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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시동’ 박정민 “‘배틀그라운드’ 잘 하고 싶다...게임에 재능 없어”

기사 등록 2019-12-1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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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박정민/사진 = NEW 제공
[이슈데일리 황고은기자]배우 박정민이 영화 ‘시동’으로 연말 극장가를 찾는다. ‘동주’(2016), ‘그것만이 내 세상’(2018), ‘사바하’(2019) 등 장르와 캐릭터를 불문하고 연기 변신을 시도해온 그는 ‘시동’을 통해 새로운 인생 캐릭터의 탄생을 예고한다.

영화 '시동'은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형’(마동석)을 만난 어설픈 반항아 ‘택일’(박정민)과 무작정 사회로 뛰어든 의욕충만 반항아 ‘상필’(정해인)이 진짜 세상을 맛보는 유쾌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 박정민은 극중 매를 버는 반항아 택일 역을 맡았다. 지긋지긋한 동네와 엄마를 벗어나는 게 유일한 목표인 인물.

뛰어난 캐릭터 소화력과 빈틈 없는 연기력으로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박정민은 '시동'에서 마동석, 정해인, 염정아와 완벽한 연기 앙상블을 선보인다.

다음은 박정민과의 일문일답

-‘그것만이 내세상’(2018), ‘사바하’(2019), ‘타짜: 원 아이드 잭’(2019) 등 출연작 중 성수기에 개봉한 작품들이 흥행했다. ‘성수기의 제왕’ 수식어를 얻게 된 소감이 어떤가.

"안 그랬으면 좋겠는데, 공교롭게 그렇게 됐다. 떨린다. 마음을 비우는 훈련을 하고 있다. 부담을 갖고 기대하면 내상이 심해지더라. 몇 번 경험해보니 내상을 입지 않으려면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아야겠더라."

-영화 개봉을 앞두고 어떤 심정인가.

"최선을 다해서 작품 하나를 만들어내고 그걸 평가받아야 할 때 답답한 마음이다. 영화라는 건 과거에 내가 했던 연기를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보는 것이다. 보면서 평가를 받아야 하다 보니 늘 힘들고 마음이 무겁다. 그럴 때마다 극복해 나가면서 영화 만들어가는 선배님들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나도 겪어 나가면서 마음을 좀 비우게 됐다."

-일명 ‘메소드 연기’에 강한 것 같다. 비결이 있나.

“‘파수꾼’(2011)으로 데뷔했다. 그 때 감독님에게 배운 것들이 크다. 영화는 다 다른 색깔이라 똑같이 연기할 수 없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많이 배운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선배들, 감독님을 많이 만나면서 리얼한 연기를 많이 배웠다. 말 하듯이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많은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영화도 많이 보려고 한다. 선배, 또래 좋은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들을 보면서 내 것으로 가지고 오려는 노력들을 한다. 가장 중요한 건 무슨 역할이든 내가 하는 거니까 평소에 말을 하고 감정을 느끼는 것을 관찰한다.”

-인간 박정민은 어떤 사람인가.

"자존감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남의 것을 가지고 오는 걸 좋아한다.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것들을 구사해보려고 하다 보니 박정민이라는 인간이 만들어졌다.”

-하는 작품마다 잘 되고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데 왜 자존감이 없나.

"하고 싶은 걸 잘 하고 싶은데 하고 싶다고 말을 잘 못 하겠다. 그걸 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부럽더라. 애써 그걸 하게 되면 잘하게 되는 사람들이 부럽다. 누군가를 동경한다.”

-본인이 생각하는 매력적인 배우가 있다면?

"어렸을 때 동경했던 설경구 선배다. 나도 저렇게 연기하고 싶었다. 계속 보다 보니 따라가게 되는 것 같다. 너무 따라가다 보면 돌아보게 된다. 그런 시행착오를 겪어나갔다."

-영화 ‘나를 찾아줘’에 출연한 배우 종호가 최근 인터뷰에서 롤모델로 박정민을 꼽았다.

"그렇게 말해주니 너무 고맙다. 나는 아직 후배의 입장이다. 선배들이 닦아 놓으신 길을 묵묵하게 잘 따라가면서 한국 영화를 잘 만들어 가는 한 명의 영화배우이고 싶다. 어떤 선배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선배의 모습이 될 수 있지 않나. 선배들을 따라 나도 한국영화를 만들어가면서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고 싶다.”

