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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국가부도의 날' 김혜수 "이런 느낌 처음이었다"

기사 등록 2018-11-3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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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이슈데일리 장영준기자]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개봉과 동시에 작품성은 물론, 특수한 소재와 완성도 높은 연출과 훌륭한 배우진의 연기력으로 빈틈없이 그려내며 흥행의 꽃을 피우고 있다. 그 중에서도 극 한 가운데에 위치한 김혜수는 단연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스크린을 장악과 함께 스크린 밖을 나서는 이들에게 깊은 여운을 전한다.

기자는 최근 서울시 팔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 출연해 맹활약을 펼친 배우 김혜수를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국가부도의 날'은 국가부도까지 남은 시간 일주일,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까지, 1997년 IMF 위기 속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1997년 IMF 당시의 시대상을 그린 영화 ‘국가부도의 날’ 시나리오를 본 김혜수는 첫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이런 느낌 처음이었다.”라며 입을 열었다. 그는 “시나리오를 보면서 이 영화는 꼭 제대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재밌게 만들어서 많은 이가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에 고통 받은 분들이 너무나 많다. 그게 무엇 때문인지 모를 수밖에 없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시나리오에 대해 “상처받은 이유라도 알았으면 좋겠더라.”라고 말하며 “어디에 편향되지 않았었다. 이 시대를 관통하는 이들의 상처, 한번도 겉으로 제대로 내보일 수 없었던 분노에 다가오는 분명한 메시지도 있었다. 본인이 잘못하지 않았는데 인생이 완전히 꺾어지는 위기와 고통을 겪었고 양심에 반하는 선택을 하는 분들도 많았다. 그 힘든 시간을 견뎌내며 죄책감, 상처, 분노를 안고 살았다. 누군가는 그 고통이 현재 진행형일 수 있다. 그런데 원인을 모른다는 건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왜 그들이 피해를 입었는지는 알아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작품에 참여할 수밖에 없게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김혜수는 ‘국가부도의 날’에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 역을 맡아 냉철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관객들을 단번에 매료시키며 현대 여성의 대표 캐릭터라며 호평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김혜수는 “그렇게 거창하게까진 생각지 않았다”며 “한시현 역은 여자든, 남자든 역할이 제대로 그려진다면 무방하다. 우연히 제작자도, 현장 PD도 여성이었다. 하지만 한 번도 우리끼리 근사한 여성캐릭터를 만들자는 말은 하지 않았다.”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한시현으로 분한 김혜수는 이어 “한시현 같은 태도로 영화를 끝까지 이끌어 나갔다.”라면서 “한시현이란 사람이 특별한 인물, 영웅적인 인물의 좌절, 어마어마한 여성의 표상이기보단 묵묵하게 힘든 시절에 자기소임을 다하기 위해 끝까지 고군분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소신을 가진 사람의 삶에 대한 태도의 진심을 알고 싶었다. 그 진심을 난무하는 경제용어 속에서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진심이 제일핵심이었다.”며 관객들 반응에 대한 답변을 전했다.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으로 무수히 많은 경제용어들을 자연스럽게 뱉어내야 했던 김 배우는 “처음 시나리오를 봤는데 너무 생경한 단어들의 조합이 난무했다.”며 어려움을 고했다. 그는 “경제용어들이 너무 어려워 쉽게 풀이해서 알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제작진이 단어들의 설명을 담은 종이를 줬다. 하지만 경제용어를 경제용어로 설명했더라. 이런 식이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경제관련 상식이 전무한 사람 수준으로 경제용어뿐만 아니라 IMF 당시 경제상황을 알 수 있는 수업을 요청했다.”며 준비단계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처음엔 어떤 단어가 발음이 안 되더라. 내가 기준이 될 순 없겠지만 단어들이 너무 어려워 관객들이 불편해할 것 같았다.”라며 “경제용어 속에서도 비슷한 단어를 찾으려했고 만약 그런 게 없으면 함께 회의해 많이 바꿔나갔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해서 영어 단어 외우듯 해야 할 것 같았다. 암기하고 복기하며 대사를 주고받으면서 연습했다. 여러 방식으로 연기하고 확인하면서 한시현이란 경제전문가가 일상적으로 하는 말처럼 들릴 수 있게 준비했다. 그의 진심이 전달되려면 대사에 대한 부담감이 현장에서 없어야하기에 스스로 검증할 수 있는 상황을 많이 만들며 최대한 노력했다.”며 색다른 장르 연기에 대한 남다른 노력을 밝혔다.

