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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최우식 “‘기생충’은 값지고 소중한 작품”

기사 등록 2019-06-1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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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최우식이 '기생충' 인터뷰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CJ엔터테인먼트
[이슈데일리 김혜린기자]‘거인’, ‘옥자’, ‘마녀’ 등 매 작품에서 매력적인 연기를 뽐내며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배우 최우식. 그런 그가 ‘기생충’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청춘의 얼굴을 그리며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최우식에게 ‘기생충’은 최고의 경험이었다. 이번 작품으로 칸의 레드카펫을 처음 밟게 된 그는 모든 순간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이 작품에 한 일원으로 참여하게 된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하고 영광이었어요. 칸에 초청받고 생각지도 못한 큰 상을 받기도 하고 국내에서도 너무 큰 사랑을 받다보니까 요즘 너무 행복해요. 칸에 초청받았을 때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때의 전율은 아직까지도 느껴져요.”

처음 시나리오를 한 장씩 넘길 때마다 ‘기우’라는 이름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는 최우식은 설렘과 동시에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을 때는 제 역할을 잘 몰랐어요. 제가 사실은 시나리오를 받으면 제 이름이 얼마나 나오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있거든요. 근데 책을 계속 넘겨도 기우만 있는 거예요. 그때 제 역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잘 해야겠다는 부담감도 생겼어요. 또 송강호 배우님과 봉준호 감독님과 함께하는 작품이니까 긴장도 많이 됐죠.”

봉감독에게 처음 러브콜을 받던 날이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때보다 행복했다고 말할 정도로 최 배우는 그날의 기억을 잊지 못했다.

“영화 ‘옥자’ 촬영했을 때 감독님이 ‘다음 작품 뭐해? 계획이 뭐야?’라고 물어봐주셨어요. 그때 저는 당연히 그냥 정말 궁금하셔서 물어보시는 줄 알았죠. 그래서 다음 작품으로 ‘마녀’를 하게 돼서 운동 하려고 한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운동 말고 그냥 그대로 유지해도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 마른 몸이 기우와 높은 싱크로율을 낼 것이라고 생각하셨나 봐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거인’에서의 영재와 ‘옥자’의 김군의 모습을 보고 저를 캐스팅한 것 같아요. 저보다 훌륭한 배우들이 많은데 저를 선택하셨다는 것에 대해서는 지금도 너무 감사해요.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감격스러워요.”

기우는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였다. 안쓰러움을 표현하고 싶었던 최우식은 자세부터 말투까지 디테일하게 연구하며 캐릭터를 구축해나갔다.

“사기는 나쁜 짓이지만 그 과정이나 이유, 노력 모든 것들이 어느 정도 공감이 됐어요. 그래서 기우가 밉게만 보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본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서였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과정이 결코 올바른 길은 아니었어요. 사실 ‘기생충’의 매력은 악한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기우가 하는 행동들의 이유는 결국에는 가족 때문이잖아요. 그래서 더욱 절실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욱 안쓰러워 보이려고 표현하기도 했죠.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번 영화에서 제가 똑바로 서있던 적이 없어요. 항상 구부정하게 서있죠. 그런 디테일한 부분을 신경 써서 연기했어요.”

▲ 최우식이 '기생충' 인터뷰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CJ엔터테인먼트
‘옥자’에 이어 ‘기생충’까지. ‘봉준호 사단’에 들어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최우식은 그런 수식어 자체가 영광스럽다며 얼굴을 붉혔다.

“‘봉준호 사단’이라는 말 자체가 저에게는 너무 힘이 되는 말이에요. 그렇게라도 저를 봐주시면 너무 좋죠. ‘옥자’때는 사실 지금만큼 하지 못했어요. 그때는 너무 긴장하고 있었거든요. 더군다나 함께하는 가족도 없어서 기죽어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영화를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했어요. 쉬는 시간에 감독님이랑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나누면서 더 친해질 수 있는 시간도 가졌어요.”