▲ 배우 박정민/사진 = NEW 제공
-1987년생으로 올해 나이 33세다. 18세 고등학생을 연기하는 데 부담감은 없었나.

"처음엔 좀 송구스러웠다. 동안인 것과 육체적인 나이는 다르다. 내 나이를 아는 분들이 영화에 집중이 안 될까 우려했다. ‘파수꾼’ 할 때 24살이었는데 고등학생을 연기했다. 고등학생의 감정을 실제 고등학생이 연기하긴 어렵더라. 오히려 그 감정을 느껴본 성인이 풍성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그래서 성인을 캐스팅한 것이다. 바꿔서 방황하는 20대의 이야기로 바꿔볼까 생각했지만, 20대가 가출하면 임팩트가 없지 않나. 옆에 스무살 짜리가 있으면 나이들어 보이는데, 또래 상필이가 옆에 있어주니까 밀고 나가도 될 것 같았다. 학생 연기는 웬만하면 이번 작품이 마지막이다. 못 하겠다. 고등학생이 쓰는 말을 연습도 해봤는데, 나이 든 사람이 어려보이려고 하는 느낌이 들더라. 최대한 그들의 정서를 잘 표현하는 데 집중하자 해서 너무 어려보이지 않게 내 목소리로 했다.”

-실제로 만나보니 굉장히 순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

"나 순한 사람 아니다. 착하려고 노력을 한다. 기본적인 습성은 순하지 않다.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 그 때 그 때 다르다.”

-택일과의 싱크로율은 몇 퍼센트 정도인가.

"90% 정도다. 괜찮았던 것 같다. 처음에 캐스팅될 때는 싱크로율로 캐스팅하진 않지 않나. 싱크로율이 처음부터 완벽했던 사람은 동석 선배다. 대체 불가다. 다른 캐릭터는 대체할 수 있는 배우들이 많다. 거성이 형은 워낙 세다. 영화를 만들어가다 보니까 영화에 녹아가며 이런 게 보이기 시작하더라.”

-‘시동’에 끌렸던 이유가 있나?

"이 영화가 좋았던 건 택일이를 크게 성장시키지 않아서 좋았다. 택일은 또 사고치면서 그렇게 살 것 같다. 그래도 영화는 괜찮다고 말해준다. ‘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어디에는 있다’고. 그러면서 이 친구는 아주 조금 성장을 한 것. 큰 폭으로 검정고시 붙어서 대학에 가진 않을 것 같다.”

-10대 때 어떤 학생이었나. 공부를 잘 했다던데 일탈 경험도 있나.

"다양한 모습들이 있었다. 일탈도 해봤다. 사춘기가 고등학교 때 왔다. 엄마한테 영화감독 하겠다고 이야기한 순간부터 엄마와 아빠랑 사이가 틀어지고 말만 하면 싸웠다. 기숙사학교라서 학교 안에서도 사고 치다가 부질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그 때는 엇나가고 싶었던 욕망이 컸다.”

-마동석과 처음 연기 호흡을 맞춰본 소감은?

"의지가 많이 됐다. 단발머리를 하고 나오는 순간부터 ‘이 영화는 이런 영화구나’ 싶더라. 영화 기획이나 아이템 구상도 하시더라. 날 좋아해주셔서 잘 따르려고 했다. 애드립이 영화에서 많이 나온다. 웃음을 못 참겠더라. 꼭 누구 현 명이 못 참아서 NG가 났다."

-마동석의 애드립 중 가장 찰졌던 것을 꼽자면.

"처음 등장하는 장면 때문에 촬영이 편해졌다. 첫 만남에 대한 씬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어떻게 해야 하지 하면서 긴장을 했는데, 라임을 맞추는 애드립에 빵 터져서 NG가 났는데, 웃겨서 긴장이 풀리더라. ‘이 근본 없는 애드립은 뭐지?’ 싶더라. 그런 요소들에 선배가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런 애드립이 많았다. 많이 배웠다."

