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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희의 팔도유람기]포항 고로쇠 축제 편, 장태희의 보석같은 인연

기사 등록 2017-03-1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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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혜진기자]이번 편은 새해 첫 봄 시즌 축제의 개막을 알리는 대지의 충만한 기운을 담아낸 포항 고로쇠 축제. 그 달콤한 생명수. 한 사발을 원샷한 여장부 장태희.
예사롭지 않은 출, 퇴근길 소녀감성 터지는 그의 재잘거림은 힐링 그 자체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그의 손을 잡고 봄 소풍을 떠나본다.

대한민국 내륙 최동단에 위치한 도시 포항.

포항은 남구, 북구로 두 개의 구. 구룡포읍, 연일읍, 오천읍, 흥해읍의 4개읍과 대송면, 동해면, 장기면, 대보면, 신광면, 청하면, 송라면, 기계면, 죽장면, 기북면 등 10개면이 있다.
오늘 내가 출장 갈 곳은 바로 포항 죽장면 죽장고로쇠 축제다. 지도를 펴고 요기라도 멋지게
동그라미 친다. 무려 4시간이 걸리는 출장길. 여전히 설렘 가득한 가슴으로 출동한다.

2월에 접어들면서 이맘때면 고로쇠 물 한 드럼 들고 황토방 가서 마시고 땀 빼고 화장실가고 비우고 채우고 밤새하면서 신장을 세정하며 온몸의 스위치를 껐다가 켜는 작업을 하며 한해의 건강을 다지는데 마치 맞게 고로쇠 축제에서 섭외가 온 것이다.

그래 많이 건조해있었어. 나는 생명수 찾아 떠나는 거야. 고로쇠 뼈에 좋아 골리수(骨利樹)라고도 한다지.

봄이 오면 나무들은 가지나 줄기 꼭지에 있는 겨울눈이 봄기운을 먼저 알아채지만 땅 속 깊이 있어 잘 모르는 뿌리에 옥신(auxin)이라는 전령을 파견한다고 한다.

필요한 수분과 영양분을 흡수해서 잎과 줄기로 끌어올리는데 그물 속에는 칼슘, 칼륨, 마그네슘, 철분 등 사람에게 필요한 영양분이 녹아있고 이뇨작용, 변비예방, 피부미용, 숙취해소, 면역력증가, 관절염, 골다공증에도 좋다고 해 고로쇠나무의 수난이 시작이 된 것이다.
이것은 사람으로 치면 나무의 혈액, 즉 피인 것이다. 뜨악.

우리가 조식이나 브런치에 나오는 핫케이크에 뿌려먹는 달콤한 메이플 시럽이 바로 이 고로쇠 물로 만들어진다. 수액(樹液) 두 말, 40리터를 가열해 수분을 증발시키면 당분만 남게 되는데 1리터의 메이플 시럽이 완성된다. 캐나다 국기에 단풍나무가 새겨진 것 또한 전 세계 75% 생산의 자긍심일 것이다.

미국 버몬트 주의 주목이 메이플 나무이며 메이플 시럽이 생산이 되는데 동전에 그 채취과정의 모습이 새겨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물로 마시고 미국 캐나다에서는 시럽을 만드니 이것은 나무의 혈액이라 하는데 ‘뭐여 피를 마시고 선지를 만드는겨? 아!’

나의 출근길은 고속도로. 스케일이 남다르지? 만원의 지하철, 정체된 올림픽대로는 아니지만 사람도 차도 별로 없는 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저리도 큰 산. 이리도 높은 하늘이야. 상쾌한 바람은 보너스.

소풍가는 학생처럼 동요도 부르고 쿵짝 쿵짝 전통가요도 흥얼대고 가는 도시를 검색하기도 하고 공부도 한다. 내가 가는 곳이 어디고, 나는 어떤 축제에 가며, 그 특산품이 무엇이며, 나는 그 곳에 가서 어떤 성의있는 자세로 나의 임무를 해낼 것인가 알아야 한다. 이 것이다.

오늘 7천명 모인다고요? 그러면 7천명 팬 만들어야겠지요. 다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마음만큼은 크게 먹고 가는 거라. 왜냐 나는 장태희니까.

