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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이준익 감독, 당신의 빛나는 청춘에게 ‘변산’을 선물하다

기사 등록 2018-06-2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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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이슈데일리 김나연기자] 이준익 감독이 이 시대 청춘을 그린 영화 ‘변산’으로 돌아왔다. 이준익 감독이 당신의 청춘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네며 말한다. 그 속에 빛나는 청춘이 있을 거라고.

‘변산’은 ‘동주’(2016), ‘박열’(2017)에 이은 이준익 감독의 청춘 3부작 세 번째 이야기다. 무명 래퍼 학수(박정민)가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고향 변산으로 돌아가 초등학교 동창 선미(김고은)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슈데일리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변산’의 이준익 감독을 만나 영화에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변산’이 13번째 작품인데 영화는 매년 할 때마다 면역이 없어요. 할 때마다 똑같아요. 할 때마다 무섭죠. 누구에게 평가 받는다는 게 그만큼 사람을 주눅 들게 만드는 거예요. 아마 스티븐 스필버그도 똑같지 않을까요. (영화를 공개할 때) 이중 감정이 있어요. ‘이 영화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해야지’ 라고 생각하다가다도 막판에 오면 쫄리고, 숨고 싶죠. 현장에서 촬영을 하면서 느끼는 건 자기 최면을 걸고 있기 때문에 가짜감정이에요.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고, 어쨌든 영화는 나와야 하니까요. 잘못 돼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도 잘되고 있다고 자기 최면을 하는거죠”

이준익 감독은 ‘변산’이 ‘동주’, ‘박열’에 이은 청춘 3부작임을 인정하면서도 부정했다. 실제 영화는 앞선 영화들과는 맥을 달리하는 것이 사실. 이준익 감독은 관객들의 두 가지 시선을 예상했다.

“‘동주’, ‘박열’의 연장선상인 것을 부정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전혀 다른 프레임이라 두 가지 시선을 가지고 볼 것 같아요. ‘동주’, ‘박열’과 같은 영화를 기대하고 봤는데 다르니까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또 다르니까 좋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요. 영화감독은 자기 전작으로부터 가장 멀리가고 싶은 욕망이 있어요. 장르 영화감독은 장르를 벗어나면 안 되고, 멀리가면 안 되지만 저는 장르 감독이 아니니까요. 매번 멀리뛰기를 하는 거죠”

▲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동주’, ‘박열’의 주인공들이 ‘시’와 ‘행동’으로 인간의 내면을 담아내고, 자신의 의지를 전달했다면 ‘변산’의 주인공인 학수가 자신의 내면을 표출하는 도구는 바로 ‘랩’이다. 그리고 이준익 감독은 이를 생각해낸 후 단 한명의 배우를 떠올렸다. 바로 박정민이다.

“4년 전 쯤 시나리오 받았을 때는 주인공이 단역배우였어요. 그런데 그 당시 ‘럭키’라는 영화가 나온거죠. 겹치니까 바꿔야 하는데 젊은 친구들의 문화적 관심도를 생각해보니 래퍼가 생각나더라고요. ‘래퍼를 누가하지?’ 생각해봤는데 딱 박정민이 떠올라서 박정민에게 전화를 했어요. ‘동주’ 할 때 술 먹고 노래방을 갔는데 박정민이 랩만 하더라고요. 그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바로 연락을 했죠”

생각하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너무나도 다른 일. 설정한 의도는 명확하다 할지라도 60대에 접어든 이준익 감독에게 랩과 힙합이라는 소재가 쉽지 많은 않았을 터다.

“저는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별로 없어요. 모르는 건 죄가 아니에요. 아는 척 하는 게 죄죠. 날 때부터 아는 사람은 없죠. 사람이 어떻게 다 알아요. 모르는 것은 물어보면 되니까 두렵지 않고요. 그리고 랩은 (박)정민이하고 얀키한테 전적으로 맡겼어요. 랩은 너네 마음대로 하라고요 (웃음)”

이 영화는 ‘타고난 이야기꾼’인 이준익 감독의 힘과 배우 박정민이 만나 완벽한 시너지를 발휘했다. 래퍼 ‘심뻑’을 가장 잘 표현해낼 수 있는 배우? 박정민 말고는 다른 배우가 생각나지 않는다. 이것이 이준익 감독이 ‘동주’에 이어 또 다시 박정민을 찾은 이유가 아닐까.

“박정민이라는 배우가 주목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에요. 제가 ‘동주’에서 발견했다고요? 박정민이 송몽규 역할로 들어와 준 것이 오히려 저에게 행운이죠. ‘동주’를 찍으면서 나중에 단독 주인공으로 이 배우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뿜어내게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지금 이뤘어요”

이렇듯 박정민은 이준익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준익 감독이 생각했던 학수라는 이미지와 꼭 들어맞았던 것.

“학수는 현대사회에서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찌질함과 껄렁거림을 모두 가지고 있어요. 별 것도 아닌데 그런 흉내를 내는 데 있어서 박정민은 탁월하죠. 실제로 영화도 박정민의 캐릭터에 이입하게끔 연출됐고, 편집됐어요. 박정민의 관점이 주체가 되고, 만나는 사람들이 대상이 되고, 또 대상들이 서로 교차하면서 사건화 되고 그게 사연이 되죠. 영화의 마지막에 도달하면 마치 내 친구의 이야기를 본 것 같기도 하고요. 그들만의 사연으로 여행을 떠났는데 그게 내 사연이 되는 거예요”

▲ 사진=영화 '변산' 스틸컷
이준익 감독은 이러한 학수의 이야기로 청춘을 위로하고 싶었다. 그리고 응원하고 싶었다. 동시에 이 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아재와 꼰대들, 그리고 청춘들이 서로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랐다.

“사실 꼰대나 아재나 청춘이나 세대를 가르는 갈등의 용어잖아요. 그럼에도 소위 말하는 아재들이 시끄럽다고만 생각한 젊은이의 랩으로 청춘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세대 간의 소통이 조금이라도 넓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죠. 부모님 세대는 사실 락 세대잖아요. 제가 락을 듣고 자랐으니까요. 요즘은 랩 세대고요. ‘변산’은 한마디로 락을 좋아하는 부모님들이 랩을 이해하는 영화죠”

웃음과 감동 그 사이. ‘변산’은 감정을 강요하지 않지만 자연스러운 감동이 있는 영화다. 그리고 이준익 감독은 불편한 순간을 맞이할 누군가에게 극복할 수 있는 과정을 선물했다.

“어른과 청춘을 구분하기 전에 모두 한 명의 인간이에요. 모든 인간은 자신의 과거로부터 도망치는 게 많죠. 부끄러웠던 순간, 불편했던 순간에서 멀리 도망쳐 여기까지 온 거에요. 대부분의 사람이 그런 마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 영화는 메시지를 던져요. 어느 날 피할 수 없이 불편한 순간을 다시 마주했을 때 또 피할 것인가. 악수할 것인가. 영화 속에서는 그것을 강제로 변산에 묶어놓는 것으로 극복하는 과정이죠. 관객들이 학수의 내면을 체험하면서 자신의 불편한 과거와 악수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의지대로 해결되는 건 거의 없으니까. 잠시 잠깐이라도 그런 마음이 든다면 성공한 게 아닐까요”

김나연기자 nadus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