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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독전’ 조진웅 “‘행복한 공허함’ 느끼셨으면 좋겠다”

기사 등록 2018-06-0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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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NEW 제공
[이슈데일리 최하은기자] ‘섹시한 중년’의 종결자, 배우 조진웅이 영화 ‘독전’으로 관객들을 찾았다. 예고편 공개부터 흥행 시동을 걸고, 개봉 직후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한국 영화 중 최장기 박스오피스 1위를 점령하고 있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를 끌고 갔던 조진웅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았다. 과연 그에게 이번 영화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조진웅을 만나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독전’은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범죄극으로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이야기를 다뤘다. 조진웅은 극중 베일에 싸인 이선생을 필사적으로 쫓는 마약 전담 형사 원호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영화를 본 소감을 묻는 질문에 조진웅은 “눈물 날 것 같아요. 왜나하면 작년에 그렇게 치열하게 작업했던 것이 보상 받는 느낌이에요”라며 웃어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약간은 통통하면서도 탄탄한 몸이 트레이드 마크였던 조진웅. 그는 이번 영화를 위해 다이어트를 감행했다고 한다.

“작품에서 요구하고 저도 기대했던 부분이에요. 한 기자님의 말을 인용하자면 ‘유분기 없는 마른 장작’ 같은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 작품 시작할 때 정말 고민 많이 했어요. 촬영하면서 술 한잔도 안 먹었는데 그건 감독님과의 약속이었거든요. 그래서 같이 작업했던 후배들이 힘들었을 겁니다. 그래도 의상 피팅을 할 때 처음 사이즈를 재는데 그때 당시 살이 많이 빠져있어서 옷을 집어야 했어요. 그럴 때 배우로써 느끼는 희열이 있죠. 저는 원래 의상 피팅 할 때 가장 쪄서 가거든요. (웃음)”

원호라는 캐릭터는 연기하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을 수 있다. 스토리 안에서 감정이나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이 변화하는 지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영화의 중심 축에 서있어야 하니 부담감이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조진웅은 자신의 몫을 톡톡히 감당했다.

“원호에게 형사는 하나의 ‘점퍼’ 같은 거죠. 형사는 틀 밖에 없고 원호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지점이 훨씬 많았어요. 형사라고 느껴지는 부분은 마약 수사팀에 있을 때 뿐이고 나머지는 그 사람이 느끼는 부분에 대해 표현을 했죠. ‘이 선생을 왜 쫓아가지?’라는 개념조차 없어지는 시기가 오더라고요. 원호가 쫓아가는 당위성이 부족하다고 얘기하시는데 저는 ‘나는 왜 영화를 하지?’라는 지점까지 갔어요. 사실 본인한테 그런 질문을 잘 안하는데 그런 질문을 하게 만들더라고요.”

이해영 감독은 관객들이 ‘열린 결말’이라고 있을만한 엔딩을 선사했다. 노르웨이 설원에서 펼쳐진 두 사람의 어떤 이야기는 조진웅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조진웅은 ‘상업 범죄 오락 영화’가 자신에게 던지는 묵직한 삶의 질문이 의아하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독전’은 참 당돌한 영화였다.

“촬영이 종료되고 정말 많이 울었어요. 엔딩을 찍을 때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질문을 저한테 하게 되면서 공허함을 느꼈어요. ‘너 여기 까지 왜 왔어?’라고 저에게 물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이 영화가 이 시점에서 나한테 이런 질문을 던지지?’라고 생각했어요. 참 당돌한 영화에요. 그래서 결국 ‘그래서 어떡할건데’라는 질문으로 마무리 됐어요. 왜 상업적인 범죄 오락 영화가 왜 이런 질문을 저한테 남겼는지 참 이상해요. 노르웨이 촬영을 마치고 어땠냐고 물어보시는데 그냥 ‘좋았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억울하고, 많은 생각을 했다기에는 너무 짧아요. 결코 그냥 지나가는 영화는 아닌 것 같아요.”

조진웅은 꾸준히 마약 소재의 영화에 출연했다. 흥미롭게도 그는 과거 YMCA 마약퇴치 운동본부에서 교육을 받고 연극을 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 경험 때문일까. 그는 마약에 대해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함양하고 있었다. 분명 실제적인 연기를 펼치는 데도 도움이 됐을 터다.

“제 각오는 ‘죽기 직전까지 하자’였어요. 이 다음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했죠. 영화 속에서 원호가 흡입하는 마약의 양은 실제 치사량이래요. 필로폰은 단 1회 투여량으로도 중독이 되거든요. 사실 부산에서 연극할 때 YMCA 마약퇴치 운동본부에서 교육을 받았었어요. 마약과 관련된 연극도 했던 기억이 나요,”

조진웅은 현장과 메가폰을 잡는 감독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감독님에 대해 재치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지만 이는 조진웅과 감독의 친밀감에서 비롯될 수 있는 것이었다.

“현장은 굉장히 살가운 공간이에요. 연기라고 하는 게 내가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는 거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 연기는 별로였는데’라고 이야기하면 내가 살아가는 게 별로라고 느끼게 되는 거든요. 그래서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에요. 나의 모든 이데아를 열지 않으면 감독님과의 교감은 힘들어요. 어찌 보면 가족 보다 도요. 최초로 연기를 보고 승인을 하는 사람이 감독님이기도 하고, 나의 치부를 드러내야 해요. 그래서 연출자가 가지는 몫이 굉장히 큰 거죠. 그래서 저는 감독님에게 많은 것들에 대한 권한을 부여해요. 어제도 배우들하고 감독님하고 술 한잔 했는데 너무 좋았어요. 영화를 찍고, 작업을 하는 게 같이 살았다는 이야기에요.”

앞서 말했듯 조진웅은 ‘독전’을 통해 공허함을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분명 그것은 감정적인 소모 때문에 존재하는 공허함이 아닌 자신에게 던져진 질문의 답의 부재로부터 오는 공허함인 듯 했다. 그 ‘공허함’이 단순한 감정적 소모가 아니라는 점은 조진웅이 영화로 관객들이 ‘행복한 공허함’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말에서 역시나 드러났다.

“영화를 작업할 때 맹목적으로 바라는 목적이 있었던 건 ‘대장 김창수였어’요. 그런데 저희 영화는 그렇지 않아요. ‘이 영화를 이렇게 보세요’라고 이야기할 수 없어요. 맘대로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영화를 보신 이상 주머니에 꼭 넣으셨으면 좋겠어요. 소장하시라는 소리죠. 분명히 영화가 마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까지 앉아계시는 분도 있을 것 같고, 집 갈 때까지 생각이 나는 관객도 있을 것 같아요. 작업자들의 의도를 알아채주는 관객이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행복한 공허함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조진웅에게 ‘독전’이 남긴 공허함은 분명 해결될 것이다. 또 그는 자신에게 삶에 대한 답이 분명히 찾아올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인터뷰가 마무리 될 때 쯤 “만약 그 답을 찾으시면 다음 인터뷰때 꼭 알려달라”는 기자의 말에 “당연하죠”라고 답한 조진웅. ‘너 여기까지 왜 왔어?’라는 질문의 답을 들고 반갑게 찾아올 조진웅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사랑, 예술 같은건 무형이지만 우리는 있다고 믿고 있어요. 그걸 믿고 가듯이 이 영화를 찍은 후 저에게 던져진 질문에 대한 답이 언젠가는 올 거라고 믿어요. 간만에 대학생 같은 뭔지 모를 에너지를 느끼네요.”

최하은기자 rinon9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