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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환의 영화 초이스]‘어느날’, 위로의 힘

기사 등록 2017-04-0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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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오퍼스픽처스
[이슈데일리 소준환기자]영화가 주는 힘은 무엇일까. 대표적으로 공감, 삶에의 활력, 그리고 위로를 꼽을 수 있다. 4월 개봉작 중 많은 영화팬들에게 따듯한 악수를 건넬 작품이 찾아왔다. 영화 ‘어느날’(감독 이윤기)의 이야기다.

‘어느날’은 내면의 아픔을 지닌 김남길(강수)과 천우희(미소)의 만남과 얽힌 판타지·드라마다.아내의 죽음에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보험회사 직원인 강수와 식물인간이 된 시각장애인 미소의 영혼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은 슬프지만 아름답고, 차갑지만 뜨겁다.

이윤기 감독은 이 영화를 각기 다른 종류의 상처를 가진 남녀가 인생의 한 순간에 만나 그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었다. 그 이유는 ‘위로’를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극중 캐릭터들의 애환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독으로 독을 치유하는’ 감동을 선사하는 것.

따라서 최근 자극적인 소재의 영화들 일색인 극장가에 ‘어느날’은 폭넓은 휴머니즘을 필두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실 현대인들은 지친 심신을 해소 할 수 있는 방편이 많지 않다. 그중 하나가 바로 영화이고, ‘어느날’은 온화한 봄과 함께 시기적절하게 도착했다.

특히 이 감독의 전작 ‘멋진 하루’를 기억하는 영화팬들에게 ‘어느날’은 새로운 설렘이 아닐 수 없다. ‘멋진 하루’는 채무와 얽힌 남녀의 하루 동안에 에피소드를 이 감독 특유의 감성으로 승화시킨 수작. 이 감독은 이번 ‘어느날’을 통해 치유라는 화두 아래 치정이나 멜로가 아닌 음악 같은 감성극을 그렸다. 때문에 ‘멋진 하루’가 인상깊던 이들에게 ‘어느날’은 또 다른 화제작이 될 수 있다.

실제 많은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위로 해 달라’며 대놓고 말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친구와 영화를 찾는다. 이는 마음을 헤아려주길 바라는 심리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느날’은 친구 같은 영화다. 작품 속 인물들의 감정 그리고 미묘한 변화는 일종의 ‘격려’를 전하고 있기에 그렇다.

이 작품 속 흘러나오는 피아노 반주 역시 마치 ‘위로의 선율’처럼 다가온다. 강수와 미소의 감정을 음악으로도 표현한 까닭에서다. ‘어느날’의 음악은 푸디토리움(김정범)이 참여, 그는 ‘멋진 하루’ ‘러브 토크’ ‘롤러코스터’ 등을 담당했던 영화 작곡가다.

무엇보다 김남길과 천우희의 호연은 극에 몰입케 하는 마법을 이뤄냈다. 김남길은 내면의 갈등을 표현해야 되는 인물을 맡아 섬세한 터치를 보여줬고, 천우희는 발랄함과 명량함을 중심으로 긍정에 대해 피력했다.

사람은 사람을 통해 치유된다. 그러나 또 사람은 사람을 통해 상처받는다. 다시 사람은 사람을 통해 치유된다. 계절처럼 이 과정은 순환된다. ‘어느날’이 어떤 이들에겐 상처를 통한 공감대이면서 혹자에겐 치유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이유다.

물론 작품은 직접 말하지 않는다. 거울처럼 비추고 있다. 스크린이 네모난 건 이와 닮았기 때문 아닐까. ‘어느날’의 감성이 봄을 맞은 극장가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추이가 주목된다. 현재 전국 스크린에서 절찬 상영 중. 러닝 타임 114분.

소준환기자 akasoz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