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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탐정’ 권상우, ‘한류 스타’ 넘어 ‘코미디 장인’으로

기사 등록 2018-06-07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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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나연 기자
[이슈데일리 최하은기자] ‘원조 한류 스타’ 권상우가 돌아왔다. 지난 2015년 ‘탐정: 더 비기닝’에서 꼭 맞는 옷을 입고 나타난 그는 코미디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개봉을 앞둔 ‘탐정: 리턴즈’ 촬영 현장에서도 ‘대본 마스터’라고 불릴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던 권상우. 영화의 연출을 맡았던 이언희 감독은 그를 역대급 ‘센스쟁이’라고 극찬했다. 역시나 인터뷰로 만났던 그는 ‘태’가 남다른 배우였다.

지난 1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west 19에서는 ‘탐정’의 주연을 맡은 권상우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탐정’은 셜록 덕후 만화방 주인 강대만(권상우)과 레전드 형사 노태수(성동일)가 탐정사무소를 개업, 전직 사이버수사대 에이스 여치(이광수)를 영입해 사건을 파헤치는 코믹범죄추리극이다.

권상우는 ‘탐정: 더 비기닝’ 때를 회상하며 이번 영화의 개봉에도 남다른 감회가 느껴지는 듯 했다. 당시보다는 촬영 환경, 투자 여러 부분에서 상황이 좋아진만큼 기대감도 높아진 듯 했다.

“관객들이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긴 한데 개봉을 해봐야 아니까요. 1편 때 보다는 여러모로 환경이 좋아졌어요. 그 당시에 첫날 5만명의 관객 들고 기뻐했었는데 그때보다는 선거일이라 스코어는 좋겠네요. 일단 저는 속편 영화를 처음 해 보는 거예요. 정말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을 해요. 1편때도 뒤늦게 VOD를 보고 재밌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고요. 그래서 속편에 대한 갈증이 더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는 그래서 복수의 칼을 갈자는 생각으로 촬영을 했어요. (웃음)”

‘탐정: 리턴즈’의 개봉으로 ‘탐정’은 시리즈물의 시작을 알린 셈이다. 배우들에게 큰 부담이기도, 영예이기도 한 시리즈물의 주연 자리. 권상우는 영화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이게 만약 시리즈 물이 된다면 창의적이고 독특한 장르가 된 것 같아요. 약간 시민의 모습이잖아요, 불완전한 사람들이 큰 사건을 아슬아슬하게 풀어가는데 그 와중에 재미가 더해졌다면 한국적인 시리즈가 될 것 같았어요.”

이 영화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았어요. 제작자님도 하나 하나 신경 써주셔서 사실 큰 힘이 됐어요. 저희의 모든 동선을 다 아실 정도였으니까요. 하나로 똘똘 뭉치게 되고요. 그래서 준비도 더 철저하고, 모든 장면이 물 흐르듯 잘 나온 것 같아요.

권상우는 극중 탐정이라는 꿈과 가장 사이에 선 한 남성의 모습을 현실적이면서도 유쾌하게 담아냈다. 특히 권상우 특유의 발음은 대만 캐릭터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잘 녹아들었다. 대사량이 많고 빠르게 내뱉어야 하는 방식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을 입어서일까. 연기를 즐기고 있는 권상우의 모습은 러닝타임 내내 고스란히 전해졌다.

“(강대만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잖아요. 그것들로부터 오는 장점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언론시사회 때) 분명 재미있는 부분인데 안 웃으시는 것도 있고 안 웃긴 포인트라고 생각했는데 웃으시는 것도 있으니까 정신이 없더라고요. 강대만은 저와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충분히 강대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죠. 유부남들은 다 이해할거에요. 아내에게 굳이 거짓말 안 해도 되는 건데 해봤자 좋은 소리 못들을 것 같으니까 거짓말도 하게 되는 뭐 그런거요.”

권상우는 연예계 대표 ‘사랑꾼’으로 유명하다. ‘탐정’ 제작자는 “아마 손태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행복한 아내일거다”라고 말할 정도라고. 그는 한 여자의 남편으로써, 가장으로써 성실하게 자신의 몫을 감당해내고 있는 듯 했다.

