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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마녀의 법정’ 정려원, 연기 인생 ‘꽃’을 피우는 그날까지

기사 등록 2017-12-2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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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키이스트 제공
[이슈데일리 전예슬기자] 드라마가 끝이 나면 대부분의 배우들은 종영 인터뷰를 진행한다. 보통 3~40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하기 때문에 2, 3일에 걸쳐 기자들과 만나게 된다. 한 시간 남짓 쉼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마지막 날, 마지막 타임이 되면 지쳐있기 마련이다. 비슷한 질문과 대답을 반복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정려원은 한 마디로 ‘에너지가 넘치는’ 배우였다. 오히려 상대방을 더 힘나게 하는, 그런 재주가 있는 사람이었다. 1시간의 시간이 정말 짧게 느껴질 정도였다. 모든 일정을 끝내고 돌아가는 마지막까지 일일이 인사를 전하던 그의 모습을 아직까지 잊을 수 없다. 화면에서도, 밖에서도 빛이 나는 배우였다고 할까.

이슈데일리는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마마논마마에서 KBS2 드라마 ‘마녀의 법정’을 종영하고 휴식기에 접어든 정려원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마이듬을 아직 떠나보내지 못했다”라며 웃음 지었다.

‘마녀의 법정’은 출세 고속도로 위 무한 직진 중 뜻밖의 사건에 휘말려 강제 유턴 당한 ‘에이스 독종마녀’ 검사 마이듬(정려원 분)과 의사 가운 대신 법복을 선택한 ‘본투비 훈남’ 초임 검사 여진욱(윤현민 분)이 여성아동범죄전담부에서 ‘앙숙 콤비’로 수사를 펼치며 추악한 현실 범죄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법정 추리 수사극이다.

정려원이 맡은 마이듬은 서울 4대 지검을 고루 거친 7년차 평검사로 촉도 좋고 법 적용도 칼이다. 필요하면 합법과 위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과감한 수사로 몸담았던 부서마다 ‘에이스’라 인정받은 인물. 아직은 마이듬을 떠나보내지 못한 정려원은 “별 탈 없이 마무리해서 후련하다”라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 사진=키이스트 제공
“대본을 받고 출연을 결정한 순간부터 엄청 긴 레이스라고 생각했어요. 지쳐서 낙오자가 되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부담감이 컸죠. 별 탈 없이 마무리해서 후련해요. ‘마녀의 법정’으로 인해 피해자분들이 또 다시 상처받을까봐 걱정이 들었어요. 다행히 걱정보다 위로가 더 된 것 같아 뿌듯하네요.”

‘마녀의 법정’은 첫 방송부터 시대가 낳은 성고문 사건부터 현실에 만연한 사내 성추행 사건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분노를 유발하는 현실에 통쾌한 ‘사이다’를 날리면서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줬다는 호평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스마트폰의 보급화로 급격하게 증가하는 범죄 중 하나인 ‘몰래카메라 범죄’를 다루면서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저의 집에 누군가 들어와 몰래카메라를 설치한다고 생각하니까 온 몸에 소름이 돋더라고요. 방소에서 나오진 않았는데 카메라를 들고 볼 때 소름이 쫙 돋았어요. 그 장면을 고프로로 촬영했는데 얼굴에 돋은 소름이 자세히 보이진 않았어요. ‘여성분들이 너무나 많은 곳에 노출되어 있고, 타겟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죠. 인터넷에서만 봤던 일들, 저에게 일어나진 않았지만 진짜 있었던 일들이니까 소름이 돋았어요.”

‘마녀의 법정’은 첫 방송 6.6%(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출발했다. 탄탄한 스토리,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져 입소문을 타면서 시청률 상승곡선을 그렸다. 마지막회는 첫 방송 시청률 보다 2배 이상 오른 14.3%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정려원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거라고 예상 했을까.

