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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기획] 국내 예능, 20년째 '게임-먹방-잡담'… "편하지만 무책임한 제작 관행"

"연예인 결혼 생중계에 위화감"... 한국 예능, '그들만의 리그' 넘어 '사람' 으로 돌아가야

기사 등록 2025-12-23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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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시대 한국 방송가의 예능프로들은 '화려한 인공 감미료' 보다는 우리 이웃들의 삶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깊은 맛'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진은 TV조선 '조선의 사랑꾼'의 한장면, TV조선 제공

[이슈데일리 황용희기자] TV조선 '조선의 사랑꾼'은 심현섭 등 연예인들의 결혼 과정을 생중계 하듯 보여주는 '이색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새로운 형태의 예능이란 평가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지나치게 럭셔리'하고 '게임 느낌의 콘텐츠를 예능화'하고 있다는 시청자들의 지적도 있다.
소시민의 평범한 이야기나 삶의 진솔한 모습을 담기보다는 단순히 웃고 떠드는 신변잡기로 중요한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제작 관행을 편하지만 무책임한 포멧이라고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본연의 가치 회복'을 위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

▲요즘시대 한국 예능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포맷의 고착화'이다.

여행, 합숙, 관찰 등 장르를 불문하고 결국 게임-먹방-잡담으로 귀결되는 구조가 20년째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기획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익숙한 장면의 재배치에 불과한 안전 지향적 변주라는 분석이다.

▲제작 현장의 '편의주의적 관행'도 문제로 꼽힌다.

무엇을 보여주느냐는 기획보다 '누가 나오느냐'는 출연자 섭외가 우선시 되면서 특정 연예인이 여러 프로그램에 중복 출연하는 현상까지 나오게 됐다. 이때문에 상당수 프로그램들이 캐릭터와 구성이 겹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고.

▲ 포멧의 프로그램들이 서로 겹치면서 프로그램의 차별성과는 멀어졌고, 브랜드 가치는 점차 희석되고 있다.

연예인의 연애, 결혼, 호화로운 일상을 관찰하는 형식은 이미 포화 상태이며, 이는 공감보다 거리감을 키우고 있다.
뮤지컬 소설 '휘몰이' 작가인 김동선(뮤지컬 프로듀서)씨는 "이러한 콘텐츠가 보편적인 삶이 아닌 연예인 특권을 구경하는 구조를 만들어 시청자에게 위화감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방송사PD는 "예능 프로그램도 사회적 약자나 소시민의 진솔한 삶을 담은 KBS1TV '인간극장'과 같은 형태의 포멧을 설정된다"면 "높은 신뢰와 깊은 울림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들어 치매 어머니를 모시는 이야기처럼 시청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고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콘텐츠는 예능이 외면해온 삶의 보편성을 증명한다. 시청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화려한 포장지 속 가공된 웃음'이 아니라 '보편적인 공감대'다.

▲산업 구조적인 문제도 심각하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생각하다 보니 돈이 되는 대형 프로그램에 제작 중심이 옮겨간다. '한일가왕전' 등과 같은 특정 대형 프로그램에 인력과 역량이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인해 실험 정신과 완성도가 필요한 중소형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다. 콘텐츠 쏠림 현상이다. '한일가왕전' 같은로그램은 방송이후 콘소트가 가능하고, 이로인해 방송사는 프로그램 포멧을 팔아서, 수익화 시킬수 있는 것이다.

또, 잦은 패널 교체와 억지스러운 설정, 영상미와 편집의 부재 등 방송의 기본 맛이 빠진 '조악한 구성'이 반복되는 현실은 기획 및 연출 단계 에서의 집중력 결여로 이어진다. 당장의 시청률을 위한 '위험한 편성 전략'은 프로그램 전반의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예능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전통적 '제작 철학으로의 복귀'를 제시했다.

'K팝 응원봉' 개발자인 최경일회장(팬라이트)은 "이제 우리 방송가는 연예인들의 호화로운 삶이나 생활등을 중계하고 소비라는 구태의연한 포켓에서 벗어나, 일반 시민과 소시민의 삶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으로의 복귀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단기 성과'보다는 콘텐츠의 지속성을 우선하며 시대와 사람을 통찰하는 진정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결국 예능이 다시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화려한 연예인의 특권 구경'이 아닌 보편적인 우리 삶의 이야기로 시선을 돌리는 것에 있다.
'자극적인 조미료' 가득한 인스턴트 같은 콘텐츠가 아니라, 투박하더라도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있는 집밥 같은 진솔함을 회복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지금의 한국 예능에서는 '화려한 인공 감미료'를 덜어내야 한다, 대신 우리 이웃의 삶이라는 본연의 재료가 주는 '깊은 맛'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다.

황용희기자 zonehee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