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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박나래 조진웅 사태로 저질 유투버와 ‘찌라시식 카더라식 통신'들은 대목을 만났다.

조회수를 위한 악의적 보도에 내려져야 할 철퇴

기사 등록 2025-12-15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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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나래 사태로 인해 자극적인 썸네일과 제목, 근거조차 불분명한 ‘찌라시식 카더라’로 클릭을 유도하는 일부 왜곡된 유투버와 커뮤니티가 대목을 만났다. 사진 소속사제공
[이슈데일리 황용희기자] 익명 커뮤니티와 일부 유튜브 채널이 이른바 ‘박나래, 조진웅, 조세호 사태’를 마음껏 즐기고 있다.
이들의 '잘, 잘못'을 떠나 , 이번 컬럼은 자극적인 썸네일과 제목, 근거조차 불분명한 ‘찌라시식 카더라’로 클릭을 유도하는 일부 왜곡된 유투버와 커뮤니티에 대해 애기하려 한다. 이들이 만든 콘텐츠는 '명백한 기준이나 진실에 대한 확신'없이 순식간에 확산된다.

문제는 이 과정이 결코 가벼운 오락이 아니라, 한 사람의 생계와 인격, 그리고 그를 둘러싼 관계망 전체를 위협하는 실질적 폭력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폭력은 익명성이라는 방패 뒤에서 더욱 대담해진다.
“카더라” 한 줄이면 족하다. 누가 먼저였는지 알 수 없는 풍문이 유튜브 영상의 대본이 되고, 익명 커뮤니티의 실시간 댓글이 된다. 연예인의 실명과 이니셜이 난도질 당하고, 가족과 지인이 끌려 나온다.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모호한 표현과 물음표가 여기저기 붙지만, 정작 대중은 그것을 사실에 가까운 ‘정황’으로 읽는다. 누군가의 하루와 커리어는 그 사이에 서서히 무너져 내린다.

이 같은 현상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치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의혹 제기와 비판은 민주 사회에서 필수적인 기능이지만, 최소한의 검증 노력과 책임 의식이 전제 돼야 한다. 지금 일부 채널과 게시판에서 벌어지는 일은 사실을 향한 탐구가 아니라, 조회수와 광고 수익을 위한 ‘정보 도박’에 가깝다. 틀리면 삭제하고, 다음 이슈로 갈아 타면 된다는 인식이 지배하는 한, 피해는 개인에게 고스란히 떠넘겨지고 구조는 아무런 교정도 받지 않는다.

연예계 이슈는 특히 더 취약한 토양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만큼, 소문을 돈으로 바꾸는 속도도 빠르다.
사건의 본질은 어느새 사라지고, “이번엔 누가 걸렸나”에 만 시선이 머문다. 불법 의료 행위 여부, 제도 개선 필요성, 업계 관행과 같은 구조적 질문은 뒤로 밀려난다.

대신 특정 인물의 얼굴과 이름이 클릭을 유도하는 도구로 소모된다. 이 과정에서 공론의 장은 천천히 피폐해진다. 사회가 논의해야 할 문제는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자극적 소비만 반복되는 구조가 굳어진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단호한 제도적 개입이 필요하다.
허위사실 유포와 악의적 편집, 지속적 '조리돌림'은 더 이상 ‘인터넷 문화’라는 말로 얼버무릴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익명 커뮤니티든, 개인 유튜브 채널이든, 법적 책임의 그늘 밖에 설 수는 없다. 수사기관과 사법부는 실제 피해가 드러난 사안에 대해 실질적 처벌로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 이때 명확한 처벌 기준도 보여줘야 한다. 보여주기식 경고가 아니다. '이 정도도 안된다'라는 사회적 합의를 분명히 새겨 넣어야 한다.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 역시 가볍지 않다. 알고리즘이 문제다. 악성 콘텐츠가 높은 클릭 수와 체류 시간을 기록할수록, 플랫폼은 그것을 더 많은 이용자에게 추천한다. 이는 곧 플랫폼이 수익 구조를 통해 루머 유포자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셈이다. 비방과 허위 정보 유포을 반복하는 채널에 대해 수익 창출 제한, 노출 축소, 계정 정지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자율 규제의 이름으로 사실상 방치하는 구조는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그러나 법과 플랫폼의 책임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 생태계를 떠받치는 마지막 축은 결국 대중이다.
소비가 멈추지 않는 한, 공급은 사라지지 않는다.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다루는 영상과 게시글이 “그래도 재밌으니까”라는 이유로 클릭되는 순간, 그 클릭 하나는 누군가의 불면과 불안을 연장시키는 독극물이 된다. 정보 소비자 스스로가 ‘어떤 콘텐츠에 내 시간과 시선을 줄 것인가’라는 윤리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 팬덤 역시 감정적 ‘맞불 루머’로 대응하기보다, 증거 수집과 신고, 법적 대응 지원 등 구조적 방식으로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번 연예인들 사태’는 한 연예인의 스캔들을 넘어, 한국 온라인 문화가 어디까지를 용인할 것인지, 그 최소선을 다시 그어 보라는 요구에 가깝다.
자꾸 언급하지만 사건이 터질 때마다 짜릿함과 괴롭힘을 찾아 헤매는 소비 습관이 유지되는 한, 다음 ‘사태’의 주인공은 언제든 다른 누군가가 될 수 있다.

조회수를 위한 악의적 보도에 내려져야 할 철퇴는 단순한 응징을 향한 분노가 아니라, 공동체가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최소한의 규율이어야 한다.
타인의 인격이 더 이상 값싼 클릭 수로 거래되지 않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면, 이제는 사건을 소비하는 눈에서 한 걸음 물러나, 그 구조를 감시하는 시선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황용희기자 zonehee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