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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뷰]‘기생충’, 지금껏 보지 못했던 충격적인 ‘가족희비극’

기사 등록 2019-06-1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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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기생충'이 절찬 상영 중이다/CJ엔터테인먼트
[이슈데일리 김혜린기자]거장 봉준호 감독이 돌아왔다. 매 작품마다 극장가에 ‘봉준호’ 열풍을 불러일으킨 그가 ‘가족희비극’이라는 지금껏 본적 없던 장르를 내세우며 대중들에게 또 하나의 ‘인생작’을 선사했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는 기택(송강호)의 가족들이 반지하에서 피자박스를 접으며 꾸역꾸역 살아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러던 어느 날 기우(최우식)의 친구가 찾아와 아르바이트 자리를 소개시켜주는데 바로 박사장(이선균)네 딸 다혜(정지소)의 영어 과외 선생 자리였다.

과외 알바를 시작한 기우는 조금은 이상한 박사장네 사모 연교(조여정)를 만나게 되며 기발하면서도 위험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그렇게 ‘가족희비극’의 문은 열린다.

한국 영화사상 첫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만큼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던 영화 ‘기생충’은 봉준호와 출연 배우 모두의 필모그래피 위에 빛나는 커리어를 하나 더 추가시켰다.

봉준호에게 ‘봉테일’이라는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봉준호는 작은 캐릭터 하나에도 엄청난 심혈을 기울여 완벽에 가까운 싱크로율을 이뤄냈다. 뿐만 아니라 처음 시나리오를 써 내려갈 때부터 봉 감독은 집부터 가구까지 모든 소품들을 고려해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상징’. 아마도 영화 속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계단, 수석, 인디언, 모스부호 등 수많은 상징들 앞에서 봉준호 감독은 대사에 의도적으로 ‘상징’을 집어넣어 관객들에게 직접적이면서도 간접적이게, 모든 부분들을 강조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흘러나오는 노래 ‘소주 한잔’까지도 완벽했다. 희망찬 기우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수석’이 마음 한 구석을 내리 찍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런 부분에서 봉준호는 마술사 같다. 사람의 감정을 이토록 뒤흔들 수 있는 능력이 마법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 영화 '기생충'이 절찬 상영 중이다/CJ엔터테인먼트
배우들의 연기는 단연 말할 것도 없었다.

극 중 전원백수 가족의 가장 기택 역을 맡은 송강호는 맞춤옷을 입은 듯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 ‘시대의 배우’라는 타이틀이 붙을 정도로 매 작품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그는 ‘기생충’에서도 어김없이 또 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에 이어 ‘기생충’까지. 벌써 네 번째 함께하는 작품인 만큼 송강호와 봉준호는 척하면 척이었다. 이러한 두 사람의 호흡은 관객들에게 긴장감으로 다가와 몰입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기택 가족의 숙주 박사장. 젠틀한듯 싶으면서도 어딘가 벽이 있는 재벌의 모습을 이선균은 그만의 색깔로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영화 ‘끝까지 간다’에서의 비열함과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따뜻함 그 경계선에서 이선균은 아슬아슬하게 박사장이라는 캐릭터를 복합적으로 구축해 나갔다.

이 영화에서 가장 빛을 발한 배우는 아마 조여정이 아닐까 싶다. 조여정은 박사장네 순진하고 심플한 사모님 연교 역을 맡아 귀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을 뽐냈다. 영화 ‘인간중독’에서의 묘한 기운을 보고 조여정을 캐스팅했다는 봉 감독의 촉대로 조여정은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매력적인 연기로 스토리 전개에 탄력을 불어넣었다.

“광대 없는 희극, 악인 없는 비극”

봉준호 감독의 표현대로 영화에는 뚜렷한 선과 악이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현실의 지독한 ‘냄새’만이 진동할 뿐. 그래서 더 무섭다. 단순히 영화로 받아들이기에 ‘기생충’은 사회를 너무나도 깊숙히 투영해버렸다. 그렇게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가 씁쓸해지기도 했다가 나중에는 처연해진다.

‘설국열차’가 수평적 계급차이였다면 ‘기생충’은 수직적인 봉건사회다. ‘21세기’와 ‘봉건사회’는 결코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다. 하지만 관람 후 의문을 품게 된다. 피라미드 사회가 정말로 ‘붕괴’됐는지.

‘가족희비극’.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봉준호만의 새로운 세계관이 펼쳐진 영화 ‘기생충’은 절찬 상영 중이다. 러닝 타임 131분.

김혜린기자 gpfls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