역시나 계절은 자연에 가까울수록 물씬 느껴진다. 아이고 한 달만 더 추워라 살 좀 빼게. 두터운 외투에 의지했던 인간적인 나의 게으름을 한탄했다. 회색빛 도심에서는 빌딩숲에 가로막혀 더우면 시원하게 해주고 추우면 따뜻하게 해주는 내 비위 잘 맞춰주는 ‘남친’같은 만능 난방기가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편하게 길들여져 버릇없어진 나의 피부는 조금 덥다고 에어컨 켜고 난리였지만 자연 바람을 따라 올쏘냐? 시골길 자연바람에 아이고 좋아. 공기 좋아. 살 것 같아. 노래를 부른다. 이러다 농촌총각 만나는 거 아냐? 그 집에 소 들어온다고 좋아하겠네. 부녀회장 해버려. 회장해야지 할 거면.

그렇게 도착해 나의 댄서 동생들에게 외친다. 이런데 와서는 먹고 시작해야 하는 거야. 우르르 끌고 장터에 앉자, 화끈하게 한 상시킨다. 목소리가 커진다. 왜냐 목소리 큰 사람이 쏘는 거니까.
“사장님. 해물파전, 오징어순대 세트, 장터국밥 동동주랑 사이다 주이소"
"언니. 언니노래 '내가 쏜다' 가사 그대로네요. 부침개, 막걸리 한 잔. 우와"
주인 냄새 날까봐 안 일어나려고 했는데 못 기다리는 성격에 김치 덜고, 서빙도 직접 한다. 젓가락같이 날씬한 댄서 동생들. 배 신경 쓰지 말고 시원하게 한 대접 하자고.
“어머. 이 말도 노래가사잖아요 언니. 배 좀 나오면 어때요. 술 좀 취하면 어때요”
“아하 그렇네”
가수는 자기 노래대로 된다는데 나 어째. 동생들 배가 채워지니 허리가 펴진다. 소리 한 번 지르고 신나게 한 판 놀고 가자고.

두 번째 순서였던 나는 오프닝이었던 박구윤 선배님이 조금 늦으신 이유로 오프닝 무대를 서게됐다. 고교시절 반장이 학교를 오지 않아 부반장이었던 내가 국진이빵과 우유47개를 돌리고 투표로 반장이 됐던 적이 떠올랐지.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른다잉. 항시 준비하고 있어야 된다잉. 얼른 옷 갈아입고 무대에 올랐다.

묵직한 존재감으로 함께 호흡했다. 아시아에서 보기 드문 몸매, 서울에서도 보기 드문 글래머라고 하는데 이거 뭐 포항에서는 오죽할까? 탐스럽다고 그랬나! 누군지 모를 손이 내 엉덩이를 덮쳤다. 나는 노래하다 ‘엄마야!’하고 뒤 돌아봤더니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의 아지매가 범인이었다. 이왕지사 총각이면 좋았을 건데. 그래 무대서면 이 엉덩이는 내 엉덩이가 아닌겨. 한 쪽도 내놔야 서로가 안 어색한 거지. 멘트 하는 거 봐서는 도저히 아가씨가 아니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생긴다지만 나는 걸쭉하게 뱉어내고 재잘댄다. 왜? 아줌마 같아도 나는 아가씨니까. 호호호♡

땀 좀 났네. 땀 좀 났어. 정직한 땀방울. 오늘 무대서 운동했다. 서울로 가는 길 우리는 예쁘고 경치 좋은 휴게소를 찾아 차를 세웠다. 단양휴게소, 갤러리 화장실

처절한 고통 속에 핀 예술직선을 그리지 못한 화가. ‘삶은 행복과 고통이 있다’ 생각하게 하는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의 작품이 전시돼 있는 공간. 세상에나 대한민국 고속도로 화장실의 품격이 이렇단 말인가. 이런데서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날쏘냐. 편의점 훑고 커피 한 잔씩하며 유머를 터트린다.

