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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마녀보감’ 김새론, 햇살 같은 소녀이자 달빛 같은 배우

기사 등록 2016-08-0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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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양지연기자]햇살 같기도 하고 달빛 같기도 했다. 소녀다움이 물씬 묻어나는 앳된 외모로 살짝 눈웃음을 지을 때는 한 여름의 해사한 햇살 같았고 진중한 눈빛으로 자신의 연기 인생에 대해 조곤조곤 털어 놓을 때는 어두운 밤길을 비춰주는 포근한 달빛 같았다. 지난 27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새론에 대한 인상이다.

김새론은 최근 JTBC 금토드라마 ‘마녀보감’을 마무리하고 휴식기를 가지는 중이었다. ‘마녀보감’은 그의 연기 인생 중 첫 사극이었기에 아무래도 그동안의 현대극과는 다른 점이 있었을 터. 예상외로 그는 어려운 점은 많이 없었다고 말했다.

“우선 첫 도전인데 좋은 반응이 많아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의미 있는 작품이었죠. 현대극과 비교해보면 의상이나 분장 부분에서 차이가 컸던 것 같고 사극 말투가 힘들었지만요. 다행이었던 것은 첫 사극이 정통 사극이 아니라 퓨전 사극이라 많이 어렵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14살의 나이 차이가 나는 윤시윤과 호흡을 맞췄다. 데뷔작인 영화 ‘아저씨’에서 나이차가 많이 나는 원빈과 환상적인 합을 보여줬던 그는 이후 ‘여왕의 교실’ ‘하이스쿨:러브온’ 등의 작품에서는 또래 배우와도 많이 만났다. 같이 촬영하는 배우들의 나이 대에 따라 느끼는 바가 많이 달랐을까.

“선배 배우 분들이랑 같이 연기를 하다보면 매사 배우는 것이 많아요. 도움 받는 시너지, 내공, 가지고 계신 아우라 등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배로 끌어내게끔 이끌어주셔서 감사하죠. 또래배우, 신인배우와도 많이 해봤는데 더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촬영을 즐길 수 있고 또 상대방을 도와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저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 같고요.”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그에게서 배우로서의 강점을 엿볼 수 있었다. 배우에게 긍정적인 가치관은 곧 도전정신으로 이어지기 때문. 그는 선배와의 촬영도 또래배우와의 촬영도 모두 배울 것이 있다는 겸손한 면모까지 지니고 있었다. 어쩌면 김새론은 연기하는 상황 자체를 즐기는 것일 수 있다. 우리는 보통 이런 경우를 ‘천생배우’라고 부르곤 한다. 그는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 역시 남달랐다.

“어릴 때 연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시작하게 됐어요. 진지하게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어서 연기를 하면서 힘든 점도 있었죠. 그러나 그만큼 값진 시간이었고, 많은 경험도 했고, 그런 것을 겪으면서 한 번 더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 마음이 이제는 안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변했고요.”

영화로 처음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김새론은 이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하고 있다. 다수의 작품을 찍었던 그는 영화와 드라마가 가진 매력이 다르다고 한다.

“아무래도 영화를 할 때 좀 더 편하죠. 어릴 때부터 해서 그런지 더 자연스러움이 있는 것 같아요. 시간이 주어지고 대본이 완성된 채로 시작을 하니까 그 역이나 상황에 대한 파악을 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게 장점이에요. 내가 만족을 할 때까지 테이크를 무한대로 갈 수 있다는 점도 좋고요”

영화를 통해 데뷔한 그는 먼저 영화 촬영의 장점에 대해 술술 늘어놓았다. 그 모습을 통해 그가 작품의 완성도에 얼마나 신경 쓰는지 짐작이 갔다.

“드라마는 빠릿빠릿하게 전개가 되고,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새롭고 자극적인 캐릭터들을 맡는 재미가 있어요. 영화보다 드라마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났던 것도요. 시청자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에요. 영화는 이미 찍어 놓은 것이라 이전에 아쉬워도 고칠 수 없지만 드라마는 보완을 해서 연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배우로서 한 치의 손색도 없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연기를 해 본 적이 없음에도 단번에 영화 촬영장과 드라마 촬영장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조곤조곤 내뱉는 말을 따라가다 보니 촬영장에서 그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는지 알게 됐다.

