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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컬럼] 스포츠 스타들의 ‘안방 점령’, 화려한 성공 뒤 가려진 ‘괴리감’..그들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기대치'는 무리일까?

역도 장미란, 해외스타 마이틀조던, 베컴 등의 행보도 생각해 보면 어떨까?

기사 등록 2025-12-14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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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김하성선수. 사진 제공 MBC

[이슈데일리 황지원기자] TV 예능 프로그램이 스포츠 스타들의 무대가 된 지 오래다. 월드클래스 선수들의 땀과 열정이 담긴 경기 장면을 넘어, 이제는 그들의 일상과 사생활까지 안방극장에 상세히 공개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스타들의 개인적인 삶이 조명될수록, 일반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괴리감'과 '위화감'은 깊어지고 있다. 물론 스포츠 스타의 성공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공공의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을 통해 그들의 일상이 노출될 때는, 시청자들에게 선망을 넘어 상대적 박탈감을 주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포츠 스타들의 무분별한 연예 프로그램 출연이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주로 그들이 이룩한 초월적인 부와 화려한 '라이프 스타일'이 여과 없이 노출되는 지점과, '스포츠 정신' 및 '후학 양성'이라는 본업을 망각했다는 비판도 있다.

전문가들은 노출 수위에 대한 섬세한 고려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뮤지컬 소설 '휘몰이' 작가인 김동선(뮤지컬제작자)씨는 "스포츠 스타들이 이룬 성공는 당연히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들의 성공이 단순한 소비와 흥미꺼리로 전락되는 것은 문제다. 이들의 삶과 행동이 건전한 스포츠 문화의 정착과 미래 세대의 롤모델이라는 사회적 책임감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천문학적인 부의 노출, 일반인과의 격차 심화
스포츠 스타들이 출연하는 '관찰 예능'은 대중에게 선망의 대상을 제시하지만, 동시에 일반인이 쉽게 넘볼 수 없는 수준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괴리감을 키운다.

최근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김하성이 MBC '나 혼자 산다'에서 공개한 서울 거주지는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초고가 레지던스인 시그니엘이었다. 석촌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이 초호화 거주 환경은 '비시즌 잠시 머무는 집'이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상당한 위화감을 조성했다.

그의 드레스룸을 가득 채운 명품 시계 컬렉션, 3억 원대의 벤틀리 차량 등 고가 자산의 공개는 일반적인 경제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스타들의 재력'을 체감하게 했다. 벤틀리 안에서 김밥을 먹는 일상적인 모습조차 '김밥에 벤틀리? 달라 보이네'라는 평을 들을 만큼, 일반인들에겐 '사치스러운 삶'으로 보여졌다. 일부에선 '위화감'이라고 주장할 정도였다.

▲ 지나간 스포츠 스타들의 무분별한 예능도전, 스포츠스타들의 정체성을 망가뜨리나.

일부 시청자들은 국내 스포츠 스타들의 과도한 예능 출연 형태를 두고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과거 스포츠 영웅들은 은퇴 후 후학 양성이나 건전한 스포츠 정신 정착에 힘쓰며 묵묵히 사회 공헌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는 스포츠 스타들이 은퇴 후 곧바로 연예인으로 변신하거나, 현역 선수, 혹은 감독 코치 조차 시즌 중 논란을 무릅쓰고 예능에 출연하며 본래의 스포츠 정체성을 망가뜨리고 있다.

해외 스타들이 은퇴 후 스포츠 행정이나 유소년 육성에 주력하는 모습과 대비되어, 우리나라 스포츠 스타들의 무분별한 방송 출연은 사회 공익이나 스포츠 정신 함양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지점이라고.

▲ 문제는 방송사 예능프로에 있다!.

이같은 스포츠스타들의 행태가 과연 그들만의 문제인가? 일부 방송사가 해외에서 활약하고 귀국한 스타들을 출연시키기 위해 별별 인맥과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이미 널려 알려진 현실. 이로인해 스포츠 스타들은 방송에 출연하기 삻어도 어쩔수 없이 예능화되는 현상까지 생긴다.

이같은 방송국들의 공격적인 섭외 방식으로 인해 시청자들은 '특정 성공 스타들의 화려한 삶'을 보기 싫어도 어쩔수 없이 시청하게 된다. 이러한 방송편성은 일반인들에겐 상대적 박탈감과 괴리감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스포츠 스타들 또한 '의도치 않는 피해자'가 되어 버린다.

