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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누가 잘했나]공감 부르는 리얼리티 100%, 영화 속 '백수' 캐릭터

기사 등록 2017-01-18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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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안예랑기자]세상은 넓고 영화는 많다. 그리고 캐릭터들도 넘쳐난다. 어쩌면 우리들의 모습인지도 모르는 그들을 하나의 주제에 놓고 선별해 볼 필요가 있었다. <편집자 주>

취업난이 심해지고 있다. 15일 통계청은 6개월 이상 장기 실업자의 비율이 200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취업마저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니트족’ ‘N포세대’ ‘취포자’ 등 씁쓸한 현실을 담은 신조어가 등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영화 속 캐릭터들도 관객들의 공감을 끌고 있다. 이번 주 [누가 누가 잘했나]는 ‘리얼리티 100%’ 백수 캐릭터들이다.

#공조(감독 김성훈)- 윤아

영화 ‘공조’(감독 김성훈)는 72시간 안에 임무를 해결해야 하는 북한 형사와 남한 형사의 합동 수사를 그렸다. 모두가 다급하고 긴박한 첩보 작전을 펼치는 중에도 홀로 유유자적한 캐릭터가 있다.

강진태(유해진)의 처제 박민영(윤아)은 취업 준비를 위해 언니 집에 잠시 기거하는 백수다.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책만이 그의 신분을 알려준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항상 책이 아닌 TV에 고정돼있다.

쇼파 위에 모로 앉아 귤을 까먹는 느긋한 태도에 가족의 속만 타들어간다. 그런 가족들의 속도 모르고 퇴근하고 돌아오는 형부를 해맑게 맞아준다. 무릎 늘어난 트레이닝 복과 구멍 뚫린 면티를 보고 있자니 이게 바로 ‘하이퍼 리얼리즘’인가 싶다.

#럭키(2015, 감독 이계벽) - 이준

배우라는 꿈이 있지만 실상은 백수에 가깝다. '럭키'의 이준은 며칠 감지 않은 듯한 머리와 덥수룩한 수염으로 삶에 지친 재성이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재성은 더 이상 그 꿈을 이룰 열정과 용기가 없다.

거듭된 실패로 도전의식을 잃은 청춘을 그대로 표현했다. 재성은 부모님에게 죄송해 몇 달째 집을 찾지도 않았다.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캐릭터다. 지저분한 방과 며칠째 씻지 않아 냄새나는 겉모습이 지친 재성을 표현한다. 패배자가 된 것 같은 끝없는 우울감을 느끼는 재성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잉투기(2013, 감독 엄태화) - 엄태구

역시 백수가 제일 바쁘다. ‘잉투기’는 말 그대로 잉여들의 투쟁기를 그린 영화다. 현실에서는 뚜렷한 목표도 없는 존재감 ‘제로’의 인생을 살지만, 인터넷상에서는 남들이 다 알아주는 ‘네임드’ 태식(엄태구)이 마지막 ‘백수’다. 태식은 보다 더 현실적이고 안타까운 인물이다.

태식의 주 활동 무대는 격투기 커뮤니티지만 태식은 격투기를 배워본 적 없다. 그럼에도 허세 가득한 그는 ‘젖존슨’이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망신을 당한다. 그렇게 온라인에서 잃어버린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태식은 치열한 시간을 보낸다.

어떻게 보면 한심하고, 어떻게 보면 슬프다. 태식은 인터넷 세상을 현실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얼굴도 모르는 타인에게 인정받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이 우리의 현실 같아서 묘한 공감마저 선사한다. 생산적으로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비생산적인 일에 목숨 거는 태식은 끝까지 지질하고, 끝까지 진지해서 리얼리티를 높인다.

(사진= 해당 영화 스틸컷)

안예랑기자 yrang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