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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생일’, 전도연 “‘세월호’ 언젠가 해야 했던 이야기라면 그것은 바로 ‘오늘’이다”

기사 등록 2019-04-1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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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전도연이 '생일' 인터뷰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매니지먼트 숲
[이슈데일리 김혜린기자]칸의 여왕 전도연이 돌아왔다. 세월호 유가족 이야기를 담은 영화 ‘생일’에서 전도연은 풍부한 감성과 깊이 있는 연기로 다시 한번 대중들에게 진심을 전했다.

영화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 수호의 생일 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담았다.

전도연은 극 중 떠나간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엄마 순남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전도연은 사실 처음에 ‘생일’ 출연 제안을 거절했었다. 그 정도로 ‘세월호 유가족’을 연기하기까지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생일’은 용기가 필요한 작품이었어요. 처음에 고사한 것도 그러한 이유였어요. 그런데 안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제가 계속 순남이랑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감독님도 제가 고사한 것과는 상관없이 제가 느끼는 순남이의 이야기에 대해 궁금해 하셨어요. 세월호를 소재로 한 만큼 부담감과 어려움이 컸어요. 영화 ‘밀양’의 신애도 아이 잃은 엄마 역할 이었기 때문에 혹시 이미지가 겹치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가 결국 용기를 낼 수 있었던 데에는 ‘생일’은 앞으로 살아가야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고 그게 또 살아가야 되는 사람들에게 힘이 돼 줄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에 출연을 결심했어요.”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전도연은 더욱 잘해내고 싶었다고.

“조심스러운 소재였지만 그래서 더 잘 담아내고 싶었어요. 그게 어쨌든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죠. 하지만 제가 느낀 것들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잘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이 작품은 연기 이외에도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이 너무 많았어요. 조심스럽고 어려웠죠. 부담감은 지금 이 순간에도 상당해요. 그래서 정말 그냥 말 한마디도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조심스러워요.”

전도연도 2014년 4월 16일 그 순간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하고 마음 아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도연에게 이 사건은 언젠가 누군가는 꼭 해야만 했던 이야기였다.

“세월호 사건 때 모든 것을 생방송으로 목격했어요. 그것이 전 국민 트라우마가 됐고, 또 너무 큰 상처가 됐죠. 그때 만들어진 것은 무기력함 인 것 같기도 해요. 너무 힘들고 아프다는 생각에 무기력함이 오면 결국은 외면하게 되는 것 같아요. 너. 저 역시도 그랬고요. 사람들은 ‘이 시점에 이러한 영화가 나오는 것이 맞냐’ 라고들 질문을 많이 하세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어제 해야 해? 오늘 해야 해? 내일 해야 해?’라고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오늘이다’ 라는 답을 내렸어요. 그런 생각에 제작된 것이 ‘생일’이라는 영화예요.”

▲ 배우 전도연이 '생일' 인터뷰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매니지먼트 숲
전도연은 아이를 잃은 순남을 연기하기까지 수없이 많은 자기 검열을 거쳐야만 했다.

“간접적으로 연기를 통해서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느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가 느낀 슬픔보다 순남이 느낀 슬픔에 대해 의심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갔어요. 그런데 제가 ‘유가족 시사회’에 참석해 유가족 분들 앞에 섰을 때 그런 의심조차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제가 겪은 ‘경험’이라는 것은 단지 간접적인 경험일 뿐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제 연기는 책을 읽은 연기를 한 것에 불과해요. 저도 유가족 분들 앞에서는 딱 그 정도의 경험이었던 거죠.”

촬영 중간마다 계속 해서 전도연을 울린 것은 예솔이었다. 어린 나이임에도 엄마의 눈치를 보며 감정을 숨겨야만 했던 예솔이의 모습에 전도연은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촬영을 하면서 예솔이 때문에 더 많이 운 것 같아요. 엄마가 너무 슬퍼하기 때문에 그 어린 친구가 자신의 감정을 숨겨야만 하는 순간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어떻게 보면 순남이도 예솔이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생일 모임에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예솔이가 없었다면 그런 선택도 안했을 것 같아요”

개봉 전부터 ‘세월호’라는 이유만으로 영화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상당수였다. 하지만 전도연은 그런 반응들도 당연한 것이라며 오히려 그들을 위로했다.

“겁이 나고 두렵기 때문 아닐까요. 각자 사는 것도 힘들어서 그런 것 같아요. 우리가 사실은 2014년 그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기억하자, 잊지 말자고는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기 마련이에요. 그 점은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 사람은 누구나 다 다른 입장을 갖고 있잖아요.”

▲ 배우 전도연이 '생일' 인터뷰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매니지먼트 숲
영화는 끝났지만 순남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전도연은 순남에게 애틋함을 가지고 있었다.

“저의 생각인데 아마 순남이는 수호를 죽을 때 까지 찾지 않을까 싶어요. 계속 힘들어하기는 할 것 같아요. ‘생일 모임’에 나가서 위로를 받긴했지만 그건 순간일 뿐이고 그 순간이 영원하지는 않잖아요. 근데 그 점은 저희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매일 무언가를 찾아나서죠. 행복하고 싶은 사람들은 행복을 찾아 나서고, 다른 것을 원하는 사람들을 그 무언가를 찾아 나서고 있어요. 저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고, 또 좋은 엄마가 되고 싶기 때문에 제 자신을 항상 되돌아봐요. 인간으로 성숙하지 못한 내가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처음에는 두렵기도 했어요. 아이가 계속 성장하듯이 저도 죽을 때까지 성장하고 노력하지 않을까 싶어요.”

기자는 기사를 써야하고, 시인은 시를 쓰듯이 배우인 본인은 연기를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는 전도연. 그는 ‘생일’을 통해 본인만의 방식으로 사회 문제에 한발자국 다가갔다.

“만약 누군가가 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했을 때 저는 연기를 통해서 밖에 보여드릴 수 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외면했던 것들에 대해 저만의 방식으로 작지만 참여했다는 마음이 들어요. 홀가분하다는 것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마음 속 돌덩이를 내려놓은 기분이 들었어요. 시대적인 것과 상관없이 그런 의미에서 ‘생일’에 출연한 것은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원래 작품을 안 했다고 해서 한번도 후회를 해본 적이 없는데 ‘생일’을 만약 하지 않았다면 정말 후회가 많이 됐을 것 같아요.”

김혜린기자 gpfls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