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AI로 만들어낸 고3생의 아르바이트모습
[이슈데일리 황용희기자]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사회와 맞닿는 시기에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이 ‘찾아가는 노동교육’을 시작했다. 청소년이 겪는 노동문제가 해마다 반복되는 가운데,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현장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사례 중심의 실전형 교육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올해 교육은 11월 17일부터 12월 5일까지 전국 고교에서 진행되며, 총 1만6천여 명이 참여한다. 전문강사가 학교를 직접 방문해 2시간 동안 소규모 조별 활동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단순한 청강형 강의가 아니라 학생들이 실제로 맞닥뜨릴 수 있는 장면을 설정하고 직접 해결법을 찾아보도록 구성했다.

■ "근로계약서 안 쓰고 일한 뒤 임금 못 받았어요"…실제 사례에서 출발하는 수업

교육에서는 현실적인 청소년 노동 사례가 주요 교재로 쓰인다. 예컨대, 실제 교육원에 접수된 상담사례 중 하나인 **“근로계약서 없이 주말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다 임금 일부를 받지 못한 고교 졸업생”**의 이야기가 수업 자료로 제시된다.
강사는 이 사례를 기반으로 학생들에게 ‘어디에서 문제를 예방할 수 있었는지’, ‘계약서 없이 일했을 때 어떤 위험이 발생하는지’를 직접 토론하게 한다. 이어 학생들은 팀별로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해보며 필수 기재 항목을 익힌다.

또 다른 사례로는 **“폐업을 앞둔 음식점에서 마지막 급여를 받지 못한 10대 노동자”**가 등장한다. 학생들은 실제 폐업 공고문, 문자 메시지 기록 등을 참고해 체불임금 진정을 어떻게 넣는지, 필요한 증빙자료는 무엇인지 직접 체크리스트로 만들어보며 절차를 익힌다.

■ 산업재해 대응은 ‘생각보다 가까운 문제’

과거에는 학생들이 산업재해를 먼 이야기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편의점 야간근무 중 칼에 손을 베인 사고, 카페에서 뜨거운 음료를 쏟아 화상을 입은 사례 등 청소년에게서도 산업재해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교육에서는 이러한 실사례를 영상으로 보여주고, 학생들이 “이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상담은 어디에 요청하는지”를 단계별로 정리하는 활동을 진행한다.

아름고 손남섭 교사는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위험 상황에 대한 대비가 거의 없다”며 “실제 사고 사례를 접하자 학생들 반응이 확실히 달라졌다.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현실을 받아들이는 시간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10대 노동사건, 매년 수십만 건…'학교가 막아야 할 첫 번째 위험’

교육원 김종철 부원장은 “10대와 사회초년생이 겪는 임금체불과 괴롭힘 사건은 매년 수십만 건이나 된다”며 “성인이 되기 전 기초 노동지식을 익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최소한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부원장은 “근로계약서 미작성, 퇴직 시 임금 미지급, 부당해고는 가장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유형”이라며 “고3 시기부터 정확한 관행을 배우는 것이 장기적으로 노동시장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 '사회 진입 앞둔 마지막 교실'…고3 대상 맞춤형 구성

이번 프로그램은 ‘노동의 의미·직업윤리’와 ‘아르바이트 노동상식’ 두 축으로 구성됐다.
특히 직업윤리 파트에서는 최근 고3 학생이 음식물 쓰레기 무단 처리 지시를 거부했다가 갈등을 겪은 사례를 소개하며, 학생들이 “업무 범위”, “정당한 지시”, “불합리한 요구”의 차이를 직접 판별해보는 활동을 진행한다.
교육 관계자는 “학생들이 실제로 겪을 가능성이 높은 문제를 중심으로, 앞으로 취업이든 대학생활이든 어디에서나 필요한 기본 관행을 배우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 “사회로 나가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

전문가들은 이번 노동교육이 단순한 아르바이트 대비가 아니라, 학생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전에 갖춰야 할 기본 안전장치라고 평가한다.
실제 교육 이후 학생들이 작성한 설문에서는 “처음으로 근로계약서가 왜 중요한지 이해했다”, **“산재 신고는 아저씨들만 하는 줄 알았는데 나도 해당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은 내년 프로그램에 더 다양한 실사례와 모의 상담 활동을 추가해 교육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황용희기자 zonehee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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