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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케치] '판타스틱','연기구멍' 없는 명품 배우들의 향연

기사 등록 2016-09-2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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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상록기자] 역시 진정한 배우들이었다. 자신의 포지션에서 한치의 빈틈도 없이 맡은바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판타스틱'의 주역들. 이들은 좋은 작품에는 훌륭한 연기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23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양촌리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는 JTBC 금토 드라마 '판타스틱'(연출 조남국,극본 이성은)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김현주,주상욱,박시연,김태훈,조재윤이 참석해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드라마에 대한 소견을 전했다.

'갓소혜','갓현주'. 다소 거창할 수도 있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김현주의 존재감은 드라마의 상승세를 이끌어가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밝고 유쾌하지만,그 안에 담겨진 페이소스를 동시에 드러내는 김현주의 마법같은 연기는 감탄을 넘어선 경이로운 수준에 가깝다.

김현주는 "이소혜라는 인물에 집중을 한다면 오히려 촬영을 못할것 같다."라며 "우리 드라마는 슬프기만 한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그 상황 속에서 나오는 감정의 경계선을 적절하게 지키려 하고 있다"라고 시한부에 놓인 이소혜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있어 중점을 두는 부분을 설명했다.

그는 류해성과 연애를 시작했는데 실제 이소혜의 상황에 놓인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냐는 본지의 질문에 "이소혜도 아직 완전히 마음을 결정한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시한부라는 힘든 상황 속에서 어렵게 찾아온 사랑을 포기할수는 없고...그런 여러가지 갈림길에 놓여있는것같다."라며 "나는 그래도 의지를 할 것 같다.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더 많이 사랑하고 그 순간을 느끼고 싶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김현주는 매 장면마다 캐릭터가 놓인 기분과 상황을 온전히 이해하며 벌써부터 수 많은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특히 첫회에 암을 선고받고 자신의 몸에 있는 종양을 바라보며 "그래도 예쁘다"라고 되뇌었던 장면은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김현주는 "나도 여자고 이소혜와 실제 나이도 비슷하니까 충분히 있을 수 있는일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그 씬이이 가장 짠하고 슬프게 다가왔다"라고 연기를 하며 느꼈던 감정들을 떠올렸다.

그는 이어서 "죽을만큼 힘들었던 적은 아니지만,개인적으로는 힘든일이 있었다. 드라마를 하게 되면서 내가 죽음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공포감과 두려움이 굉장히 크다는걸 느끼게됐다."라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잘 보내야할지에 중점을 두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고 현재 암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분들에게 조그마한 위로를 전하는 에너지 같은 드라마가 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김현주의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이를 받쳐줄 수 있는 믿음직한 파트너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클 수 밖에 없다. '우주 발연기'라는 타이틀의 한류스타 주해성 역을 맡은 주상욱은 데뷔 후 가장 극적인 캐릭터 변신을 통해 본인의 연기 스펙트럼을 한층 넓혔다.

전작 '화려한 유혹'에서 선보인 진지하고 묵직한 그의 모습은 어느새 잊혀질 정도로 주해성의 매력은 상상 이상이다.

주상욱은 '발연기' 캐릭터를 맡게 된 후 주변의 반응에 대해 "처음에는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고 어떻게 할까 신경을 썼던 부분이 '발연기'라는 설정이었다"라며 "극에서 재미를 느끼게 해야되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부담이 됐다. 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아서 감사드린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제가 그렇게 연기를 하면 드라마의 전체적인 톤과 맞지 않아서 '나혼자 오바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는데 지금은 조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주상욱은 이어서 "최근에는 그런 씬들이 잠시 나오지 않고 있는데 다시 들어가게 된다면 제대로 된 '발연기'를 보여드리겠다. 생각보다 그런 과장된 점을 표현하는 부분이 많이 어렵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고 주해성 캐릭터를 연기 하면서 일어난 변화와 생각을 말했다.

주상욱은 인생작을 만났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는 이야기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분들이 그런 말씀을 하는지 듣고 싶다"라며 쑥쓰러운듯 웃었다.

그는 "배우가 맡은 역할이 실제로 잘 어울린다는 평가들은 너무나도 좋은 칭찬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먼저 드리고 싶다"라며 "모든 배우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어떻게 하면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을 많이 했다. 이 역할은 저 혼자 잘해서는 될 수 없고 주변분들과의 호흡이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도 '인생 연기'를 보여드리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드라마는 김현주,주상욱에 주된 초점을 맞춘 것처럼 보이지만 두 사람의 관계 이외에도 다양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진정한 '판타스틱4'의 조합을 구현하고 있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삶의 가치와 사랑을 찾아나서는 '걸크러쉬' 박시연, 이소혜의 '암동기'이자 부드러운 현실 남친의 로망을 나타내고 있는 김태훈. 주상욱의 곁을 묵묵히 지키며 '브로맨스'를 보여주고 있는 조재윤까지. 각자의 사연이 담겨있는 이들 역시 드라마의 주인공이나 다름 없다.

김태훈은 "홍준기라는 사람은 죽음의 끝을 겪어보고 초월했던 인물이다"라고 캐릭터 설명을 했다.

그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저한테도 그런 부분이 있을 줄 알았다"라며 "그런데 내가 보기보다 평소에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됐다. 연기를 통해서 겪어보지 못했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라고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느꼈던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김태훈은 이어서 "홍준기는 죽음에 대해서 다르게 받아들이고 '웰다잉'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죽음이라는 순간을 어떻게 하면 무겁지 않고 따뜻하게 그려낼 수 있을지를 많이 상상했다"라며 "예전에 보검이와 촬영을 했는데,그때 긍정적이고 사람을 평화롭게 만드는 아름다운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라며 "물론 다른 점은 있겠지만 그런 박보검의 기운을 홍준기에게 투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시연은 극중 '시월드' 속 배우들과의 호흡에 대해 "다른 선배님들을 이번에 처음 보게됐는데 저 못지 않게 인상이 무서운 면이 있었다"라며 "하지만 설이가 괴롭힘을 당하고 무시받는 장면들이 나올때마다 '어떻게 이런 집이 있을 수 있냐'라고 공감하고 걱정해주셔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조재윤은 최근 화제가 됐던 오열신과 자신의 전반적인 연기를 언급하며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라디오스타'에서 나온 박중훈,안성기의 이야기를 다시 보면서 배우와 매니저의 호흡이 어떤 것인지를 되새겨봤다"라며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끈끈한 감정들을 떠올리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 계신 분들의 공이 큰것 같다. 저는 드라마의 웃음코드를 만들어내는데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너무 좋다"라며 "앞으로도 상욱씨가 잘해낼 수 있도록 옆에서 도움을 주겠다. 지수씨도 저와 같은 마음일거라고 생각한다"고 동료들에게 감사인사와 함께 건강 문제로 인해 촬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지수를 언급했다.

기자 간담회가 진행되는 30여분의 시간 내내 현장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편안하고 친한 친구들을 보는 것처럼 환상의 팀웍을 자랑했던 배우들의 모습은 드라마의 순조로운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했다.

아이돌의 연기력 논란. 해마다 거론되고 있는 이 같은 문제점은 적어도 '판타스틱'의 세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단순히 대본의 대사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 이상의 진실된 감정과 진한 감동을 선사하는 이들의 열연은 '판타스틱'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할 것이다.

오늘만 사는 것처럼 가슴 뜨거운 배우들이 뿜어내고 있는 열정의 끝이 아름답게 마무리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사진=JTBC)

김상록기자 honjk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