물론 방송사 등 각 분야에서도 나름대로의 입장이 있겠지만, 이러한 스포츠 스타 위주의 콘텐츠 쏠림은 최근 들어 더욱 심해지고 있다.

공연제작자 서현덕씨(쇼당이엔티 대표)는 "스포츠 스타들의 방송 활동 증가가 혹여 그들이 이룩한 삶에 대한 성과와 경제적 성공이 훼손될까바 걱정된다. 과도한 예능 출연이 스포츠 스타의 본질적 역할과 사회적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대중의 실망감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해외 스포츠 스타들의 은퇴 후 행보, '사회 공헌과 후학 양성'에 집중된다. 국내에도 전 역도국가대표 장미란씨도 있다.

해외 유명 스포츠 스타들이 은퇴 후 사회 공헌에 참여한 사례는 매우 많다.
이는 천문학적인 부를 쌓은 한국의 일부 스포츠 스타들이 예능 출연에 집중하며 '본업 망각' 논란에 휩싸이는 것과 대비된다. 해외 스타들은 은퇴 후에도 자신들의 명성과 자산을 활용하여 스포츠계 발전에 기여하거나, 공익 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영향력을 지속하는 모범을 보이고 있다.

▲마이클 조던 (Michael Jordan, 농구) – '농구 황제'의 구단 경영과 광범위한 자선 활동.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압도적인 부를 축적했음에도 은퇴 후 자신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스포츠 행정 및 경영에 참여하며 후배들에게 기여했다. 조던은 은퇴 후 자신이 지분을 갖고 있던 워싱턴 위저즈의 단장으로 활동했으며, 이후에는 샬럿 호네츠(당시 샬럿 밥캣츠)의 구단주로서 팀을 직접 운영했다.

이는 자신의 종목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스포츠계 발전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또한, 조던은 선수 시절부터 모은 돈으로 광범위한 자선 활동을 진행해왔다. 특히, 젊은이들이 자신의 운동화를 사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일에 충격을 받고 잠시 은퇴 후 마이너리그 야구선수로 복귀했던 일화는 그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깊은 고민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베컴 (David Beckham, 축구) – 공익 활동과 미국 축구의 성장 견인.

데이비드 베컴은 은퇴 후에도 자신의 영향력을 공익과 스포츠 발전에 집중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베컴은 2005년부터 유니세프(UNICEF)의 글로벌 홍보 대사로 활동했으며, 2015년에는 '데이비드 베컴 UNICEF 재단'을 출범시켜 전 세계 아동 구호 및 개발 사업에 헌신하고 있다. 이는 그라운드에서 받은 사랑을 사회에 환원하는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꼽힌다.

그는 또한 메이저 리그 사커(MLS)의 인터 마이애미 CF 구단주로서 활발히 활동하며 축구 행정가로서 미국 축구의 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리오넬 메시 같은 세계적인 선수를 영입한 것도 그의 경영 능력을 보여준다.

▲수 버드 (Sue Bird, 농구) – 스포츠 경험을 경영 능력으로 전환.
WNBA의 전설적인 스타인 수 버드는 은퇴 후 스포츠를 통해 배운 교훈을 활용하여 새로운 커리어를 쌓았다.
은퇴 후 기업 경영인(CEO)으로 변신했다. 그는 스포츠에서 배운 팀워크, 리더십, 끈기와 같은 기술을 사업에 적용하여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는 스포츠 경험이 단순한 소비가 아닌, 전문성과 능력으로 전환되는 사례이다.

▲장미란 (역도) – 한국의 모범 사례: 학술과 비인기 종목 후원

국내 사례 중에서도 역도 여제 장미란 전선수가 있다.
그녀는 은퇴 후 스포츠 사회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용인대학교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며 학문적으로 스포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장미란재단' 이사장으로서 비인기 종목 선수 후원 등 의미 있는 공익 사업을 조용히 펼쳐나가며 '스포츠 스타의 품격'이 어떠해야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 책임감 있는 사회 환원의 중요성 대두
이러한 해외 및 국내 모범 사례들은 스포츠 스타들의 성공과 부가 단순히 예능을 통한 일시적인 인기나 소비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몸담았던 분야의 발전, 사회 공헌, 그리고 건전한 스포츠 정신의 정착이라는 사회적 책임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스포츠 스타들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기대치와 역할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시간인듯 싶다.

황지원기자 wldnjsdl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