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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희의 팔도유람기]경상북도 거창편 "트로트는 삶이다" -15

기사 등록 2016-08-04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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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박수정기자]별난 트로트가수를 만났다. 172cm의 큰 키와 서구적인 외모, 우월한 몸매를 갖춘 장태희다. 그는 지난 2010년 EP 앨범 'Modern Trot' 으로 데뷔해 어느덧 6년차 트로트가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장태희는 전국팔도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펼치고 있다. 전국팔도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들이 넘쳐난다는 장태희. 재치있게 풀어낸 장태희의 팔도유람기들을 혼자 듣기엔 아쉬워 시리즈로 이슈데일리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편집자주>

'트로트계의 이하늬' 장태희의 열 다섯 번째 이야기. 이번 편은 경상북도 거창의 공연간 날의 에피소드와 '어머니'와 관련된 이야기다.

장태희의 원문

이번 편은 경상북도 거창 어버이잔치에서의 어르신들과의 진한 만남. 나이답지 않은 특유의 입담 아우라가 걸 맞는 이유! 평소 부모사랑이 넘치는 그녀의 발자취를 얘기한다.

기운 없는 어르신들 일으키는 것은 뭐? 바로 소리다! 청이 조타고 귓속말로 뽀뽀 날리시며 하시는 말씀에 나는 빵터졌다. 다리통이 튼실하니 억쑤로 보기좋다고

“어머님 아버님 패티김선생님 아시죠 장태희가여 패티김 선생님하고 키가 비슷해요 호호호”

어떻게든 그들과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아직 시집안간 처녀니께 기회가 남았응께여 맏매느리로 욕심나면 저뒤로 찾아오이소 아셨지예

노래하고 일장연설! 저기 뒤에 앉으신 면장 구청장님 보다 여자국회의원 같았다는 후문 우짜지연설이 더 흡입력이 있는데

고목나무 매미처럼 계속 찰싹 붙어 다닌.아지매~ 앗따 무슨 매니졉니꺼 더워죽겠고만 붙어댕기쌌노 붙어 댕기기는 웃겨 죽는 줄 알았다. 하부지 나랑 골반 춤추다 젊은 아가씨 힘에 퉁겨져 나가떨어지고 노래만 할라꼬 했는데 힘자랑 해부렀고만

그들의 오래되고 낡은 가슴속에 숨은 애간장 을 스쳤나. 할머니 한분이 이끌린 듯 걸어 나오셔서 내 얼굴에 볼을 비비신다.

갑자기 눈물이 핑돌았다.

‘할머니 오래 오래사세요. 제 팔뚝이랑 장딴지 봤죠 제가 저승사자 다 때려눕힐게요 우리 또 다시 만나요!’

그렇게 돌아서 나는 혼자 중얼거린다. '우리..이제..또..언제만나요..' 난 늘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만남과 이별을 가슴에 품고 노래하는 이유다.

트로트가수는 행사를 많이 뛰고 행사는 많이 할수록 좋고 지방무대가 주를 이룬다고만 생각하겠지만 예술의 전당 카네기홀 호텔볼륨에서의 멋진 조명 저 멀리 불빛에 가려 보이지 않는
관객이 아니다. 무대에서 내려가 흙을 밟고 때론 잔디도 밟고 때론 잘 보이라고 함께하자고 의자위로 올라가기도 하고 함께하자 마이크를 건네 드리기도 한다.

대중음악이 대중과 함께하는 가식 없이 진솔해지는 찰나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노래하니 그들이 주인공인 셈이다. 그들의 젊은 시절의 노래 그들의 부모님의 애창곡..손주 손녀사랑 깊었던 우리 할머니할아버지의 노래다.

그것이 대중가요 트로트이다. 트로트는 삶이다

우연히 지역방송의 TV를 보다 그 내용에 한참을 집중 했어. 막내아들 먼저 보낸 할머니는 아들이 어머니 좋아하는 막걸리 들고 저 대문을 박차고 들어왔던 모습을 생각하며 혼자 술잔을 기울이며 "하느님은 멍텅구리여 늙은거 안 데려가고 젊은 우리 아들 데려갔다고 엄니 빨리 데려가라 하늘 나라가서 같이 손잡고 다니자"

밭일나간 할머니 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오매불망 기다리던 할아버지.

할매 보자마자 이놈의 망구탱이 호랭이가 물어간줄 알았네 썩을 밥달라고 투정하는 신혼같은 80대 부부.

‘여보 자슥새끼 저것대로 잘살고 인자 우리만 생각하면서 남은 세월 삽시다. 세상에 좋은 것도 기쁜 일도 많소 욕심만 안 부리면 우리 애기들 고생할 것까지 내가 다 해부렀소. 만고풍상 다 겪었소 자식들은 고생안해. 내가 다 할 것 인께.못난 어미한테 어째 이런 자식들이 나왔는고 나만못났제 우리 자식들은 인정받고 대우받고 산당께.. 자랑하시던 할머니..
느그들만 잘살아라 그게 소원이다.‘

빈 유모차를 끌고 밭길을 거니는 할머니. 굽어진 허리는 세월의 풍파의 견더 낸 오랜 고목 같이 단단히 그러했다.

