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데일리

[이슈현장분석]'기생충' 붕준호 감독 16년의 강렬한 진화

기사 등록 2019-04-22 21:27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 왼쪽부터 최우식, 조여정, 장혜진, 박소담, 이선균, 송강호가 '기생충' 제작발표회에서 포토타임 중이다/사진 박관희 기자

[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봉준호 감독과 송강호가 한국을 넘어 전세계 영화팬을 놀라게 만들 준비를 마쳤다.

22일 서울 중구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제작보고회에는 봉준호 감독,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이 참석했다.

'기생충'은 제 72회 경쟁부문 초청을 받았다. 이로써 봉준호 감독은 다섯 번째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영화 '괴물'로 감독주간 초청된 것을 시작으로 2008년 '도쿄!'와 2009년 '마더'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고, 2017년에는 넷플릭스 영화 '옥자'로 경쟁 부문 후보에 올랐다.

송강호 다섯 번째 칸의 남자가 됐다.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 영화 '괴물'과 이창동 감독 '밀양', 김지운 감독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박찬욱 감독 '박쥐'로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 받은 바 있다.

이선균도 칸 레드카펫을 다시 한 번 밟는다. 김성훈 감독 영화 '끝까지 간다' 이후 두 번째 초청이다. 최우식 역시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과 봉준호 감독 전작 '옥자'에 이어 세 번째로 칸의 부름을 받았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봉준호 감독은 "개봉 시즌이 다가오니 마음이 복잡하다. 영화에 기생충이 나오지는 않는다. 몸에 기생충이 있는 내용은 절대 아니다. '기생충'의 뜻이 뭔지는 영화를 보고 나면 추측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제목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키웠다.

그는 "2013년 겨울, 주변 지인에게 '기생충'의 스토리를 들려줬었다. 두 가족의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다른 환경의 일상에서 마주치게 될 것 같지 않은 두 가족이 마주치게 되면 어떨까, '데칼코마니'란 가제로 불렸다"면서 "우리 삶에서 부유한 사람과 평범한 사람이 만날 기회는 많지 않다. 우리가 삶에서 그런 경계선을 쳐놓진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공간을 나눴다. 기택이 과외 선생이 되면서 공간이 허물어지는 것"이라고 이야기의 출발을 전했다.

칸 초청에 대해서는 "영광스럽다. 떨리기도 하다. 나보다 송강호가 더 칸에 여러번 간 걸로 알고 있다. 그런 걸 다 떠나서 언제 가도 늘 설레고 긴장되는 곳이다. 가장 뜨거고 열기가 넘치는 곳에서 신작을 찍은 영화를 선보이게 되니 그 자체로 기쁘다. 100%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도 있다. 외국 분들이. 한국 관객들이 봐야만 뼛속까지 이해할 수 있는 디테일이 포진돼 있다. 칸을 거쳐서 한국에서 개봉했을 때 가장 설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경쟁에서 내가 상을 받진 못했지만 두 편 다 여우주여상, 심사위원상 상을 받았다. 그 전통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좋은 경험과 세계 영화인들 속에 가는 영화의 진화된 모습을 선보이게 돼 무척 설렌다"고 칸 진출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송강호는 '기생충'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를 떠올렸다. 그는 "봉준호 감독 전작인 '살인의 추억'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은 매번 놀라운 상상력, 통찰력 있는 작품에 늘 꾸준히 도전하는 분이다"라며 "'괴물'이나 '설국열차'는 장르적 묘미와 즐거움을 줬다면, '기생충'은 '살인의 추억' 이후 봉준호 감독의 놀라운 진화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우식은 "'옥자' 시사회 끝나고 뒤풀이에서 저녁을 먹을 때 감독님께서 제게 '뭐 할 거냐?'고 하시기에 아무 것도 없어서 운동을 열심히 할 거라 답했다. 감독님이 '그 운동 나중에 하라'고 하시더라. 마른 체형을 유지하라고 하시기에 힌트처럼 들렸다. 그 다음 감독님께서 제게 같이 하자고 하신 것"이라면서 출연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최우식은 송강호보다 분량이 많은 것으로 언급됐다.

봉 감독은 "송강호가 최우식 배우 보다 근소한 차이로 분량이 적으시지만 분량과 무색하게 존재감을 보여주셨다"며 "메시와 호날두가 경기에서 패스, 작은 몸짓 하나로 흐름을 바꾸고 수준을 다르게 바꾸지 않나. 배우로서 강호 선배님은 그런 존재다. 많은 배우들과 앙상블 속에서도 흐름을 규정하는 배우"라고 신뢰를 표했다.

마지막으로 봉준호 감독은 면면이 화려한 배우들과 함께하게 돼 굉장히 즐거웠다고 전했다. 봉 감독은 "배우들이 모두 융합을 이뤘다. 그 정점에서는 송강호가 후배들을 이끌었다. 오히려 내가 할일은 없었다. 톱니바퀴처럼 흘러가는 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고 말해 배우들의 연기를 한층 기대하게 만들었다.

한편 '기생충'은 오는 5월 말 개봉한다.

유지윤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