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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택시운전사’ 토마스 크레취만 “대본 읽자마자 출연 결정”

기사 등록 2017-07-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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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주)쇼박스 제공
[이슈데일리 김지영기자]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가 할리우드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영화 ‘피아니스트’ ‘작전명 발키리’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등의 할리우드 작품에 출연했던 그가 한국의 작품에 선뜻 출연하겠다고 밝힌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만난 토마스 크레취만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반드시 해외에도 알려져야 한다“며 진심으로 호소했다.

“대본을 읽자마자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통 작품을 선택할 때 세 가지 변수가 있어요. 감독, 배우, 대본이죠. 나머지는 알아서 해결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번 한국에서의 촬영은 조금 어려움이 있었죠. 해외에서 촬영한 경험이 많아 한국에서도 적응을 빨리 할 줄 알았는데 결국은 적응하지 못했어요. 언어와 음식의 문제도 있었고 더운 날씨도 힘들었고요. 이제는 잘 알았으니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토마스 크레취만은 ‘택시운전사’의 시나리오를 받기 전까지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었다. 이에 촬영 전 배역 공부를 하기 위해 자료를 찾아봤지만 ‘택시운전사’의 실존 인물 위르겐 한츠페터가 찍은 다큐멘터리밖에 없었다.

“듣기로는 정부가 언론을 통제했다는데 지금 보니 성공한 것 같네요. 외국인으로서 찾을 수 있는 자료가 정말 없더군요. 그래서 대부분의 자료는 장훈 감독으로부터 받았어요. 설명도 친절하게 잘 해주셨죠.”

부족한 배경지식, 낯선 이국 땅, 의사소통의 어려움에도 그는 “출연에 부담스러움을 느끼진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연기자로서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더 어려워 노력을 기울였고 이러한 부분에서의 부담감을 느꼈다고.

“저는 대본에 있었던 것을 연기했을 뿐이죠. 부담은 장훈 감독이 느꼈을 거예요. 저는 오히려 부담이라는 표현 보다는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극중 캐릭터에 아쉬운 점도 없어요. 장훈 감독이 실질적으로 캐릭터를 잘 만들어줬어요. 대본과 감독의 비전과 배우의 아이디어가 합쳐져 만족스러운 캐릭터가 탄생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이 자리에 없었을 거고 영화가 잘 나오지도 않았을 거니까요.”

▲ 사진=(주)쇼박스 제공

토마스 크레취만은 독일 출생이지만 콜롬비아, 영국, 미국, 벨기에 등의 작품을 가리지 않고 출연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택시운전사’가 아시아 국가의 작품 중 출연하는 것이 처음이라고.

“한국에서 최고의 작품들이 나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박찬욱 감독의 팬이죠. ‘박쥐’ ‘아가씨‘ ’올드보이‘ 등을 즐겨 봤어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도 친구들이 등장해서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제가 동독 출신이라는 것이 ’택시운전사‘를 공감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민간 복장을 한 군인이 동독에도 많이 있었거든요. 동독에서 탈출하는 과정도 유사한 점이 많았고요.”

토마스 크레취만은 1991년 막스 오퓔스 페스티벌에서 베스트 신인 연기상을 수상했다. 이후 2006년 ‘그림 러브 스토리’로 시체스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같은 해 카프리 할리우드 국제영화제 공로상, 그리고 2007년 ‘그림 러브 스토리’로 또 한 번 제1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계획적으로 된 것 보다는 자연스럽게 커리어가 진화한 것 같아요. 독일 영화산업은 크지 않고 독일어로 된 영화를 하기 때문에 수출하기 어려워요. 결국 해외 영화제에서 알려지지 않는 한, 노출이 제한 돼 있죠. 그래서 저는 더 큰 세계를 보고 싶어 국제적인 작품이나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어요. 영화는 예술행위잖아요. 예술은 국경이 없다고 생각해요. 나를 오로지 독일배우로만 제한하고 싶지 않았어요. 결국 할리우드까지 가게 돼 20년간 활동하게 됐죠.”

▲ 사진=(주)쇼박스 제공

그는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는 것만큼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연기를 잘해서’가 아닌 독일 출신 배우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노력한 것이었다. 그는 자신을 “매번 다른 배역과 인물을 소화하고 싶어하는 배우”라고 설명했다.

“2005년은 저에게 있어서 완벽한 한 해였어요. ‘해브 노 피어’(감독 제프 브레크너) ‘킹콩’(감독 피터 잭슨), ‘스노우랜드’(감독 한스 W. 게이센도퍼)를 했었거든요. 매 회 이런 작품들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안타깝게도 제가 결국엔 제한된 상황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데 결국엔 큰 대작, 극단적인 배역을 하면 재밌지 않을까했어요. 하지만 제가 독일 출신 배우이기 때문에 독일인 배역, 특별히 나치나 세계 2차 대전이 배경인 할리우드 영화를 맡았죠. 독일 배우로서는 그런 배역 외의 다른 배역을 찾는 건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푸시를 해서 다른 배역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김지영기자 b33151_@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