젊음은 한때 세상 가장 귀한 인연은 부모자식일거야. 부부간의 연이기도 할 거야 가슴 벅찬 아침 만들어진 허구가 아닌 진실한 진짜의 삶에 뜨건 눈물 찔끔해부렀네. 부모님께 효도하고 형제 자매 우애 있게 행복하게 살자구요.

우리엄마

장 여사 베풀 '장'
내 집에 온 손님은 따신 새 밥해서 먹여 보내야하고 상차림도 사기그릇 김치 국물 지문하나 안 남게 정성스레 담아 그 많은 손님상 차려내시던 엄마 보고 배운거 많아 이제는 모습까지 많이 닮아 붕어빵.

학창시절엔 도시락 안에 쪽지편지로 ‘우리 딸 사랑한다. 밥 많이 먹고 건강하게만 커다오’
하셨는데 심하게 건강해지고 말았다.

여자 입에서는 항상 아카시아 향기가 나야된다면 내화장대위에 사기도 힘든 아카시아껌이 가득 있었다. 외출하는 길 껌 하나를 건네시길래 “왜? 나 입 냄새 나드나?”하니 빵긋 웃으시며 미안한 말투로 “응...쫌 많이(웃음).“라고 이야기 하신다.

늘 출근길 외출 길. 유쾌한 유머로 아침발걸음을 흥나게 해주시는 엄마. 오늘은 왜 이렇게 이쁘냐고 살 빠졌다고 터지려는 나의 종아리를 보며 너무 발목이 쫑긋하고 각선미 있다고 칭찬해주신다. 나의 이유 있는 자신감의 원천이다.

어릴 적부터 날 앉혀놓고선 너는 효녀라더라 하면서 진짜 그렇게 만들었다. 내가 외출하면 돌아올 때 까지 가족들이 기다렸다 통닭한마리든 빵이든 뭐이든 양손가득 들고들어갔다. 왜냐? 나는 효녀니,

가수 가수님 하더니 가수가되었는데 얼마전부턴 동상에게 김선생님 하기 시작했다. 아마 선생이 곧 될것 같았는데 한차례 위기가 오자 알바로서 시간을 버는 동상에게 채찍보단 유머로 대하신다.

대리님 승진 하실 때 안되셨나요? 분발 하라는 충청도식 유머인가.

언니는 십 수년 전부터 공주라 불리었다. 지금은 갈수록 여왕이 되어간다. 장 여사 말되로 될지어다.

품안에 자식이라고 그 누가 말했던가. 어릴 때는 껌 딱지처럼 붙어서는 안 떨어지려고 울고불고 바닥에도 못 내려놨다는데 지금은 하루 종일 기다린 엄마께 피곤하다며 대화를 거부하면 내방 침대에 기대어 앉자 창밖을 내다보시며 얘기한다 참새야 이리 온나 내랑 놀자꾸나 니는 짹짹짹 노래도 불러주고 화도 안내고 너무 착하네.

그 모습을 본 언니는 내게 “야..안되겠다. 뷔페 쏘고 쇼핑시켜드리자”

바다 같은 우리엄마 그 넓으신 덕으로 밝게 웃고 열심히 사는 모습보고 우리가 어찌 헛살겠어. 여자지만 여장부로 치마가 아닌 바지 입은 것처럼산 것 다 보상해줄게.

나랑 똑같은 우리 엄마. 살 빼라고 살 빼라고 난리하셔서 엄마도 빼라고 하니 엄마의 뱃살이 가정을 지켰다며 유머 던지시는 그런 긍정의 빛을 닮은 나.속눈썹 달고 청담동 메이크업한 나보다 이쁜 엄마.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부모님 잘 봉양하고 맘 편히 한번 모시리다.

엄마 아빠가 주신 선물이 형제인 걸 안다. 학창시절 빵긋 웃는 엄마 얼굴 떠오르면 나쁜 짓 못했었는데 한평생 큰살림 큰손으로 아빠에게 너무 잘해 별명이 천사..그걸 보고 자랐으니 난 이담에 참 남편에게 잘하겠어. 호호

우리남동생 도형이 손바닥만한 신발신고 노란 코딱지 달고 너무 말라서 팬티스타킹이라고 놀림 받아 둘째누나에게 일러바쳐 그놈 잡아다 한강에 빠뜨리게 다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학교 앞 문방구서 산 메추라기 죽은 지도 모르고 이불 덮어주며 아직 잔다고 하던 순진한 막내가 산보다 더컸던 엄마를 번쩍 들어 올리게 컸네.

역시 큰자식은 큰엄마가 놓는가봐. 유리관속 인형 같던 언니는 지금도 그림처럼 모나리자같아. 나는 지금도 기분파 가운데서 혼자서 잘 컸네. 자고나면 빵긋 웃고 지금도 그런데 쪼께난게 기분이 어딨나며 혼났지.

