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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한채아, 틀에 갇힌 연기 ‘비정규직 특수요원’으로 넓히다

기사 등록 2017-03-1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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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혜진 기자
[이슈데일리 김지영기자]“그동안 틀 안에 갇힌 역할들을 주로 맡았어요. 이번 작품에서는 직진 캐릭터라서 마음에 들었어요”

최근 열렸던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감독 김덕수)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뱉었던 한채의 말이다. 그동안 드라마 ’각시탈‘ ’장사의 신-객주 2015‘ ’당신만이 내 사랑‘ 등 다양한 작품에서 청순하고 단아한 매력을 선보였던 그가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는 과감한 연기 변신으로 획일화 됐던 필모그래피의 벽을 허물었다. 한채아는 어떤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걸까.

지난 10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진행된 한채아와의 인터뷰는 ‘비정규직 특수요원’의 다양한 뒷 이야기와 배우 인생 10년차가 된 '배우 한채아'의 신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연기를 시작한지는 꽤 오래 됐음에도 예능 ‘진짜 사나이’ 출연 후부터 저를 기억해주시더라고요. 그래도 섭섭하지는 않아요. 예능으로라도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됐고 영화에 캐스팅 됐으니까요. 실제로 감독님이 ‘진짜 사나이’에서 좋게 봐주셔서 발탁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미지도 많이 바뀌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악역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말을 들었고 그 다음에는 귀여운, 애교 있다는 말도 들었어요. 이후에는 청순한 것도 들어오고요. 지금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를 했으니 앞으로 코믹도 들어오지 않을까 해요. 앞으로의 목표보다는 지금 맡은 일에 충실하고 싶어요. 순간순간 마다 주위사람들한테 떳떳할 수 있는 것이 제 바람이에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한채아는 이십대 중반의 나이에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지금의 신인 배우들과 비교해본다면 적지 않은 나이임이 틀림없었다. 서울에서 연예인을 준비하던 친구가 있어 자연스레 함께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친구가 연예인 준비를 하는 것이 부럽더라고요. 연예인이 되는 것 보다 준비하는 과정들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연찮게 친구가 있는 회사에 들어가게 됐고 저는 보조출연으로 시작했어요. 당시 소속사 사장님이 보조출연도 연기를 배워야한다고 조언해주셔서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대사 한 줄도 외우기 힘들었고 연기 수업 내내 한 마디를 못 했어요. 지금은 적정선인 연기를 하니 감독님께는 ‘나랑 손잡고 더 열심히 해보지 않겠냐’는 말을 듣기도 했어요. 제 성격상 그런 것 같아요. 더 성장할 수 있는 연기를 했으면 질타를 받으면서도 성장했을텐데 그렇지 못해서 그대로였던 것 같아요.”

▲ 사진=김혜진 기자

이번 ‘비정규직 특수요원’으로 처음 스크린 데뷔에 나선 한채아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드라마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었지만, 영화 촬영 현장에서는 ‘그렇게 연기 하면 안 돼’라는 말을 들었다고.

“드라마와 영화의 차이에 대해 고민을 하기도 했어요. 영화가 드라마보다 몸은 편해도 ‘영화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표정과 말투가 드라마와는 다르다고 하셔서 조금 힘들었어요. 아직도 어떤 차이점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마스터하지 못 한거죠. 이번 작품이 입문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스크린에서는 작은 감정 차이도 크게 느껴지니까 어려운 것 같아요.”

한채아와 함께 호흡을 맞춘 강예원은 한채아에 비해 많은 영화 작품에 참여를 했다. 김덕수 감독은 강예원에게 연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채아 보고 조언을 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강예원은 오히려 한채아의 연기에 응원을 북돋아줬다.

“강예원 언니는 연기적으로 상의하는 스타일이 아니더라고요. 계속 옆에서 칭찬해야 더 잘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제가 그렇거든요. 언니는 저한테도 그렇고 칭찬을 많이 해주시는 편이라서 더 후배들이 따랐던 것 같아요. 이게 영화를 살리고 우리 작품을 살렸던 길인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연기에 대해 ‘어떻게 하면 더 좋을까’하는 의논은 했지만 연기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았어요. 또 언니랑 성향이 잘 맞아 의지를 많이 하기도 하고요.”

▲ 사진=김혜진 기자

한채아는 액션 연기에 오랜 욕심을 가지고 있었다. 액션 장르의 작품에 임하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액션스쿨에 10년 동안 다녔다. 코미디 액션을 그린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그는 드디어 대중들에게 액션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아쉬움은 남았다.

“사실 이 영화를 하게 된 것도 제가 액션을 하고 싶어서 선택한 것도 있어요. 그런데 아쉬운 부분은 남더라고요. 찍는 과정에서 시간적 여유가 없다보니까 길게 찍지 못했어요. 액션 연기를 하면서 부상을 당하기도 했죠. 손 인대가 늘어났는지 자꾸 안 났고 아프더라고요. 오랫동안 붕대를 했어요.”

▲ 사진=김혜진 기자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남성 배우들이 판을 치는 충무로에서 여배우 투톱으로 가뭄에 단비 같은 작품이다. 이는 김덕수 감독이 처음부터 노렸던 기획의도다. 남성 영화가 주된 한국 영화계에서는 흔치 않은 도전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또한 이번 작품에서 한채아가 맡은 나정안 캐릭터는 다소곳하고 청순함을 어필하는 여성 캐릭터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카리스마 넘치고 당찬 인물을 연기했다. 여주인공으로 뿌듯해도 될 한채아는 오히려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했다.

“저는 영화의 입문단계라 ‘여배우가 설 자리가 없다’는 것 보다 ‘제가 설 자리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촬영을 하면서 강예원 언니에게 영화를 사랑하고, 자기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이번 작품이 잘되면 저도 물론 좋고, 다양한 장르의 여성 영화가 나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묵묵히 연기를 해왔던 한채아는 앞으로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저는 그동안 대중들이 주목하지도 않고 알아주지도 않았던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끊임없이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것도 무척이나 감사한 부분이죠. 지금도 드라마나 영화 대본이 오면 감사하게 임할 거고, 범위 내에서 잘해내고 싶어요.”

김지영기자 b33151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