▲ 배우 박정민/사진 = NEW 제공
-정해인과는 예전부터 친분이 있는 사이라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해인이와는 전부터 알던 사이다. 친분이 약간 있었다. 자주 만나던 사이는 아니었고 영화를 통해서 만나면서 궁금했다. 현장만 오면 신이 난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다 해보더라. 연기를 신나게 놀면서 하는 게 보기 좋더라. 내가 1살 형인데 다 받아주고 그러면서 반했다. 극중 제일 친한 친구인데 영화 현장에서 못 만나서 아쉬웠다. 작품 또 같이 해도 재밌을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선 신선한 얼굴 최성은이 눈에 띈다. 함께 연기 호흡 맞춰보니 어땠나.

"서경주 역할이 캐스팅이 제일 늦게 됐다. 누가 할지 너무 궁금했다. 감독님이 꽂힌 여배우가 한 명 있다더라. ‘말로 설명 못 한다’며 리딩 영상을 보여줬다. 그걸 보고 ‘얘는 뭐에요?’ 라고 물었다. 갖고 있는 에너지가 좋더라. 나도 감독님께 힘을 실었다. 캐스팅이 되기도 전에 오디션을 보겠다고 복싱 학원에서 연습을 했더라. 너무 무턱대고 열심히 했던 신인 때 나랑 동료들의 모습들을 보는 것 같았다. 몸 축나니까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고 했다. 편하게 해도 된다고 해도 불안할 때다. 선배들 말이 귀에 안 들어올 테다. 계속 연습하더라. 노래방 씬에서도 성은이가 혼자 ‘천태만상’을 부르는 씬이 있었다. 다른 노래도 몇개 던져줬더니 다 연습해 왔더라. 그런 모습이 예쁘더라. 배우들이 다 최성은에게 잘 해줬다. 너무 열심히 했다.”

-신인시절을 돌이켜볼 때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면?

"선배들이 너무 열심히 할 필요 없고, 유연하게 하면 된다고 했다. 조금은 알게 됐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그렇게 해야 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선배들도 성은이한테 그렇게 이야기했다. 경험을 한 선배들이 가르쳐주니까 나도 그런 것들을 알겠더라. 지금은 열심히는 해야한다. 지킬 건 지키고 가야 하는데, 너무 열심히 하는 것에 대해 갇혀서 잘 하지 못하면 도루묵이다. 유연함을 얻어가는 과정이다. 열심히 하다 보면 얻는 게 있다. 놓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영화는 100% 리얼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현장에서 유연하게 하면서 맞춰가는 모습을 알게 됐다.”

-이병헌과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형제 케미를 보여줬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남산의 부장들’의 이병헌과 경쟁을 할 텐데 어떻게 생각하나.

"이병헌 선배를 이기겠다는 마음은 전혀 없다.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추석 땐 동석 선배가 경쟁작이었다. 동석 선배에게 ‘타짜: 원 아이드 잭’ 잘 됐으면 좋겠다는 문자를 받았다. 개봉 시기가 같았고, 그러기가 쉽지 않다. 많은 걸 느꼈다. 이번에도 좀 성과를 얻었으면 하는 마음은 있다.”

-엄마 역할의 염정아와 연기하면서 가족들 생각이 많이 났을 것 같다.

"염정아 선배와의 ‘연기 호흡’이라고 하면 시건방진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엄마같더라. 자꾸 엄마가 보였다. 토스트를 붙이고 있고 잔소리 하고 눈물을 글썽거리는 모습들에서 우리 엄마가 많이 보였다. 그런 감정들을 좀 느끼다가 마지막에 토스트 씬을 찍을 때 걱정을 많이 했다. 누워 있는데 선배가 안 나오는 컷인데 같이 쓰러져 계시더라. 엄마가 보이는데 눈물이 막 나오더라. 도움을 많이 받았다. 잘 했다고 말씀을 해주신다. 무한 리스펙을 드리는 선배다. 너무 좋다. 까불어서 약간 죄송했다. 평소에도 표현이 적극적이시다. 칭찬을 많이 해주신다. 현장에서도 힘이 많이 됐다.”

-이것 하나만큼은 제대로 시동 걸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배틀그라운드’ 잘 하고 싶다. 게임에 재능이 없다. 남들처럼 재밌게 하고 싶다. 정말 오래 했는데, 만나면 죽더라. 친구들이 나랑 편 먹는 걸 싫어했다. 게임을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황고은기자 sukidayo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