‘무계획’적인 기택과 ‘계획’적인 기우의 삶 속 최우식은 최근 들어 ‘무계획’을 지향하게 됐다. 무계획이 실패에 대한 상처를 덜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면서.

“크면서 계획이 생긴 것 같아요. 고등학교 졸업하면 대학에 가야하고 대학에 입학하면 결혼해야하고 그러면 애도 낳아야하고 이런 계획이 있었어요. 그런데 일을 하면서 그런 계획이 사라졌어요. 워낙 배우라는 직업이 불규칙한 일이잖아요. 기대를 한 만큼 안 될 수도 있는 거고 기대를 안 했는데 의외로 잘 된 것도 있듯요. 극 중 기택처럼 무계획 속에서 사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한 계획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것도 상처를 덜 받기 위한 하나의 방법인 것 같아요. 기택이 무계획을 선호하는 것은 이미 다 겪어봤기 때문 아닐까요.”

엔딩크레딧과 함께 흘러나오는 OST ‘소주 한잔’에 참여한 최우식. 담담한 멜로디 위에 올라탄 최우식의 목소리는 ‘소주’처럼 알싸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OST는 배우 최우식이 아니라 김기우가 부른 것이에요. 기우의 마음가짐이 담긴 곡이죠. 에필로그 같은 메시지도 담겼어요. 기우가 관객 분들에게 불러드리는 노래라고 생각하니까 묘한 기분이 들어요. 감독님이 제목을 ‘소주한잔’이라고 붙인 이유도 영화를 보고 나서 소주 한잔이 생각나기 때문이라고 하셨어요. 제가 사실 노래를 그렇게 잘하지는 못해요. 회식할 때 노래방에 함께 가서 노래를 불렀는데 그때 계획하셨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장난 식으로 ‘오 잘하는데’라고 하셨는데 그때는 OST를 제가 부르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죠.”

기우를 통해 죽기 살기로 노력하는 현재 청춘들의 얼굴을 마주한 최우식은 생채기 난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고자 했다.

“영화는 끝났지만 기우는 뭘 하든 정말 열심히 살아갈 것 같아요. 분명히 어떻게든 살아남을 거예요. 기우가 원하는 결과가 올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아요. 요즘 청춘들도 일에 치어서 사는 것 같아요. 기우를 연기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 최우식이 '기생충' 인터뷰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CJ엔터테인먼트
송강호와 처음 연기호흡을 맞춰본 최우식에게 ‘기생충’의 촬영 현장은 매 순간 배움의 장이었다.

“무대인사할 때도 제가 긴장해서 말을 잘 못하니까 강호 선배님이랑 선균 선배님이 엄청 웃으셨잖아요. 그게 제가 현장에서는 진짜 까불대는 스타일이거든요. 그 정도로 현장이 편했어요. 선배님들이 너무 잘 대해주신 덕분이죠. 특히 송강호 선배님은 매번 제 긴장을 풀어주시면서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도록 이끌어주셨어요. 선배님들이랑 함께 한 순간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최우식은 ‘새로움’을 꿈꿨다. 하나의 작품을 끝낼 때마다 성장통을 겪은 최우식은 점점 단단해졌고, ‘기생충’을 통해 비로소 날개를 펼쳤다. 조만간 그의 날개짓이 영화계에 큰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 것 같은 느낌은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동의할 것이다.

“‘기생충’이라는 영화 자체가 기우의 인생에 한 부분이 됐듯이 저에게도 이번 작품은 큰 영향을 미쳤어요. 정말 좋은 꿈을 꾼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제가 많이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를 준 작품이에요. ‘기생충’은 저에게 정말 값지고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실 모든 현장에서 보고 배우는 것들은 다 달라요. 다음 작품도 ‘기생충’처럼 과정이 즐거운 영화에 참여하고 싶어요. 과정이 즐거우면 배우는 것도 더 많더라고요. 작품에 대한 기대보다는 제 자신에 대해 기대해보려고 해요.”

김혜린기자 gpfls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