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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대립군' 여진구 "광해를 통해 위로를 받으셨으면"

기사 등록 2017-05-3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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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허재성기자]"'대립군' 촬영 당시 나라와 국민분들 모두도 힘들었다고 들었어요. 저는 광해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많은 위로가 됐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도 저처럼 광해를 통해 위로를 받고 희망찬 메시지를 전달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과거 조선을 구한 소년을 있다. 그리고 그 소년을 연기한 현재의 소년이 있다. 아니 이제 어느덧 청년으로 성장해 더욱 깊이 있는 모습으로 대중들과 마주한 여진구 이야기다. 당연 그의 첫인상은 훈훈한 비주얼과 아역시절부터 화제가 된 매력적인 보이스가 차지했다. 여느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캠퍼스 낭만에 대해 꿈꾸고 연애와 여행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청년. 장난끼까지 다분한 그의 모습은 마치 그가 아직 청년이 아닌 설레이는 소년에 더 가깝다고 느끼게 만들었다. 연기에 대해선 누구보다 진중하다는 여진구와 최근 서울 삼성동 모 카페에서 영화 '대립군'과 광해라는 인물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가 생각한 왕세자의 느낌과는 달랐어요. 그래서 감독님을 항상 귀찮게 했는데 매번 포인트를 잡아주셨어요. 감독님은 ”‘왕세자’, ‘광해’에 휘둘리지 말고 알고 있던 모습을 다 버려라“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저도 광해에게서 용감함과 카리스마 같은 자질을 찾지 않았어요. 그래서 인재가 아닌 인간으로서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사전 조사를 통해 인물을 좀 더 세밀하게 탐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실존인물’이라는 것은 과거의 일. 지나간 일을, 그것도 아주 오래전의 일을 생생히 전달하면서 동시에 작품 속에 녹아들게 표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실존인물이라는 관념은 오히려 독이 됐어요. 저는 광해가 ‘이렇게 했다’, ‘광해는 이런 인물이다’라는 틀에 박혀있었거든요. 사전 조사가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많이 되지만 어느 정도 선이 있는 것 같아요. 영화에 녹여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영화에 대한 나름대로의 분석을 끝낸 이후 여진구는 광해라는 인물을 표현할 때 성장한 광해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고 한다. 그런 그가 선택한 이번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과 배우 이정재가 선택한 장면은 신기하게도 동일했다.

“감정이나 사건은 현장에서 촬영하면서 수정한 부분이 많아요. 특히 김무열 선배님이 저를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처음에는 서서 딱딱하게 대사만으로 표현했죠. 그러다보니 감정도 잘 안 잡혔어요. 그래서 감독님, 선배님들과 논의를 거듭해서 수정한 장면이 있어요. 처음으로 토우(이정재 분)와 부딪히는 부분인데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정재라하면 여진구에게는 엄청난 대선배다. 그리고 여진구는 그동안 이정재와 같은 대선배들과 여러번 호흡을 맞췄다. 그때마다 배우들이 입을 모아서 했던 이야기는 “여진구는 성숙한 느낌이다. 나이만 어리지 같은 연배처럼 느껴진다”였다.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냥 제가 연기 얘기할 때 너무 진지해 지나 봐요.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이런 이미지가 아닌데 친해지고 나서 오히려 많은 분들이 ”이런 사람인줄 몰랐다“고 전으로 돌아가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웃음), 그냥 연기 얘기할 때 잘 하고 싶은 의욕이 앞서서 그런 것 같아요.”

그의 겸손한 답변과는 달리 선배들은 모두 여진구의 풍부한 감정을 칭찬했다. 이에 대해 여진구는 “선배님들이 워낙 후배사랑이 강하시다”며 “항상 먼저 다가와 주신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는 유독 선배들에게 기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제가 연기를 할 때 저 자신이 연기하는 역할 보다는 상대 역할에 맞추고 기대는 편이라 선배님들이 고생하셨어요. 그런데 감사하게도 늘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시고 맞춰주시고 대립까지 해주시니 너무 감사하죠. 이번 작품에서 이정재 선배는 정말 토우처럼 저를 키워주셨어요.”

선배들의 조언 중 여진구의 뇌리 속에 가장 깊게 박혔던 말은 “너 앞으로도 지금처럼 연기할꺼지?”라고 한다.

“처음 들었을 땐 그 말이 “너 앞으로도 연기 계속 할거지?”인줄로만 알았는데, 돌이켜보면 ‘그때처럼’ 연기하라는 말이셨던 것 같아요. 표현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게 많다 보니 욕심이 많아지고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부분을 신경 쓰면서 감정까지 복합적으로 가져가게 됐어요. 너무 많은 생각이 방해가 된 면이 없잖아 던 거죠. 연기가 딱딱해지고 틀에 박히고 그래서 한동안 많이 고민 알면서도 고쳐지지가 않았어요. 그런데 다행히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다잡은 것 같아요. 너무 준비를 많이 하는 것은 오히려 현장에서 살아있는 느낌이 힘들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게 했거든요.”

그는 이제 이십대가 됐다. 성장한 만큼 생각 또한 자랐기 때문에 ‘잘못된 길’이 아닌 ‘거쳐가야 하는 길’을 걸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진구도 친구들과 어울리고 여행을 좋아하며 운동을 즐겨하는 평범한 20대 청년이다. 그렇기에 고민했을 뿐 그는 여전히 연기가 최대 관심사이자 즐거움이고 행복이라고 전했다.

“‘대립군’은 제 연기생활에서 큰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에요.” 앞으로도 더 폭 넓은 연기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 그래서 대중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가는 것이 제 꿈이에요. 때문에 이번 영화는 관객 분들이 위로를 받는 동시에 새롭다고 느끼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말하는 그의 진중함은 단순히 성격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연기에 보였던 관심과 집중력. 그것이 여진구를 진지하게 만들었으며 꾸준히 실력향상을 이어갈 수 있게 했을 것이다. 그가 이번 대립군을 통해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을지 기대가 모아지는 대목이다.

허재성기자 wwsw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