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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희의 팔도유람기]여자 홍길동편, 동분서주 팔도를 누비는 장태희

기사 등록 2017-03-3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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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혜진기자]가수들에게 비수기라고 부르는 시간에도 여전히 바쁜 트로트계의 아기장수! 동서남북 동분서주 팔도를 누비는 여자 홍길동 아니 장길동. 그가 가장 돋보이는 호텔 볼륨에서 라스베이거스 쇼가 진배없을 앙코르가 끊이지 않아 콘서트를 방불케 했던 피날레 무대와 오케스트라 연주에 녹아드는 가요무대의 이야기다. 언제나 씩씩하고 당차지만 때론 애절해서 심금을 울리고 변화무쌍해 빠져나갈 출구가 없는 그의 매력에 젖어보라.

워커힐 호텔 연도상시상식 피날레 무대의 주인공 장태희. 무대가 크면 클수록 에너지가 난다. 수천, 수만 명이 나 하나의 존재에 집중할 때 나는 적막을 깨고 그 공간을 메운다. 대기실까지 꽃다발을 들고 나타난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끝없는 앙코르를 다 받아내는 시간. 한 곡이 끝나고 얘기한다.

“여러분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겠으나 고기도 이어먹어야 맛나듯 노래도 이어들어야 고조가 되고 부를 맛이 들을 맛이 난다 생각합니다”라고 노련하게 유도한다.
“앙코르! 장태희!”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은 무대는 터져 나오는 박수소리로 식혀낸다. 보람의 시간 여러분 제가 다음 주 월요일 KBS '가요무대'서 '대전 부르스'를 열창합니다. 오늘 특별히 방송보다 먼저 들려드리는 선물을 하려합니다. 전주가 시작되자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둘, 둘이 짝을 지어 음악에 몸을 맡겨 부르스를 추기 시작한다. 이것이 음악의 힘인가 보다.

KBS '가요무대'는 기라성 같은 대선배님들과의 영광스러우면서도 조심스런 무대다. 큐시트를 보고 출연자의 이름을 확인한 후 좋아하는 선배님들의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폴짝폴짝 뛰면서 설렌다. 따뜻한 커피와 부드러운 라떼를 한아름 들고 조심스레 노크를 하고 두 손 모아 공손히 인사를 건넨다.

“아이고, 그냥 와도 되는데 뭐하려고 사 왔니?”
“아니에요. 뵈면 이렇게 좋고 어려운 선배님들 자주 뵐 기회도 없는데. 따뜻한 커피 한잔이라도 마음 담아 전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너무나 우연이지만 나의 모든 예술의 첫 스타트를 이끌어주신 경기명창 이호연 스승님과 한 무대를 선다는 것 또한 큰 영광이고 추억이 됐다.

“그래 오늘 어떤 노래 부르니?”
“‘대전부르스’입니다.”
“너는 청이 좋으니, 그냥 자신감 있게 불러 그럼 돼.” 누구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선생님의 조언은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제법 친분이 있는 선배님들이 많아져 하하 호호 수다도 나누고 무대보다 즐거운 대기실의 풍경이 정겹다.

대한민국 가요계의 전설, 하춘화 선배님. ‘대중의 사랑을 훔치는 딴따라가 아닌 사랑을 돌려주는 문화예술인이 되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이 나침반이 됐다고 한다. 대중음악전문학교 설립을 꿈꾸는 그는 한국대중음악사의 절반이상을 함께한 우리의 보물 우리나라의 보물이다.

하춘화 선배님의 방. 손에 든 커피를 언제 드릴까 쭈뼛거리는 애송이 같은 후배에게 ‘이리온’ 하시며 감흥 짙은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힘든 일이 많았을 테고 앞으로도 힘겨운 시련이 많은 길이야. 그러니 태희는 극복 해야해. 견뎌야해. 그럼 고지가 보일거야.” 그 커다랗고 깊은 눈동자 속에 셀 수없는 세상의 파도의 풍랑과 싸운 승리의 항해자가 보였다. 그래서일까? 선배님들의 응원과 사랑을 듬뿍 받아서인지 그 날 실시간 검색어 2위의 성과를 맛보았다.

어찌 보면 음악은 전시관의 미술작품처럼 관객, 관람객, 대중들이 듣고 보고 큐레이터가, 음악 해설가가 있지 않은 이상 자기 스스로가 해석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10년 전 즐겨 부르던 노래. 그때도 잘 불렀고, 지금은 더 잘 불렀다면 때론 어느 감독의 영화의 제목처럼 시간은 세월은 우리가 느끼고 스스로 정의한 정답조차 또다시 바뀌게 되는 엎치락뒤치락, 그것은 정답이 없는 세상사를 알려주는 세월의 시간의 마법인가, 가르침인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그때도 틀리고 지금도 틀리다.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 이 모든 경우의 수가 결국은 이 모두가 맞는 것이다.