“대본이 너무 재밌었어요. ‘시청자들도 재밌어할까’ 생각이 들었죠. 방송된 시기도 멜로가 더 잘 어울리는 날씨였어요. 저희만 재밌어하다가 끝나는 건 아닌가 싶었죠. 전작이 ‘란제리 소녀시대’였는데 보너스를 받고 시작하는 건 아니었으니까요. 두 배의 시청률만 기록해도 ‘큰 일 했다’라고 생각했죠. 7%대 시청률 공약을 걸었는데 전광렬 선배님이 혀를 차시더라고요. 하하. ‘이거 16%대는 나와’라고 하시더라고요. 첫 방송이 6.6% 시청률이었어요. ‘공약 다시 걸어야하는 거 아니야?’라고 해서 중간에 15%대 시청률로 재공약을 했어요. 아쉽게 가진 못했지만요.”

정려원의 마지막 드라마는 2015년 tvN ‘풍선껌’이다. 이후 그는 영화 ‘게이트’ 촬영을 마쳤고 현재 개봉을 앞두고 있는 상황. ‘마녀의 법정’ 출연 전까지 연예계 활동 보다는 다른 쪽으로 활동을 펼쳤던 그다. ‘마녀의 법정’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정려원은 말을 이어가면서 살짝 눈물샘을 붉히기도 했다.

▲ 사진=키이스트 제공
“마이듬 역할을 하면서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습득했어요. 공포가 엄습할 때 참아내고, 이겨내면 ‘재신이 되겠구나’를 알았죠. 작품을 찍으면서 두려웠던 적은 처음이에요. 제가 긴장하는 손동작들을 스태프들에게 보이니까 패닉이 오더라고요. ‘화장실 갔다 올게요’라고 하고 쉬고 온 적도 있어요. 기둥이 무너지면 같이 무너질 것만 같았죠. ‘왜 욕심을 내서 한다고 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제 자신에게 너무 짜증이 났죠.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감독님에게 말씀드렸더니 ‘같이하자’라고 하셨어요. 그건 저를 믿는다는 의미에요. 그렇다면 나도 이 믿음에 힘입어서 뭔가 해내야겠다고 생각했죠. 백지상태가 되는 저를 보면서 ‘정려원 멀었다’라는 공포가 생겼지만 무너질 수 없었어요. 현장에서 티는 나지 않았지만, 힘들었던 시간이었죠.”

‘마녀의 법정’이 정려원에게 부담감으로 다가온 이유는 해보지 않았던 검사 역할이라서가 아니다. 드라마를 통해 2차 피해를 받을 피해자들을 우선순위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담감은 두려움으로, 또 공포감으로 그에게 다가왔다.

“흉부외과 의사 역할을 맡았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설득력 있게 표현되지 못하면 민폐가 되고 패배감으로 느껴질 것 같았거든요. 그 무게가 컸어요. 그 어떤 역할보다 제 롤이 컸어요. 대본 중 6~70%를 이듬이가 차지했으니까요.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저격수가 되어야 했죠. 그래서 그 어떤 역할보다 부담이 된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 대두되는 이슈들인데 상처 입히는 사례가 될까봐 겁먹었던 것 같아요. 부담도 많이 됐고요.”

하지만 정려원은 부담감과 두려움을 이겨냈다. 많은 이들은 ‘정려원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남기기도 했다. ‘마녀의 법정’ 역시 정려원에게 의미 깊은 작품으로 남았을 것이다. 봄에 꽃을 피우기 위해서 씨앗들은 차가운 겨울을 견디어낸다. 정려원도 화려한 연기 인생을 피우기 위해 이런 과정을 겪고 있는 중일 터.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고 극복하는 그의 연기 행보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에요. 평생 배우로서 궁금해 하고 껴안고 가야하는 숙제를 초반에 풀어냈죠. 새로운 역할이라 두려웠지만 도전할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이제는 두려움을 극복해냈죠. 역할에 대한 자신감을 붙게 해준 ‘마녀의 법정’이에요. 또 깊이 빠질 수 있었던 작품이었고요.”

전예슬기자 jeonys02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