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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슬리피 "'예능래퍼' 수식어, 이제는 자랑스럽게 여긴다"

기사 등록 2017-10-2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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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하준이 기자
[이슈데일리 허재성기자]베테랑 래퍼다. 슬리피에게는 이번 앨범이 그동안 하지 못했던 도전이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음악의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라고 한다.

큰 키를 아우를 만큼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사람. 이것이 슬리피와 첫 대면했을 때의 느낌이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고찰은 누구보다 진진했던 슬리피. 래퍼 슬리피와 논현동 근처 한 카페에서 음악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앨범 소감과 뮤직비디오 촬영 소감은?

“이번 뮤직비디오 작업을 하면서 자기만족이 일단 되는 것 같아요. 남이 뭐라고 하던 자신감도 생기고요. 패스티벌에 초대 받기도 하고, 래퍼들이 제일 하고 싶어 하는 촬영도 하고, 즐겁습니다.”

그동안 슬리피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모습인 것 같다

“이때까지 솔로 앨범들이 사랑이었고 밝아서 웃으면서 찍었어요. 언터쳐블도 감성힙합듀오라는 타이틀이 있는 만큼 기대하는 것도 그런 음악이었고, 하던 음악이 아니면 반감을 사기도 했죠. 그래서 ‘이미지에 안 맞으면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 사진= 하준이 기자
그럼에도 불구 왜 이미지를 바꾸려고 하나?

“한창 예능을 하고 있을 때 주변에서 들려오는 얘기들 때문에 실패를 느끼고 정말 하고 싶었던 음악을 하지 않고 있었어요. 이질감을 느꼈다고 할까? 그래서 잠시 멈춰있었죠. 그런데 문득 ‘시간이 얼마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조바심이 생겼어요. ‘나는 해놓은 게 없는데’라는 생각도 들고 이제 나이도 있는데 언제까지 같은 음악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하고 싶은 스타일은 많은데 너무 한 쪽 방향으로만 치우치다 보니 뭔가 잃어버리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진짜 뮤지션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계획을 짜다보니 열정도 생기고 재미있어요.”

Mnet ‘쇼미더머니 시즌6’에 출연해 화제가 되는 등 ‘예능래퍼’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 같다

“‘쇼미더머니 시즌6’는 ‘내가 앨범을 낸게 있고 경력이 있는데 나가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저 자신에 대해 고민하다보니 한계를 느꼈고 출연을 결심했어요. ‘예능래퍼’라는 말 자체가 그동안 개그맨 래퍼, 랩 못하는 래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 놀리는 느낌도 들고요. 그런데 ‘그냥 하고 싶은 걸 하는 래퍼’라는 생각을 갖고 자부심을 갖기로 했어요. 예능래퍼라는 수식어 자체를 다르게 보기로 한 거죠. 그랬더니 자부심이 생겼어요.”

그렇다면 예능에 출연하는 것에 대한 걱정은 이제 없나?

“예능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서 했어요. 재미도 있었고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많았죠. 지금은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름 버킷리스트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해요. 수익적으로도 도움 되는 게 사실이고 나름 자랑스럽기도 해요. 분명 내려놓기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즐기려고 마음을 먹으니 더 재미있어지고 새로운 방향을 찾은 것 같아요”

음악적으로 가장 많이 변화한 것은 어떤 것인가?

“랩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어요. 노력을 했거든요. 군대를 다녀와서 톤을 완전 바꿨어요. 힙합 연구도 많이 하고, 우선 제 장점 중 하나가 거부 반응이 없어요. 그래서 다른 뮤지션들과 콜로보도 할 수 있죠. 무엇보다 어린친구들과 맞춰가기도 해야 하고 경쟁도 해야 하니까 노력을 많이 해야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잘 버티고 있는 것 같아요.”

▲ 사진=하준이 기자
음악 작업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저에겐 메시지가 가장 중요해요. 픽션으로 다른 가사를 쓸 수도 있겠지만 되도록 ‘리얼’을 추구하고 있어요. 거짓말을 하고 싶지도 않아요. 하지만 ‘내 얘기만 하겠다’가 아닌 공감을 할 수 있는 제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슬리피의 이상형은?

“예전에는 몸매 좋은 여자였는데 이제 성격으로 변했어요(웃음). 소심하지 않은 여자가 좋아요.”

이번 앨범에 대해 동료들의 반응은 어떤가?

“도끼가 사람 많은 데서 제 랩에 대해서 칭찬을 했을 때, 진짜 신나고 자신에게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런데 동료마다 반응은 다 다른 것 같아요. 지코 같은 경우에는 예전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했던 가사를 아직도 얘기하며 정말 좋다고 하고, 페노메코는 노래를 들려주면 ”이 색깔로는 안 했으면 좋겠다“ 조언해 주기도 하고요. 어쨌든 다들 고마워요.”

평소에는 무얼하며 지내나?

“제가 트렌디한 것에서 뒤처지는 것 같아서 음악을 많이 들어요. 정말 많이 들어요. 트랩이 다 비슷하니까 음악 듣기는 것을 멀리했을 때가 있었는데, 다시 다 찾아서 듣고 있어요. 맞춰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음악을 많이 들어요.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운동을 해요. 음악 활동 아니면 운동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마지막 각오는?

“제가 바쁘게 움직이지 않으면 앨범이 안 나온다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여유가 없어요. 제가 연기도 못하는데 뭘 감추고 그러고 싶지 않아요. 그냥 하던 대로 하고 솔직하게 내려놓고 싶어요. 겁먹을 땐 겁먹고 좋을 때는 좋고, 무엇을 하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어요.”

팬들에게 한 마디

“솔직한 모습을 많이 좋아해 주시고 밝고 열심히 하는 모습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앞으로도 지켜봐주시면 좋겠어요. 단순히 이미지를 바꾸려는 것이 아닌 저에겐 이제 시작이니까요.”

허재성기자 wwsw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