그런가 하면 김새론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털어 놓을 때 금세 눈빛부터 달라졌다. 연기 얘기를 할 때 허공을 바라보며 잠시 고민하기도 하던 그는 친구들 얘기를 할 때는 신나고 들떠보였다.

“교우관계는 풍족한 것 같아요. 제 친구들의 장점이자 단점이라면 이쪽 일에 관심이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오히려 더 편하게 마음 놓고 만날 수 있기도 해요. 언제는 친구가 ‘야, 너 드라마 들어간다며’라고 말하더라고요. 마지막 촬영 날에. 그래서 ‘야, 한 시간 뒤에 끝나’고 대답해줬어요”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인터뷰 하는 동안 처음 듣는 새로운 말투였다. 정말 친구에게 말하는 것처럼 생생한 재연에 ‘엄마 미소’가 절로 나왔다. 친구들에게 툴툴대면서도 내뱉는 단어와 단어 사이에 애정이 넘치는 게 보였다.

“여행을 좋아하긴 하는데 많이 다니지는 못해요. 원래는 쇼핑할 수 있는 곳을 선호했는데 지금은 휴양지에 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친구들이 저랑 똑같아서 같이 만나면 맛있는 거 먹고 얘기하고 그래요. 음식은 고기도 좋아하고 과일도 좋아하고 디저트도 좋아하고. 어휴 어떻게 하나만 골라요(웃음) 친구들은 바로 어제 만나고 또 만나도 계속 할 얘기가 생기고 그래서 재밌죠.”

정말 밝았다. 연기에 대해 진중하게 털어놓던 배우는 어디 갔나 싶을 정도로 발랄했다. 만약 배우가 아니었다면 김새론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의외로 그는 공부에 관련된 직업을 하지 않을까하며 고민했다. 이어 영화평론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배우가 아닌 김새론이 쉽게 상상되지는 않았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연기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내비치는 그를 보며 ‘멋진 배우다’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였을까. 다른 직업에 대해 골똘히 고민하다가도 결국은 자기 일과 관련된 직업을 말하는 김새론은 배우 그 자체였다. 적지 않은 연기경력을 쌓아온 덕에 김새론을 롤모델로 삼은 ‘연기 새싹’들도 많을 텐데 그들에게 조언 한 마디를 부탁했다.

“모든 일이 힘들고 쉬운 일은 없겠지만. 배우라는 직업은 정말 힘들어요. 신체적으로도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점이 다양하고 생각지도 못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좋은 사람들,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고 쉽게 겪을 수 없는 것을 겪을 수 있죠. 좋은 경험도 쌓이면서 계속 하고 싶은 매력을 느낄 거예요. 힘듦을 겪을 가치가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해 보고 도전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눈빛과 말투에서 진중함이 묻어나왔다. 어찌 보면 막막할 수도 있는 힘든 연기 생활, 이렇다 할 정답이 없는 세계에서 김새론은 자신만의 길을 스스로 찾아냈다. 어둠 속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달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달빛은 뒤를 따라올 후배들을 안내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나아갈 길도 정확하게 가르쳐주는 듯 했다.

“최종 목표는 좀 넓게 봤을 때의 꿈은 깊이 있는 배우가 돼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거예요. 수상이나 이런 드러나는 목표의 경우에는, 최연소로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는 것이 크지만 뚜렷하게 드러나는 목표에요. 그러나 작품을 고를 때 이 목표를 염두에 두고 선택하지는 않아요. 내가 이 연기를 얼마나 잘하는지 또 찍는 와중에 완성도가 높았는지 그것으로 인정을 받고 상을 받고 싶어요.”

훌륭한 연기를 펼치는 선배들에 대해 경의를 표하면서도 배우로서 자신의 매력은 ‘진심’이라며 당당히 말하던 김새론은 마음 가득 가진 순수함을 진중함으로 표현해내는 배우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진심이 통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말했다. 김새론은 알까? 대화를 나누는 내내 김새론의 진심이 충분히 전해졌다는 것을.

양지연기자 jy4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