면 아침이 밝아올 꺼라고, 십리 백리 천리만리를 내다볼 줄 아는 지혜로운 인간이 되어 의미 있는 삶을 살기를 소망해본다.

늘 다정한 친구 같던 달님이 때론 저 높은 곳에서 삼라만상 인간세상을 바라보며 내게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내가 그 해답을 찾을 땐 정말 멋진 벗이다 느낀단 거지.

등산 하산 길이였나봐. 스승님과 일행들과 한참을 내려오는데 산속은 왜 이렇게 어둔지 소리쳤다. 선생님!! 달이 나무 위에 걸터있어요. 혼자 떠있기 힘들어서 저기서 잠시 쉬고 있나 봐요. 그러더니 뒤에서 오시던 선생님이 얘기한다. 무슨 소리냐? 달은 혼자 떠있는데? 그러곤 저 뒤에 오는 일행은 얘기한다. 하하하! 달이 갈대 속에 숨어있는데요?

그 순간. 나는 큰 숨을 내뱉었다. 영원함의 상징인 세상에 단 하나 변치 않는 달조차도 한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내가 어느 위치에 서있느냐에 따라 달리 보이는구나. 그 순간 내가 봤던 세상이 타인이 보는 세상과는 다를 수도 있단 것을, 나만의 잣대로 상대를 평가하는 것은 굉장히도 위험한 생각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기준점이 되는 세상은 적어도 그러했다.

친구야. 네가 내게 해주고 싶었던 얘기가 이거였네. 고맙다. 난 또 하나의 닫힌 문을 열고 들어가 새론 세상을 본 듯해!

허연 타월을 뒤집어쓰고 기타를 퉁기며 하얀 창가에 기대어 ‘문 리버’를 부르는 오드리 헵번이 생각이 난다.

I'm crossin' you in style some day
언젠간 나는 그 강을 멋지게 지나갈테야

Oh, dream maker, you heart breaker,
오, 꿈을 쫓아가느라고, 나를 애태우는 사랑이여

Two drifters off to see the world
세상을 알기 위해 길 떠난 두 표류자

There's such a lot of world to see
세상엔 볼거리들이 넘 많거든요

We're after the same rainbow's end
우리는 같은 무지개를 쫓고 있어요

Waitin' 'round the bend
애타게 기다립니다.

My huckleberry friend
나의 허클베리 친구여,

Moon river and me
달빛 가득한 강 그리고 나

나의 허클베리 핀 친구는 달님이야. 세상을 알기위해 떠난 유람길, 넌 정말 멋진 친구야. 우리는 33년 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