나의 꿈이 나의성공이 저리도 환히 웃는 가족의 얼굴을 내 눈에 담는 것이요. 길지않은시간을 소중히 가꿔나가는 이유일 것이라.

비바람에 나가보니 호박이 주렁주렁 고추가 한가득 매달려있어요.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힌단걸 알았는데 꽃이 피고 나서 중간에 정성을 다하지 않으면 열매가 맺히지 않는단 걸 배웠다.

어떤 꽃은 시들어 열매가 자라다 썩어버리고 어떤 꽃은 건강히 그 소임과 생명을 다해 탐스러운 결실을 맺고 있었다.

세상살이도 무언가 목표를 정하고 정진할 때 잠시도 그 긴장을 늦추지 않고사랑과 정성을 한곳에 집중해야 한단 걸 느꼈다.

자식농사 고추농사 호박농사 인생농사 잘 지으려면 그래야 한 단거다.비바람에 쓰러졌나 나가보니 더욱더 힘입어 더 푸르르게 매달려있는 고추를 보니 대견했단거지. 농사 잘 짓자. 인생농사.

마미 생신

아침 일찍 제일 처음 만든 신선한 케잌을 사들고 초 붙여드렸다. 지난밤 내 방문을 똑똑똑 노크하시며 빵긋 웃는 미소로 엄마는 자기생일을 알리러 왔다고 하셨다. 나는 "아이씨 뭔데? 어쩌라고"하고 문을 쾅 닫았다. 아침 일찍 외식을할까? 선물을 살까? 고민을했다.

집안의 장녀인 언니가 나를 보더니 양심이 바르다며 칭찬해주며 들은 강의를 전해주었다.

대한민국사람은 외국에 나가서살면 더 고국의 그리움이 짙어지고 애국심이 생긴다한다. 일찍이 기나긴 식민지로 나라를 뺏긴 슬픔의 원통한 역사의 시간동안 가난한 배고픈 나라의 민족이 란 것에서 더 잘살아야했고 더 열심히 일해야만 했으며 전세계 이곳저곳 광부로 간호사로 건설노동자로 이억만리 타국으로 나가 더 커져가던 애국심 효자효녀국민들이었단다.

그렇다. 가난한집에서 효자효녀가 나온다는 얘기가 그 얘기인가보다. 부족함 없이 컸다

최고의 드레스를 맞춰 입고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를 언니와 함께 나가 포토제닉 여왕을 수상한날 온 동네 꼬마친구들을 초대해 돈가스 파티도 열어주셨다.

부모님의 건강에 적신호가 왔을 무렵 먼 산만 봐도 눈물이 나고 아버지가 좋아하는 팥빵만 봐도 그 자리에서서 한없이 눈물 흘리던 소녀시절이 있었다.내성공의 목표와 그이유가 엄마 아빠의 환히 웃게 하자는 작은 가슴의 결심이 나를 살게 했다. 삶이라는 것을 겪고 수많은 시험을 치르다보니 마음의 근육이 단단해지는 거겠지만 세상 제일 행복한 것은 내부모의 웃음이요. 내자녀의 웃음일께다. 웃으면서 사랑하면서 행복하게 삽니다!!

달마시안 언니와 나 까만 엄마. 아주 오랜만에 찰칵!

따듯한 차 한잔 들고 내방에 노크하시며 ‘우리집 귀요미 귀요미’하는 엄마 그 말 인즉 ‘귀요미’는 지갑 열어라는 얘기. 애교만점 엄마 따라가려면 멀었다. 돈이 나가면 몸에 기운이 쫙 빠지는데 ‘귀요미’소리에 충전.

효도하는날 아낌 없이 썼다. 깔빵맞게 살림도 잘하시고 아버지께도 헌신을 다해 잘하시고 힘든 시간 속에서도 아이처럼 밝은 미소로 가족들 웃겨주시는 엄마 어릴때 옥수수 좋아했다고 하셔서 명동 리어카 서 사드리니 세상 다가진 표정으 내주머니는 완전 다 열려버렸다.

옷가게에서 난 얘기했다 매니저님 제일 좋은 거로 초이스해주세요. 그날이후 티 날정도로 아침식사 때 좋은 반찬은 내 앞에다 몰려있다.

“캬 돈이 양반이구만”

내가 돈이 좋구나 느끼는 순간이다.

회심곡의 한대목이 뇌리를 스친다.

은을주면 너를사고
금을주면 너를사랴
애지중지 기른정을
사람마다 부모은공
생각하면 태산이라도 무겁지 않겠습니다.

모진세상바람에도 밝은 웃음 잃지 않으시는 어머니를 바라보면 나도 따라 웃습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고 속살 잘 익은 수박 한덩이 썰어주신다. 햇볕을 잘 받아서 이렇게 잘 익었드나 설탕과 소금 남과여 싱거운 수박에 소금을 살짝 치면 단맛이 강해진다지. 그러한 지혜를 나는 거울 보듯 엄마에게 배워간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여신은 바로 어머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