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데일리 황용희기자] 한국 증시는 연말을 앞두고 업종별 온도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주도주였던 반도체가 단기 부담을 드러내며 조정 국면에 들어서는 반면, 2차전지 섹터는 저점 매수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평가가 늘고 있다. 시장 흐름이 빠르게 바뀌는 가운데 장기적 관점·전통적 투자 기준을 중시하는 투자자라면 양 업종의 사이클 차이를 명확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최근 반도체 업종은 메모리 반등 기대가 상당 부분 주가에 선반영되면서 단기 피로감이 쌓였다.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글로벌 공급 확대 우려와 미국 빅테크의 재고 조정 가능성이 맞물리며 방향성이 둔화되는 모습이다. 업황 자체가 꺾인 것은 아니지만, 수개월 단위로는 변동성 관리 국면에 진입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2차전지 업종은 올해 내내 심한 가격 조정과 투자심리 위축을 겪으며 저평가가 심화돼 왔다. 소재·부품사 전반이 실적 대비 낮은 밸류에이션에 머물러 있고,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로 시장이 과도하게 위축된 구간이라는 평가가 꾸준히 제기된다. 그러나 최근 배터리 기술 고도화, 북미·유럽의 생산거점 확장, IRA 관련 세부 규정 안정화 등이 맞물리며 중장기 성장의 기본 골격은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한국 증시의 업종 순환 흐름을 감안할 때, 반도체가 단기 조정에 들어서는 시점이 오히려 2차전지의 재평가 국면을 자극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소재 기업들은 원가 안정과 신규 전극·전해질 기술 상용화로 실적 레버리지 확대가 기대되는 만큼, 1~2년 단위 장기 투자 관점에서 매력도가 높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단기 테마에 집중될 때일수록 전통적 관점에서 업종별 사이클을 차분히 살필 필요가 있다”며 “반도체가 숨 고르는 구간에서 2차전지는 상대적 저평가 해소를 향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국 증시는 주도 업종의 교체 가능성이 서서히 감지되는 국면이다. 단기 조정과 장기 성장성을 구분해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기이며, 그 중심에는 다시 2차전지가 자리할 수 있다는 점이 시장에서 힘을 얻고 있다.

 

황용희기자 zonehee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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