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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조작된 도시’ 지창욱 “연기 스펙트럼? 억지변화 NO..즐기며 하겠다”

기사 등록 2017-02-06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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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배우 지창욱이 데뷔 8년 만에 첫 스크린 주연작으로 관객들의 갈증을 해소하러 찾아온다. 영화 ‘조작된 도시’(감독 박광현)는 지창욱에 특화된 작품이다. 단 3분 16초 만에 살인자로 조작된 남자가 게임 멤버들과 함께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며 짜릿한 반격을 펼치는 범죄액션 장르로, 지금껏 안방극장으로 보여준 특기인 액션을 가감 없이 펼친다. 그 매력이 온전히 담겨 이번 작품으로 지창욱은 한층 글로벌한 인기를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슈데일리는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지창욱을 만나 눈빛 하나로 스크린까지 사로잡은 사연을 들어봤다.

“지창욱이라는 사람에게 투자를 많이 하는 것이 모험이 아니냐고들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그렇기 때문에 더 재미있지 않나 생각해요. 진짜 모험이긴 하죠. 그럴수록 최선을 다 하고 흥행에 욕심을 내게 되는 게 있어요. 흥행 성패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혹여 잘 안되더라도 부끄럽지 않을 거예요. 오히려 덤덤하게 신경 안 쓰려 하죠. 그런 말을 한두 번 들어본 것도 아니고.(웃음) 감독님, 동료들과 서로 신뢰를 주고받으려 했어요.”

‘조작된 도시’는 제작 소식부터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호기심을 자극했다. 지창욱이라는 카드에 제작비만 100억 원이 투입된 상황으로 새로운 장비와 촬영 기술을 아낌없이 사용함은 물론, 스케일도 그만큼 거대해졌다. 아직 영화 분야에서 주연으로 나선 적 없던 그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블록버스터로 베팅을 건 것이다. 이에 지창욱 본인은 오히려 “긴장이라고 해야 하나. 기대라고 해야 하나. 오묘해요. 설레기도 하면서 행사에 가는 것 같아요.”라고 부담감보다 들뜬 기색이다.

“다친 것까진 아니고요. 지금 빨리 회복하려고 해요. 액션을 하다보면 아예 안 다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어디가 부러진다거나 큰 부상은 없었어요. 가끔 쉴 때 몸을 못 움직일 정도로 아프면 ‘촬영 기간이 아니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해요.” 이번 영화 속 지창욱은 지금까지의 액션 연기 총합을 쏟아내듯 온몸을 던져 고난이도 카체이싱과 와이어 액션, 격투 등으로 줄곧 격한 액션장면을 시전한다. 오히려 아플 때 액션을 촬영하지 않은 부분에 다행이라 하니 천생 배우다. “촬영 내내 감독님에게 많이 의지했어요. 전체적으로 그림을 보고 판단하면 좋겠지만, 제가 연출을 하는 것도 아니기도 하고 이 영화가 다른 부분보다 연출 색깔이 짙어서 감독님을 많이 의지했죠.”

“캐릭터 구현을 하며 상황을 집중적으로 보려 했어요. 지금까지 역할과 다르게 뚜렷한 색깔과 트라우마가 있다기보다 전체적으로 중심을 잡는 데 치우친 캐릭터였어요. 오히려 액션을 제외하고는 준비과정에서 어려움이 없었어요. 비주얼도 편하게 설정했고요. ‘나라면 어땠을까’ ‘얼마나 억울했을까’를 생각했고, 거기서 오는 감정을 잘 전달하려 노력했어요. 영화 이야기와 캐릭터를 생각하면서 점점 주류와 비주류는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정말 평범한 인물들의 모임인데, 비주류로 잣대 짓는 사회를 생각하니 먹먹했어요. 현실에서는 백수고 평범한 인물이 게임 속 위기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하는 모습을 보고 박수를 쳐주고 싶더라고요. ‘나라면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하지 못했을까’ 싶었어요.”