“일단은 결혼 10년차가 되니까 저희 끼리 서로 ‘이제는 뭔가 안정화가 된 것 같다’고 말해요. 일과 가정 모든 부분에서요. 저는 오히려 그게 좋더라고요. 요즘 아이에게는 공부도 필요없고 안전을 제일 강조해서 말해요. 아내가 ‘그만 좀 해’ 이럴 정도로요. 가장의 무게인 것 같아요. 대만이도 똑같은 거겠죠. 겁 많은 대만이인데 아들을 구해주기 위해 싸움도 하고요. 그게 부모의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식의 표현으로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면서 해소시켜주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유부남이 아닌데 강대만 역할을 하고 싶지 않았을 것 같아요. 심각하게 추리하는 것 보다 똥 기저귀 갈고 아기 안고 뛰어다니는 것 자체가 매력적인 것 같아요. 관객들이 ‘이런 캐릭터에는 역시 권상우다’라고 생각하시게끔 하고 싶어요.”

‘탐정’은 권상우와 성동일의 ‘케미’가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두 사람의 호흡은 어느 영화보다 빛났다. 여기에 재치만점 캐릭터 이광수까지 합류하니 더할 나위 없었다. 이광수가 이번 영화에서 ‘조커’로 활약을 했다면 성동일과 권상우는 안정된 중심 축으로 있어줬다. 권상우는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된 대선배 성동일에게 큰 존경심을 표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 혼자 고생하시면서 저를 키우셨어요. 중학교 이전에 너무 힘들게 살아서 제 나이 또래들이 느껴보지 못한 것들을 경험했죠. ‘월남전’을 갔다 온 듯해요. 저는 어렸을 때 고생을 많이 해서 절약 정신도 있고, 어려운 것도 알고 있거든요. 성동일 선배님도 어렸을 때 고생 많이 하셨잖아요. 그래서 더 공감할 수 있고 정이 가는 것 같아요. 인생의 여러 가지를 다 겪으셨고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을 하고 계시는 모습에서 이분만이 살아온 색깔이 담긴다고 생각해서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권상우와 성동일은 차기작에서도 다시 만나게 된다. 이쯤 되면 두 사람은 ‘끈질긴 인연’이다.

“내일 첫 촬영이에요. 선배님이 ‘내일 뭐 찍지?’라고 물어보시는데 제가 ‘저도 잘 모르겠어요’라고 했어요. (웃음) 모든 작품을 함께 할 수는 없겠지만 ‘탐정’을 통해서 꾸준히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 관객분들이 ‘성동일과 권상우가 나올 때가 됐는데’라는 생각이 드시길 바라요.”

권상우는 ‘탐정’을 통해 자신의 연기에 확신과 자신감을 가지고 관객에게 장벽 없이 나아가는 듯 했다. 돌파구를 찾은 느낌이랄까. 권상우는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추리의 여왕’과 ‘탐정’이 자신에게 있어 좋은 기회이자 전환점이었다고 했다.

“‘추리의 여왕’과 ‘탐정’이 관객들에게 느껴지는 도달점이 비슷한 것 같아요. 저는 사실 그 전에도 그런 연기를 했었고요. 그런데 제 프로필을 쳐보니 탐정 전에는 다 중국 작품을 하고, ‘통증’이 한국 영화의 마지막 활동이더라고요. 그때 시기적으로 해외 활동을 병행하다보니 단절의 느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추리의 여왕 끝나고도 ‘절반의 성공’을 이룬 것 같아서 찝찝하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는데 응원의 말을 해주시더라고요. ‘상우씨는 이제 드라마 하고 싶은거 아무거나 해도 될 것 같아. 안티가 많이 있었는데 추리의 여왕을 통해서 그런게 말끔히 지워졌다’고요. ‘탐정’도 그런 느낌의 작품이에요. 저는 별로 인식을 못하고 있지만 그렇게 느껴주신니까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탐정이 멋있는 영화가 아니잖아요. 그래도 원없이 재밌게 놀면 분명히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 자신이 멋있는 걸 내려놨다는 건 아니에요. 저도 멋있는 걸 하고 싶은데 이 작품은 사랑 한 것 같아요. 저 혼자의 힘으로 되는 건 아니고 모든 게 합쳐져서 좋은 영화가 만들어졌어요.”

과하지도, 지나치게 숨기지도 않았다. 권상우는 자신의 약점을 매력으로 바꾸기도 하고, 빠르고 유연하게 상황에 적응하는 배우인 듯 했다. ‘권상우는 뭐든지 빠르다. 툭툭 던지는 말이 다 센스있고 재밌다’고 한 이언희 감독의 말이 백번 인정됐다. 그가 연기자로써 성공할 수 없었던 이유, 바로 자신의 매력 포인트를 인지하고 대중들에게 하나씩 입증해낸 결과다. 권상우의 넘치는 매력을 엿볼 수 있는 영화 ‘탐정: 리턴즈’는 오는 13일 전국 극장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최하은기자 rinon9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