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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김남길 "'판도라' 재난에 대해 진지하게 들여다봤다"

기사 등록 2016-12-16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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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판도라'가 개봉 2주차에 2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의 중심에 서 있다. 원전으로 인한 재난 위험성 일깨우는 박정우 감독의 '판도라'는 기획대로 많은 관객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줬다. 박정우 감독의 촘촘히 짜여진 스토리와 완벽을 추구하는 연출성이 바탕을 이루고 그 중심에는 주연 김남길의 열연이 있었다.

김남길이란 배우에게 자연스레 따라오는 이미지는 나쁜남자, 카리스마, 시크함 등이다. '선덕여왕', '나쁜남자', '상어', '무뢰한'까지 '남자들도 동경하는 남자'의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그런 김남길은 '판도라'를 위해 살을 찌우고 사투리를 배우고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김남길이 연기한 재혁은 원전사고의 피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 아버지와 형을 피폭으로 잃고 원전 회사에 다니기 죽기보다 싫어하지만 결국 가족을 위해 전면으로 나선다.

김남길은 어느 때보다 재혁이란 캐릭터를 소중히 대했고, 재혁이를 통해 많이 배웠고, 재혁이로서 관객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했다.

김남길은 언론시사회에서 완성된 영화를 보고 느낀 기분을 털어놨다. 원래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볼 때면 연기했을 때를 떠올리거나, 연기에 대한 디테일을 주로 봐왔던 김남길이지만, 이번에는 자신의 연기를 떠나 큰 그림을 보기 바빴다. '판도라'를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던 김남길은 "내 연기를 보고 운 것이 아니라, 영화가 주는 감동과 메시지를 읽었다"고 재빠르게 덧붙였다.

"영화를 보면서 내던져지는 상황이나 화가 나는 상황에서 해소감을 느꼈고 시원해지는 기분이었어요. 재혁의 상황, 대사들이 몰입이 됐죠. 우리 이야기인 것 같아서 공감도 많이 됐어요."

김남길은 재혁이로 보이기 위해 살을 찌우고 사투리를 배웠다. 현장에서는 메이크업도 하지 않았단다. 심지어는 세수도 하지 않는 날도 있었다고.

"수더분해보이고 노력했어요. 도시적인 이미지와 슬픈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나쁜 남자 이미지가 있어서요. 한 배우의 이름을 이야기하면 특정적인 이미지를 하나는 구축해둬야 한다는 계획이 이었어요. 그렇게 제 자신을 각인시키다보니 헤어나오기가 힘들었어요. '해적' 말고는 편안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연기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살도 찌우고 세수도 잘 안하고 그랬어요. 최대한 자연스러워 보이려고 했습니다."

"같이 출연하신 배우 중에 진해 출신이 있었어요. 사투리를 한참해도 익숙해지지가 않더라고요. 연극 선배님 중에 사투리 전라도랑 충청도까지 잘하시는 분이 계시거든요. 그 분께서 사투리를 배우려면 그 지방아 가야한다고, 그래야 빨리 배운다고 말해주셨어요. 그래서 부산을 갔어요. 가자마자 배운 새투리로 택시 기사분께 사투리로 목적지를 이야기했더니 기사분께서 '서울에서 오셨나봐요?'라고 말하면서 웃으시더라고요. 그때부터 포기를 어느 정도 했어요. 일년 정도 지방에 살지 않고서야 그만큼 자연스럽게 할 수가 없어요. 사투리가 조금 어색하더라도 정서적인 것을 잘 전달해보자는 쪽으로 집중했어요."

'판도라'에게는 한국형 히어로물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한국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신파라고 꼬집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한국영화의 정서이기도 하다. 대의를 위해 희생하는 주인공이란 공통분모는 같았지만, 할리우드 영화처럼 쿨하게 윙크를 한다거나 멋있게 죽음을 맞으러 가지 못한다. 재혁은 큰 명분을 가지고 원전 사고를 막으려 하는 것이 아닌, 내 소중한 가족을 위해서다.

