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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희의 팔도유람기]신인상 수상 편, “생에 잊지 못할 감격스런 순간”

기사 등록 2017-02-09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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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지영기자]이번 편은 전통가요가수협회에서 평생의 한번뿐인 신인상을 수상해 팔도유랑의 뜨거워진 몸과 마음을 진정시켜준 그날의 얘기를 들어보라.

2010년 음반 출시 후 2011년 1월24일 KBS1 '가요무대'를 첫무대로 데뷔한지 6년째 전통가요 트롯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통해 거친 파도에 다듬어져 매끈해진 차돌처럼. 지나온 순간들은 세파에 찌들리지 않고 세상바람에 멋지게 변모하여 장태희를 만들어갔던 시간들이다.

담보는 청춘이다.
담보는 시간이다
담보는 진심이다
담보는 사랑이다.

국악경기민요 활동당시 한국계 일본인 가수

미소라히바리 美空ひばり
미야코하루미 都はるみ
이시가와사유리 石川さゆり

엔카의 공연영상을 듣고 보고 밤을 새우며 일본으로 건너갈 준비를 할쯤, 대학생트롯가요제에서 만나 인연이 닿은 선생님의 도움으로 가수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이렇게 튼튼한 두 다리로 무대에서 넘어지기도 했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체중이 불기도 했고, 감정상의 이유로 우렁차고 힘 좋기로 유명했던 성량도 온데간데없이 목이 잠겨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시련을 맛보기도 했다.

젊은 날의 시련이 얼마나 값진 보석인지 겪어가며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요리왕 시절에도, 국악원시절에도 승승장구 늘1등만 하며 좌절과 실패가 뭔지 알지 못했었다.

헌데 가수를 하겠다. 내 이름으로, 내 힘으로, 내 재능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하지 않는 인생의 주인이 되어보겠다고 뛰어든 가수의 시작은 내게 일생일대의 가장 험난한 시험의 연속이었다.

태어나 ‘서럽다’, ‘서글프다’라는 단어를 수없이 되새겼고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 없어 삼키기도 했다. 뜨겁기만 했던 철부지가 어른이 되어가는 가수의 유랑길은 방해꾼도 있었고 장애물도 있었다. 질투, 모함, 투기가 무엇인지 천사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 108요괴들도 있었다.이는 옥석을 가리는 투시의 제3의 지혜의 눈을 갖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그렇게 매일, 매달 인생의 시험을 치르다보니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고 컨닝 할 수도 없는 내 답안지는 성적이 좋았다, 나빴다 한다. 이번 달은 점수가 무지 좋은날이다. 일생일대 딱 한번 받는 신인상을 수상하는 날이다.

MBC ‘가요대제전’ 신인상, ‘한국가요 작가협회’ 신인상, ‘대한민국 전통가요 협회’ 신인상까지. 3번째 마지막 신인상인 것이다.

신인상 新人賞

새로 등장한 사람 중 뛰어난 사람에게 주는 상이라 하는데, 상을 받고 나니 이제는 상주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동료가수들과 나란히 서서 수상소감을 얘기하는데 목이 메여 큰 숨을 몰아쉬어야했다.

“6년 만에 이 자리에 서게 됐습니다.”

6년의 시간들. 그리고 상패를 들고 무대 위에 서있는 나. 만감이 교차했고 가슴은 뜨겁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동안 유혹도 있었다. 화려하게 잘나가는 동료들을 보며 처량한 마음 달랬던 순간도 많았다. 이 순간들은 나의 행복이 누군가에게 아픔일수도 있다는 배려를 알기도 했다. 아는 것이 많은 만큼 갖고 싶고, 먹고 싶고, 하고 싶은 것도, 예쁜 연애도 철없이 해보고도 싶었다. 그렇게 귀로에 서있던 내 청춘의 열정은 음악 속에 빠져들었다. 만인의 연인이 되어가며...

세련되고 핫한 최고급레스토랑 스테이크보다 허름한 국밥집의 뜨거운 뚝배기 돼지국밥 한 그릇이 그렇게도 맛나 그거 한 뚝배기면 세상 부러울 것 없던 그 시절의 내가 그리울 훗날의 장태희가 되어보기도 상상했다. 돈과 명예의 원초적 욕망은 잊고 살았다.

