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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곽도원 “‘강철비’는 발칙한 상상 담은 작품”

기사 등록 2017-12-2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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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NEW 제공
[이슈데일리 전예슬기자] ‘연기의 결이 다르다.’ 이 말은 배우 곽도원을 가리키는 말이 아닐까. 장르불문,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곽도원은 영화 ‘강철비’(감독 양우석)에서도 새로운 얼굴을 하고 관객들을 찾았다.

영화 ‘변호인’에 이어 양우석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이다. ‘강철비’를 위해 영어, 중국어까지 섭렵한 그는 양 감독의 무한 신뢰감을 연기를 통해 입증한 것.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 라디오엠에서 만난 곽도원. 그가 들려주는 ‘강철비’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지난 14일 개봉한 ‘강철비’는 북한 내 쿠데타가 발생하고, 북한 권력 1호가 남한으로 긴급히 넘어오면서 펼쳐지는 첩보 액션 블록버스터다. 곽도원은 극중 남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 역을 맡았다. 그동안 맡아온 엘리트들 중에서도 가장 똑똑한 인물로 그 어느 때보다 각고한 노력을 했다.

“결론에서 매력을 느꼈어요. 핵을 보유한다는 게 상상만 해도 통쾌하고 상쾌한 느낌이었죠. ‘진짜 이렇게 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 시나리오를 받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1980년대, 러시아가 소련이었던 시절, 미국과 두 나라만 핵을 가지고 있었을 때 냉전체제였지만 가장 평화스러웠던 시기라고 하시더라고요. 냉전이 오니까 싸움도 없었고, 집시, 히피, 팝 등 문화적으로 융성했을 때였죠. ‘강철비’도 싸움을 이야기하는 게 아닌, 힘의 균형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거죠. 상상만 해도 재밌었던 것 같아요. 이 영화가 세상에 공개됐을 때 세상은 어떻게 반응할까 하는 호기심과 궁금증이 들었어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아닌, 발칙한 상상이죠.”

▲ 사진=NEW 제공
현 시대를 관통하는 ‘핵전쟁’ 위기를 소재로 한 ‘강철비’는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핵전쟁 시나리오를 스크린 위에 그렸다.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와 미래를 내다보는 양우석 감독의 통찰력이 관객들에게 강렬한 화두를 던진다. 곽도원 또한 ‘강철비’ 촬영 후 남과 북,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에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촬영을 위해 남북출입소를 갔어요. 저 뒤로는 북한이라고 넘어가면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아직 우리나라가 휴전국가라는 것이 피부에 와 닿았어요. 외국에서 우리나라가 위험하다고 하잖아요. 그게 정말 와 닿았어요. 전쟁을 쉬고 있는 휴전국가라는 것을.”

곽철우는 중국어, 영어까지 3개 국어에 능통한 엘리트다. 나라의 위기를 앞두고 일을 할 때 진지한 모습이지만, 두 아이 앞에서는 철없는 아빠다. 특히 가수 지드래곤의 ‘삐딱하게’가 흘러나올 땐 몸을 맡겨 부르는 특유의 유머러스함까지 갖춘 매력적인 인물이다.

“영어, 중국어의 엄청난 장벽에 부딪혔어요. 몇 달을 외웠던 것 같아요. 하하. 고위공무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딱딱한 이미지를 떠올리잖아요. 사실은 옆집에 사는 사람들의 이미지일 수 있어요.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가까이 사는 동네 아저씨들이죠. 그분들을 접하거나 만나게 되는 건 뉴스나 공적인 곳에서 만나니까 딱딱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동네 아저씨라고 생각하면 어려울 것은 없죠. 곽철우 역시 공적인 일을 할 때는 딱딱한 이미지지만, 일상에서는 반대죠.”

곽도원은 그동안 엘리트 캐릭터를 주로 맡았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검사, ‘변호인’에서는 경찰, ‘황해’의 교수까지. ‘강철비’ 또한 외교안보수석이다. 배우의 이름을 들었을 때 절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는 것은 어쩌면 ‘양날의 검’과도 같다. 이는 이미지의 고착화가 될 수 있기 때문. 이에 대한 고충은 없을까.

“없는 것 같아요. 고위공직자라는 단어로 포함시켜서 그렇지 다 다른 인물들이에요. 영화, 주제 모두 다르죠. 양우석 감독님과 두 번째 호흡이에요. 다시 한 번 불러주는 건 전작의 믿음에 대한 재확인이죠. 전혀 다른 캐릭터인데 믿어주시고 쓰인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에요. 제가 가지고 있는 색깔들을 다양하게 봐주셨죠. ‘변호인’의 차동영과 ‘강철비’의 곽철우는 완전히 달라요. 저를 캐스팅 해놓고 곽철우를 생각해 쓰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를 또 믿어주셨다는 것 자체가 진짜 감사한 일이죠.”

▲ 사진=NEW 제공
곽도원의 장기가 드디어 빛을 발한 ‘강철비’다. 정우성과의 ‘케미스트리’, ‘브로맨스’는 곽도원이기에 가능했다. 엄철우(정우성 분)를 향한 곽철우의 ‘진심’. 이는 곽도원의 진정성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저의 일상이 많이 묻어있어요. 그동안 했던 영화 중 ‘강철비’에서 곽철우가 일상의 저와 가장 닮아있죠. 지드래곤의 ‘삐딱하게’ 노래를 부르는 것들을 보면 말이죠. 하하. 처음엔 ‘삐딱하게’가 아닌 ‘판타스틱 베이비(FANTASTIC BABY)’였요. 그런데 곽철우로서 와 닿지 않더라고요. 곽철우 나이대의 남자들이 듣고 좋아해야하는데 곽철우 입장에서 들었을 때 ‘삐딱하게’가 더 좋더라고요. 곽철우는 이혼한 후 양육비를 와이프에게 보내고, 100만원 조금 넘는 돈으로 살아가는 사람인데 ‘판타스틱 베이비’ 가사가 와 닿을까 라는 생각이었죠. 현장에서 감독님께 ‘삐딱하게’가 더 와 닿는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런데 저작권을 이미 받아놓은 상태라고 하시더라고요. 다행히 일이 잘 풀려서 결과적으로 나쁜 선택은 아니었어요.”

3개 국어를 하는 엘리트 곽도원을 보면 참으로 섹시하다. 이 외에도 정우성과 함께 만들어내는 ‘케미’도 ‘강철비’의 볼거리 중 하나다. 두 사람은 영화 속 한 민족으로서 가슴 뜨거운 우정과 함께, 동질감까지 표현해내 관객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정우성은 죽을 것 같이 준비하고, 연습하고, 노력하는 사람이에요. 겸손하고, 성실한 것도 마인드에서 나오는 행동들이죠.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되면 자만하고 게을러지기 마련인데 그런 게 없는 친구에요. 존경스럽고 대단한 것 같아요. 2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영화계에 자리매김하는 원동력이 ‘잘생김뿐만 아니라 내면에 가지고 있는 에너지, 힘이 구나’를 느꼈죠.”

‘강철비’는 개봉 첫 주 108만 명의 관객을 모으면서 흥행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0만 관객을 넘어 300만을 향해 질주 중인 상황. 곽도원은 ‘강철비’가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일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핵전쟁’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촬영하는 중간에도 ‘빨리 개봉했으면 좋겠다’라고 했어요. 이 결말을 두고, 정치하는 분들이나 세상 사람들은 뭐라고 이야기할까하는 생각이 들었죠. 영화를 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눌 텐데, 그 재미가 쏠쏠하지 않을까요?”

전예슬기자 jeonys02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