수능시험을 보고 온 자식에게, 시무룩한 표정을 보고서도 ‘몇 점 받았니? 잘 쳤지?’할 순 없는 거다. 퇴직을 앞둔 아버지 남편에게 ‘왜 그만둬? 앞으로 뭐먹고 살 거야?’할 순 없듯 말이다.

물론 현실 앞에서 의논해야할 문제지만 평생 몸담은 조직생활 직장의 울타리를 벗어난 공허함을 그 마음 헤아린다면 가족이라도 뼈에 사무칠 이야기는 아무리 궁금해도 하지 않는 것이겠지.

어떤 방송인이 세상 사람들이 다 알만한 큰 사건을 겪고 집에 갔는데, 가족들은 단한마디도 하지 않고 평소처럼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대해서 그게 절대 잊지 못할 가족의 사랑이었다 말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얼마나 궁금했을까 그래도 혹여 상처가 될까? 배려했던 그 가슴은 오죽할까. 그게 상대의 마음을 더 헤아리는 성숙된 사랑법 일 것이다.

그 많은 생각을 했다는 것은 그 많은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그건 할 수 있었다는 거야. 꿈을 꾸는 건 생각을 하는 건 돈이 들지 않아. 그 순간은 자유야. 그 누구도 망칠수도 막을 수도 없어. 때론 불안한 미래보다 더 두려운 건 지쳐버린 내 마음일지도. 절실하게 외로웠고 절절하게 그리웠다면 초월적인 고독을 감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 말 없이 꼭 안아주기를. 인생은 어찌 보면 비빔밥인가 봐.

연둣빛 오이도 곱게 채치는데 그 애는 소금에 살짝 절여야 잘 비벼진대. 왜냐면 여려서 그래. 싱그러운 당근도 채치고, 그 애는 단단한데 알고 보면 마음에 정이 많아 수분이 넘쳐. 센 불에 살짝만 볶아야 잘 비벼진대. 뽀송뽀송 귀여운 버섯은 바싹 말렸다 다시 물에 불려도 원상태로 돌아온대. 변함없는 마음씨를 가졌나봐. 그 착한 마음씨에는 담을 것도 많아 갖은 양념을 잘 끌어 안는가봐.

이리도 다양한 외모와 성격의 개성도 다른 채소들을 다듬고 양념해 사이좋게 펼쳐보니 그 빛깔이 다 달라 서로가 돋보이는 거야. 주인공이 흰 쌀밥인지, 오색 야채인지 모르게 한데 어울려 비비다보면 무엇하나 걸리는 것 없이 겉도는 것 없이 하나의 맛을 내 새빨간 고추장으로 뒤집어써도 더 맵고 뜨겁게 빛이 나.

우리네 삶의 인연도 각기 다른 모습으로 만나 다듬고 숙성되며 살 맞대고 부대끼듯 그렇게 잘 비비고 어우러져 맛있는 비빔밥처럼 맛있는 인생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난 가끔 치아가 불편하신 아버지의 밥상을 차려드리곤 하는데 유일하게 좋아해 드시는 별식이 비빔밥이라 매일 재료를 다듬고 요리를 할 땐 그런 생각을 했어. 한 수저로도 그 맛을 다 느낄 수 있는 딸의 사랑을 가족의 정을 한술 뜨시는 건지도. ‘원미야 고맙다’ 인사를 잊지 않으시던 아버지 생각이 나네.

소금에 절여진 음식은 쉽게 상하지 않는다지. 눈물에 절여진 삶은 절대 상하지도 시들지도 않을 것이다. 짜디짠 땀도 짭짤한 눈물도 그것이 내가 숙성되고 제대로 익어가는 첫 번째 비법인 셈이다. 산으로 바다로 떠나는 나의 유랑길엔 늘 세상에 그어진 선 하나가 보인다. 바로 지평선과 수평선.

지평선(地平線)은 땅의 끝과 하늘이 만나는 선을 말하고 수평선(水平線)은 물과 하늘이 만나는 선을 말한다는데 그렇게 보일 뿐이지. 실제로 만나는 것은 아니라한다.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이다. 백성들의 마음은 하늘의 뜻과 같아서 저버릴 수 없다하듯 지평선 수평선도 못 닿을 마음이 전해졌다 믿는 하루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수평선 지평선의 끝이 아닌 그 너머의 새로운 세상을 새 하늘을 내다봐야하며 두 눈을 감고 민초들의 소리에 귀를 귀 울이는 제3의 새로운 류(流)의 영웅이 나타나기를, 대한민국의 새바람이 불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The darkest hour is that before the dawn’(해뜨기전이 가장 어둡다)하듯이 우리는 희망을 바라보며 고난을 이겨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