배우 김혜수가 아닌 관객 김혜수에게 가장 감동을 전한 장면은 바로 배우 허준호와 대면하는 장면이었다. 그는 “오빠(허준호)가 마지막에 찾아온다. 아마 한 번도 안 찾아왔을 거다.”라며 “사장이란 직함이 있지만 사실은 노동자다. 한시현은 그런 가정 출신에 엘리트직위를 가지고 본분을 다하는 사람이다. 아마 한시현은 본분을 다하기 위해 가족을 돌볼 여유는 없었을 거라 생각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혜수는 “최악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약자의 피해가 없어한다고 달려왔는데 정작 피붙이가 폭탄을 맞은 걸 직면한 거다. 아마 굉장히 복합적이었을 거다.”라고 전하며“자신의 모든 걸 바쳐 막으려했지만 막지 못한 한시현이 자신의 본분을 다했는데도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무력함, 자괴감 분노와 비통함 그걸 오빠를 통해 많이 느끼게 된다. 그리고 돌아가는 허준호의 뒷모습에서 다시 한 번 울컥했다.”며 해당 장면에 대한 감동을 되새겼다.

▲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한시현이란 인물을 연기하고 또 당시 외환위기 상황을 직접 겪었던 김혜수는 “당시만 해도 평생직장이란 말이 있었다.”라고 전하며 “어떤 회사에 들어가거나 어떤 일을 하겠다고 생각하면 이변이 없는 한 은퇴까지 하는 거다. 하지만 지금은 평생직장이란 말을 할 수가 없다. 일을 사랑하고 좋아해도 평생 다닐 수 없다. 내가 직장인이 아니어서 조심스럽지만 주변 일반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이 요즘 실직을 많이 한다. 가장 안정적이어야 할 시기에 내 인생을, 가족의 안위를 위협받는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IMF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영화의 서사와 현실의 경계에서 김 배우는 “영화 속에서 보면 갑수 같은 경우 소박하고 선량하게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근면한 인물이다. 그런데 엄청난 타격을 입고 변화를 겪는다.”라고 말하며 “20년이 지난 그는 면접가는 아들에게 아무도 믿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 사람을 욕할 수 있을까. 그때도 울컥했다. 갑수의 삶을 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와 비슷한 것들을 일상생활에서 많이 본다. 영화가 전반적으로 재밌다. 재미라는 게 유쾌하고 가벼운 재미가 아니다. 굉장히 묵직하고 속상하고 울컥하는 그런 감정이 들어있다.”라며 현실과 작품 사이의 경계에서 아픔을 겪은 이들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받았으면 하는 감정에 대해 김혜수는 “(IMF가) 실패한 기록으로만 남아도 된다.”라며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은 원인이 다르다. 그렇지만 우리가 뼈아픈 시기를 복기하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통한 메시지는 현재에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느끼는 메시지는 보시는 분들마다 다를 거다. 질문을 건네는 영화라고 생각하실 수도, 결국엔 실패했다고 받아들이실 수도, 현실적인 답이 무엇일지 고민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도 얘기하듯 우리가 알 수 있게 보고 듣는 것에 대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게 막히면 생각할 수 있는 폭이 제한된다. 그걸 뛰어넘어서 정신을 차려야 하는 건 우리의 부담이다. 위기는 반복되고 인생은 선택이다. 우리의 판단, 선택, 잠재된 우리의 삶의 태도에 대한 환기를 주려고 했다.”며 작품 의도를 명확히 전달했다.

IMF라는 씻을 수 없는 비극적인 과거의 아픔에 김혜수라는 배우의 진정성 어린 노력이 깃들어져 관객들에게 잊혀져서는 안 될 진한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현재 극장서 절찬 상영 중이다.

장영준기자 joon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