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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누가 잘했나] '예민美'로 시선 강탈, 영화 속 예민 Boss는 누구?

기사 등록 2017-03-0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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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안예랑기자]세상은 넓고 영화는 많다. 그리고 캐릭터들도 넘쳐난다. 어쩌면 우리들의 모습인지도 모르는 그들을 하나의 주제에 놓고 선별해 볼 필요가 있었다. <편집자 주>

영화 속 등장하는 예민한 캐릭터는 관객의 입장에서 꽤나 반가운 존재이다. 평면적인 인물들 사이에서 의도를 알 수 없는 까칠함과 날선 눈빛, 행동들은 극에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를 준다. 그들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성격으로 영화 속에서 살아 움직이며 다채로운 이야기를 펼친다. 그렇기에 관객들이 '예민美'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칭하는 것이 아닐까. 이번주 [누가 누가 잘했나]는 영화 속 긴장감을 주거나 웃음을 주는 '예민美' 가득 캐릭터 열전이다.

▲ 사진=영화 '해빙' 스틸컷# ‘해빙’(감독 이수연)- 김성훈

1일 개봉을 알린 ‘해빙’은 얼었던 강이 녹고 시체가 떠오르자, 수면 아래 묻혀있던 진실과 마주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심리 스릴러라는 장르에 충실하기 위해 영화는 시종일관 주인공 승훈(조진웅)이 지니고 있는 불안과 함께 극을 전개시킨다. 승훈을 연기한 조진웅은 그의 날선 예민함을 표현하기 위해 18kg을 감량하기도 했다. 그의 노력덕분일까. 15년 전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했던 도시로 흘러들어와 예상치 못한 비밀을 마주하게 된 승훈의 두려움이 조진웅의 연기를 통해 완벽하게 그려졌다.

수면 내시경 도중 살인 경험을 고백한 치매 환자 정노인(신구)과 과도하게 친절함을 베푸는 그의 아들 성근(김대명)을 비롯, 승훈의 주변을 맴도는 모든 인물들은 하나같이 의뭉스러운 구석이 있어 승훈의 예민함을 더욱 자극한다. 모든 이들을 탐색하고 의심하는 승훈. 팽팽하게 당겨진 그의 예민함은 수면 중에도 끔찍한 꿈을 꾸고 가쁜 호흡을 몰아쉬며 발작하는 장면으로 표현돼 보는 이들마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이처럼 ‘해빙’ 속 승훈의 예민한 성격은 단지 캐릭터 설정 이상의 가치를 내포한다. 그의 예민함이 극의 한 부분을 차지, 무거운 분위기 속 미세한 파장을 만들어내 극 전체를 불안정하게 뒤흔들며 영화를 완성한다.

▲ 영화 '암살' 스틸컷#‘암살’(2015, 감독 최동훈)- 염석진

천만 관객을 돌파한 최동훈 감독의 영화 ‘암살’은 친일파를 암살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모인 이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 중에서 이정재는 일제강점기라는 격변의 시대에서 이중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첩자 염석진으로 분해 예민함을 한껏 선보였다. 평소에도 날이 서있는 듯한 마른 외형을 가지고 있는 그이지만 이정재는 염석진을 보다 더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무려 15kg을 감량하는 열정을 보였다.

이정재가 연기한 염석진의 예민함은 자기합리화 과정에서 나온 산물로 볼 수 있다. 독립 운동가로 역사적 인생을 시작했지만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선택한 ‘변절’은 염석진을 끊임없이 괴롭힌다. 이러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염석진은 변절을 합리화 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마저도 자신과 타인에게 신경질 적인 태도로 나타난다. 또 이러한 예민함은 언젠가 독립 운동가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들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합쳐져 광기어린 모습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특히 아편굴에서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던 염석진이 자신을 죽이러 온 김구의 환영을 보고 총을 난사하는 장면에서 그의 예민한 광기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염석진의 이러한 태도는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음과 동시에 관객에게 당시의 시대상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 사진=영화 '롤러코스터' 스틸컷# ‘롤러코스터’(2013, 감독 하정우) - 마준규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욕설과 신경질적인 태도가 상당히 사람을 가볍게 만든다. 자신감에서 뿜어져 나오는 예민함이 타인에게 외면당하는 순간은 보는 이들에게 유쾌함을 준다. 배우 하정우의 첫 연출작 ‘롤러코스터’에서 정경호는 ‘육두문자맨’이라는 영화를 통해 일약 한류스타 자리에 오른 배우 마준규로 분했다.

마준규의 예민함은 한류스타라는 자신감에서 기인한다. 비행공포증, 편집증, 결벽증까지 모두 갖춘 예민함의 ‘끝판왕’ 마준규가 스캔들을 피하기 위해 급하게 비행기로 오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비행기 안에서 마준규를 둘러싸고, 아니 제외하고 벌어지는 현실감 없는 에피소드와 개성 가득한 탑승객들은 마준규를 ‘육두문자맨’ 시절로 돌아가게 만든다. 설상가상 비행기가 기상악화로 연달아 착륙에 실패하며 마준규의 신경은 극에 달하게 된다. 신경질적인 태도와 육두문자로 표출되는 마준규의 예민함은 또 다시 그를 무시하고 자신의 일에만 열중하는 주변 캐릭터들로 인해 화면 밖으로 튕겨져 나간다.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톱스타의 예민함은 극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장치로 작용, 비행 사고라는 무거운 분위기에서도 유쾌함을 만들어낸다.

안예랑기자 yrang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