극중 지창욱이 연기한 주인공 권유는 전직 태권도 선수 출신으로, 게임 상에선 치밀한 전략 전술을 구사하는 완벽한 리더지만 현실은 PC방에 눌러앉아 게임 세계에 빠져 사는 백수다. 어느 날 전화 한 통을 받게 되고 이후 단 3분 16초 만에 ‘미성년자 살인 강간’ 용의자로 몰려 게임 멤버들과 결백 입증에 나선다. 특히 권유는 가상세계과 현실의 위기상황 속에서 기지를 발휘하는 인물.

“확실히 권유에 제가 가진 색깔이 많은 것 같아요. 낯도 가리고 부끄러움도 있지만, 친한 사람들 앞에서는 장난도 많이 치고 진지할 때는 진지하죠. 겁 없이 뭔가 도전하기도 하고요. 캐릭터마다 그런 걸 맞춰서 설정을 해요. 모든 캐릭터가 사실 저로부터 비롯된 면이 많아서 실제 저와 아예 다른 캐릭터가 나오진 않는 것 같아요. 평소 저는 집 앞에서, 편의점 앞에서 술 마시는 걸 즐기기도 하고 그래요. 드러내놓고 다닐 때 일반인들이 알아본다고 해서 방해하지도 않던걸요.(웃음) 평소 저는 엉뚱한 상상을 엄청 하는 편이에요. 인간이 상상하는 것들이 다 이뤄진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그런 상상을 할 때마다 무섭기도, 재미있기도 해요. 만화책을 좋아해서 집 안에 만화책 방을 따로 만들어놓았어요. 어릴 때 ‘드래곤볼’부터 시작해서 ‘나루토’ ‘원피스’ ‘헌터X헌터’ 등 많이 봤어요.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합니다. 제가 어릴 때는 만화 대여점이 많아서 ‘커서 만화책방하면 행복 하겠다’ 생각할 정도였죠.”

만화책 이야기를 하자 순수한 눈망울이 더욱 빛나는 그에게서 새삼 소년미가 느껴진다. 액션의 강렬함과 순수함을 오가는 매력에 아시아 팬들이 그토록 뜨겁게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와 액션의 인연은 드라마 ‘무사 백동수’(2011)부터 시작된다. 이후 ‘기황후’(2013)까지 사극형 액션을 선보이더니 ‘힐러’(2014), ‘THE K2’(2016)로는 지극히 현대형 액션까지 능수능란하게 보여준다. 다만 전작 ‘힐러’ ‘THE K2’에서의 캐릭터와 중첩되지 않는지 우려가 따르기도 한다.

“‘조작된 도시’를 ‘THE K2’보다 먼저 촬영했어요. 영화에서는 인물보다 상황과 감정을 중점적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하려 했어요. ‘THE K2’에서는 제하라는 인물, 경호원이라는 인물을 새롭게 만드는 데 중점을 뒀고요. 세계 최강 PMC(민간군사기업) 최정예 요원 출신의 특수경호원이라는 게 특수한 직업이잖아요. ‘조작된 도시’와 전혀 연관 짓지 않았어요. 종종 새로운 것들을 어떻게 보여줄 거냐는 질문을 받는데, 항상 새로운 걸 보여줄 순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작품 안에서 전작 이미지를 매번 베껴내고 싶지는 않아요. 억지스럽게 고집하고 싶지는 않아요.”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이과에서 성적에 맞춰 건축, 토목학과에 진학할까 고민하다가 ‘내가 평생 이걸 할 수 있을까. 이게 재미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재미있는 직업을 찾던 지창욱은 TV와 광고 속 배우들의 모습을 보고 단순 동경으로 이유 없이, 겁 없이 연기에 뛰어들었다.