“언니. 그렇게 다녀도 이렇게 잘 먹고 다닌적은 처음이에요 장태희 언니랑 있으니 낭만이 있어요”
“만족했다는 그 소리가 나와야 그래 마무리지”
“언니 더 이상 못 먹겠어요”나를 멈추게 하는 소리다.
“그래 우리 선생님은 전라도 목포분이신데, 이렇게 다니면서 먹고 쓰는 돈을 ‘여물비’라고 하시더라. 내는 그거 안 아낀다 아이가. 먹는 밥에 숟가락 하나 더 얹었을 뿐. 동생들 덕분에 더 많이 시켜먹으니 내가 고맙지. 예전에 삼겹살집에서 김치찌개 시킨 언니 안본다 아이가. 너무 서운해서. 하하 호호. 무대서 살풀이하고 굿판 벌였으니 뒷풀이는 기본이지. 사람이 마무리가 있어야지. 집에 가서 하얗게 태워야 잠이 오지. 우리 또 뭉쳐.

나의 퇴근길. 이글이글 정열적인 석양을 눈에 담고 달리다보니 까만 밤이 됐고 내 뜨거운 청춘의 뜨거운 유랑길을 예쁜 가로등이 밝힌다.

오늘은 고로쇠 선물도 받고 집에 들고 들어갈 게 있으니 현관에서 큰소리친다.
“내 왔다. 나와 봐라. 여봐라”큰소리 떵떵 치고 와보니 하늘은 있는 거라. 남동생이 취직선물이라고 고급 명품 속옷을, 언니는 봄 처녀 되라고 꽃 가방을, 밖에서 시원하게 쓰고 오니 또 이렇게 받네

나는 사랑으로 산다. 사랑으로 움직인다. 내 가족을 사랑하고, 내 이웃과, 동료와, 스승과, 모든 이들을 사랑하고 싶다. 그거 표현해야 하는데.

돈 한 번 시원하게 써보게, 얼마나 좋아할까나? 스승님 뚜껑 가발도 해드리고, 선생님 치아도 해드리고, 여행도 보내드리고, 속옷도 사주고, 용돈도 팍팍 드리고, 그놈의 돈. ‘작은 돈을 아끼고 큰돈을 쓰라’는 가르침을 잊지 않는다. 100만원 세금을 내야하는데 단 천 원 때문에 99만 9천원 밖에 없어 과태료를 내야하고 부도가 날 수가 있다고 잔돈을 아껴 신중히 쓰라고 자전거를 탈 때도 코앞을 보지 말고, 멀리 내다 봐야 다리가 펴지고 달릴 수 있다고 스승은 내게 일본말로 おとこ 오토코(남자) 기질에 きまえ 기마에 (쩨쩨하지 않은 기질, 큰마음)가 좋다고 늘 그런 성격을 염려해 이런 조언을 해주시곤 하셨다.

소년이로학난성 少年易老學難成 ‘소년은 늙기 쉬우나 학문은 이루기가 어렵다는 뜻이라 순간을 가벼이 헛되게 보내지 마라’고 깊게 뇌리에 박혀 살아가며 늘 떠오르는 말이라 전해주셨다. 실수하고 틀리면서 알아가고 있다. 물도 차야지, 찰랑찰랑 넘는다.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주시는 스승의 무한사랑으로 나의 영적성장은 커나가고 영적몸매는 풍만해지고 있다고 믿는다. 눈물이 말라야 성공한다고 어머니는 얘기하셨지만, 내안의 고로쇠는 마르지 않는 샘물이라, 마를 때도 됐는데 계속 펑펑 샘솟는다. 그래서 눈물이 핑 돌 때 고개를 돌려버린다. 너와 내가 연결고리인 인연 줄로 만나 엮였다. 나의 팔도 유랑길에 만나게 되는 수많은 인연의 빛나는 보석을 내 마음의 줄에 꿴다.

하얀 추억은 진주처럼 순결했고 뜨거운 사랑은 루비처럼 붉고 정열적이었어. 푸른 바다의 기억은 사파이어처럼 빛났지. 5월의 눈에담은 청산(靑山)은 에메랄드같이 푸르렀어. 귀한 만남의 우리의 이야기는 고귀한 다이아몬드처럼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다. 그것이 108염주보다 더 큰 보물의 목걸이가 될 것이다.

훗날 그것의 매듭을 단단히 묶게 되면 난 하나하나 세어가며 추억이 된 지금을 그리워하고 행복해하겠지. 살아가며 알맹이가 있는 삶을 원했어. 팔도유랑은 그 보석의 인연을 찾아내는 기막힌 여정이다. 지금 이글을 읽고 있는 당신, 장태희 인연 줄에 세상 사람들의 목에 걸게 될 영원히 가장 빛날 희망의 목걸이가 돼 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