나의 노래영상에 팬이 되어 응원의 댓글을 달아주는 사람들, 힘들게 찾아 왔다며 팬카페 회원이 돼 끝없이 용기를 주는 사람들...

오늘은 이 상패의 모든 영광을 그 분들과 함께 하고 싶다. 상패를 보고 있으니 왜 이렇게 힘들었던 순간들이 생생히 기억나는지... 겨울에도 반바지 입던 내가, 건강상의 이유로 수술 이후 일주일 만에 또 다시 맹장수술을 했다. 실밥 제거도 안하고 갔던 머나먼 거문도 섬 공연에 “태희씨 왜 그렇게 땀을 흘려?”, “왜 그렇게 살이 쪘어?”라는 말들... 비 오듯 흘린 땀에도 아픈 것을 말하지 못 했던 사연, 숙소에 들어가 언니가 빨간약을 발라주며 “이 순간을 잊지 말자”며 돌아서 웃음 잃지 않던 시간들. 회사 차가 고장이 나 땡볕여름 108계단을 걸어 올라가 땀 범벅된 채 그대로 무대에 섰던 기억들.

그 좋은 성격, 넉살 하나로 노래할 수 있음에 감사했던 시간들. 혹독한 겨울의 칼바람이 있었기에, 허기진 배고픔이 있었기에. 따뜻한 봄바람이, 배부른 밥 한 끼가 감사한 줄 아는 겸손한 인간이 되었다. 길을 몰라 헤매면 “그 길을 정확히 아는 것, 그것이 지도가 된다”고 하셨던 어르신의 말씀이 뇌리를 스친다. 나의 지도는 쓰고 지우고 채워나간다.

장태희랑 방송하면 말로는 “못 이긴다” 하지만 그것은 말이 아닌 경험의 심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일을 사는 사람에게 오늘 이 순간에 죽고자 맘먹고 사는 나였다.

열차를 타러 가면 플랫폼에서 서서 ‘대전부르스’, ‘첫차’, ‘남행열차’, ‘기적소리만’을 흥얼댄다. 부산에 가는 차안에서는 ‘돌아와요 부산항에’, ‘이별의 부산정거장’, ‘경상도아가씨’. 팔도유랑 어디든 노래 아닌 곳이 없어 내 발자국에, 내 유랑에 콩나물이 뿌려진다.

해야 되고, 먹어야 되는데.
할 수 있고, 먹을 수 있는데.

하지 않고, 먹지 않은 참을인(忍)은 수행의 경지였지만, 그 인내의 마늘이 있었기에 인간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이야기들이 팔도유람기에 그득하고 가득하다.

훗날 그들의 크고 작은 사랑을 먹고 무럭무럭 자란 장태희가 당신들의 연인, 벗, 가족처럼 그렇게 함께 늙어 갈 때. 우리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가사말로 공감할 선율로 나누게 될 때를 기다린다.

내가 좋아하는 등려군처럼 내 모습의 동상이 내 고향의 좋아하던 바닷가 앞에 노래비가 세워질 그날을 소망해본다. 세상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될 그릇을 만드는 지금 이 시간. 그 넓이와 깊이는 어디가끝인지 모르게 깊고 넓다. 그 사랑 다 받을 수 있게 해님보다 환하게 웃고 달님보다 더 아름답게 비춰질 나의 미소와 나의 목소리를 여러분께 선사하고 싶다.

나를 들여다보세요. 내 얘기를 들어보세요. 저 해처럼 저 달처럼... 그렇게 언제나 함께할 연인 장 태 희 를...

두 눈 꼭 감고 서로를 느끼던 그 느낌만 기억해. 그리고 잊지 마. 영영 그 기억으로 사는 거야. 똑똑하고 현명한 사랑은 없다는 것을 알게 해준 사랑. 헤어질 사랑이면 정주지 말고 떨어질 꽃잎이면 피지를 마라. 영원히 변치 않을 원앙이 되자...

어느 라디오에 들려오는 노래의 가사 말이 내 마음 속에 젖어온다.

마음껏 너를 바라 볼 수 있고, 마음껏 너를 사랑할 수 있는 시간. 너와 나의 기억이 추억이 되어 내 노래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를... 사랑으로 움직이고, 사랑으로 노래하고, 사랑으로 인생을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