“‘연극영화과를 가자’ 생각하고 무작정 뛰어들었죠. 겁 없어서 용감했던 것 같아요. 단국대학교 공연영화학을 운 좋게 붙었고, 학교를 갔더니 제가 생각한 그런 쉬운 과정이 아니었던 거예요. 고전문학을 읽는 게 혼란스러웠어요. 누구는 3, 4수하고 어렵사리 들어오기도 하고 이미 다들 전문가였던 거죠. 괴리감이 들고 방황도 했어요. 혼도 많이 났고. 그러면서 변해왔어요. 자존심을 잃고 싶지 않아서 계속 포기하지 않고 버텼어요. 어릴 때는 주인공, 누군가의 아버지 역할, 선생님 역할 등 막연한 꿈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일단 제가 즐기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요. 제 스스로 도전하고 싶어요. 현장에서 감독님과 캐릭터를 소통할 때, 카메라가 돌 때, 배우들과 소통할 때, 결과물에 관객들이 반응할 때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영화 장르에 대한 로망이 분명 있었던 것 같아요. ‘배우는 영화지’라는 환상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이게 영화구나’ 하고 그런 경험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시스템 차이는 다소 있지만, 모든 장르를 해보며 느낀 건 서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거예요. 동료들과 작업 하는 측면에서 더욱요. 그 동안 영화를 안 했던 건, 제작 단계에서 무산된 적도 있었고 드라마를 선택하면서 밀려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저 인연이 아니었나 봐요. 영화를 하고서 저 스스로를 스크린으로 보는 낯선 기분, 흥행에 대한 기대와 불안함이 미묘하게 생기더라고요. 시청률보다 관객수가 더 빨리 파악되니 드라마보다 영화에서 더 큰 체감이 오는 것 같아요.”

지창욱은 2008년 영화 ‘슬리핑 뷰티’의 조연으로 데뷔했지만, 이후 정작 꾸준히 인연을 맺은 장르는 드라마다. ‘솔약국집 아들들’(2009)부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더니 ‘웃어라 동해야’(2010) ‘무사 백동수’ ‘총각네 야채가게’(2011) ‘다섯 손가락’(2012) ‘기황후’ ‘힐러’ ‘THE K2’로 출연작마다 지속적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아왔다. 특히 2014년 ‘힐러'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신 한류스타로 급부상했다. 뮤지컬 ’불과 얼음‘ ’쓰릴미‘ ’그날들‘ ’잭 더 리퍼‘로 분야를 불문,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온 지창욱의 미래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행복하게 살자고 방향을 트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꿈과 열정, 희망, 욕심으로 뒤도 안 돌아보고 거침없이 달려왔는데, 사람 지창욱으로서의 삶도 중요하다 생각해요. 재미있는 생각을 많이 하려하고요. 군대 가기 전 어떤 작품을 할까 고민하고 있어요. 변화를 추구하다 억지로 도전하기 보다는 흐름에 맞게 제가 즐길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지금 상황상 영화를 바로 촬영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멜로요? 항상 생각하고 있죠. 사랑이라는 소재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사랑이라는 것 자체가 그 옛날부터 꾸준하게 사용된 소재잖아요. 사람 마음속에 있는 환상, 정서를 많이 자극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사실 지금까지 제가 해온 장르가 액션이긴 해도 그 속에 멜로가 있었어요.(웃음)”

“군 입대 전인데 생각보다 심적으로 담담해요. 담담하려고도 하고요. 군대는 다들 다녀오는 곳인데요 뭐. 다녀와서의 연기 생활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더 여유로워질 것 같아요. 생각하는 것도 많이 바뀔 것 같고요. 작년 서른이 됐을 때 20대를 되돌아보니 되게 치열하게 달려왔더라고요.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한 기억, 연말연초에 가족끼리 아주 편하게 쉰 적이 많지는 않다는 걸 깨달았죠. 군대를 다녀오면 지금과는 다른 것들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일단 배우로서 현장에 집중하려 해요. 옛날보다 여유로워진 것 같아요.”

(사진=이슈데일리 김혜진 기자)

한해선기자 churabb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