"할리우드 블룩버스터는 죽는 순간까지 영웅이 쿨하게 가지 않나요? 저희 영화는 죽으러 가는 엔딩 부분들도 인위적인 부분이 없어요. 전 그점이 마음에 들었고요. 영웅이 되고, 나라를 지키려는 거창한 명분이 있는게 아니죠. 가족애라는 것이 조금 이기적인 것도 있겠고, 포괄적인 의미로 인간애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어요. 유머코드를 넣는게 어떨까란 의견도 있었지만 극구 반대 했어요. 다른 영화였으면 수용했을텐데 이 영화 속 현실에 처했다고 생각해보세요. 어떻게 유머가 나오고 의연하게 대처하겠습니까.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현실감 있는 재난이란 것에 대해 진지하게 들여다봐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원전 사고 현장을 세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박정우 감독은 많은 공을 들였다. '척'이 아닌 '진짜'를 위해서였다. 배우들도 고생을 감수하고 박 감독의 뜻을 따랐다. 김남길은 그 어느 때보다 체력적으로 버거웠지만 힘든 내색하지 않는 선배 배우들을 보며 더욱 의지를 다졌다.

"'검사외전', '부산행' 팀들과 같은 세트에서 촬영해서 다 만났어요. '부산행' 탐과는 재난 영화끼리 화이팅하자고 했었죠.(웃음) 우리보단 그 분들이 더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요. 그 분들은 좀비로서 관절을 꺾는 연기를 해야 하니까요. 저희는 체력적으로 버텨내면 되는거였어요. 그래도 힘들긴 했죠. 젊은 사람들은 괜찮은데 형들은 더 어려웠을꺼에요. 그 옷이 키로수가 꽤 많이 나가요. 움직이기도 힘들고요. 처음에 제작됐을 땐 아예 공기가 안통했어요. 선배님들이라서 그런지 형들은 한 번도 힘든 내색을 안하더라고요."

2016년 9월 12일 대한민국 경상북도 경주시 남남서쪽 8㎞ 지역에서 5.4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 대비를 하나도 해놓지 않았던 탓에경주 시민들은 피해를 봤고 계속된 여진에 시달렸다.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도 생겼다. '판도라' 재난의 시작은 지진이다. 4년 전에 쓰여진 시나리오였지만 우연치 않고 개봉을 앞두고 지진을 맞게 됐다. 자연스럽게 개봉 시기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지진이 실제로 났을 떄 지진으로 인한 재앙이 시작되는 영화잖아요. 촬영할 때 지진이라는 재난에서 우리나라는 안전지대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촬영할 때 강도, 피해에 대한 경험이 없으니 어느 정도로 표현해야 하나 저희끼리 왈가왈부가 많았죠. 그런데 진짜 지진이 나버린거에요. 개봉은 우리가 언제 하고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게 아니잖아요. 위에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지진이 났을 때 개봉을 해야 하나, 불안감이 해소되면 해야하나, 괜히 지진으로 불안감을 조성하면 일각에서 지진을 이용해 장사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잖아요.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대한민국 안전불감증이라는 메시지가 곡해될 수도 있고요."

영화의 엔딩신은 죽음을 앞둔 재혁의 여러가지 감정을 담아낸 것으로 많은 공을 들였다. 김남길은 이 촬영을 위해 굶으며 힘이 빠지고 예민한 상태를 유지했다.

"엔딩신을 신경 많이 썼어요. 이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기 보다는 '내가 왜 죽어야 되나, 영웅이 되고 싶은게 아니었는데' 재혁이는 그냥 사랑하는 내 가족을 지키고 싶었던 것 뿐이잖아요. 그런 감정들을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최순실 국정농단 일명 '최순실 게이트'로 혼란에 빠져있다. 대한민국의 지금은, 4년 전에 완성된 '판도라'와 많이 닮아있다. 이에 '판도라' 홍보 일정에는 자연스레 시국에 대한 질문이 따라왔다. 김남길은 누구보다 대한민국의 위기에 규탄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지만 발언은 자제하고 있었다. 그리고 '판도라'가 작은 위로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내비쳤다.

"각자가 일을 하고 있는 위치에서 내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한만큼 연기, 영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청개구리 스타일이라 하지말라고 하면 더 하고싶어져요. 홍보에 이용하는 것 같은 모양새 같을까봐 자제하게 되요. 관객들이 '판도라'를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희망에 대한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영화잖아요."

(사진=NEW)

유지윤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