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데일리

[이슈인터뷰]‘비정규직 특수요원’ 강예원, 완벽주의자가 그려낸 연기열정

기사 등록 2017-03-22 18:22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 사진=김혜진 기자
[이슈데일리 김지영기자] 변화무쌍하고 다채롭다. 데뷔 17년차 배우 강예원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한 번에 느낄 수 있다. 강예원은 그동안 액션부터 로맨스, 드라마, 미스터리, 공포 등 다양한 작품에서 무한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으며 맡은 역마다 소화력 100%를 자랑했다. 이번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역시 만년 알바인생을 살고 있는 장영실을 실감나게 표현해 취업준비생들의 공감대와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자신만의 연기 철학을 가진 강예원을 최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장영실은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으며 아버지의 뜻에 따라 공무원을 꿈꾸다 결국 포기하고 다른 진로를 찾는 취업준비생이다. 강예원은 전혀 예쁘지도, 남성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캐릭터도 아닌 장영실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처음 장영실이라는 캐릭터를 생각했을 때 집에서 그림으로 그려봤어요. 주황색 배경을 가지고 있는 여자로 그려지더라고요. 거기서부터 시작했어요. 안경을 사러 다니고 빈티지샵에서 캐릭터와 어울리는 옷을 샀어요. 굉장히 억지스러운 촌스러움이 아니라 꾸몄지만 촌스러운 느낌이 나는, 멋이 나지 않는 스타일을 어필하고 싶었어요. 어눌한 팔 기장이나 배 바지 스타일도 웃기려고 한 것이 아니라 몸매가 따라주지 않으니까 그런 어정쩡한 옷을 입는 거죠. 장영실이 소극적이라서 말소리도 아래로 떨어지고 호흡도 속으로 들어가는 화법이에요. 항상 움츠러들고 표현도 잘 못하는 성격을 표현한거죠.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지 많이 고민하고 신경 썼어요.”

장영실은 극 중에서 예뻐 보이는 순간이 없다. 여배우라면 아름다운 모습을 포기하고 싶진 않았을 터. 그러나 강예원은 여배우가 미(美)만 고집하는 것은 “식상하다”고 했다. 이는 그가 그동안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SBS 예능프로그램 ‘씬스틸러-드라마 전쟁’에서 꾸밈없이 보여주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순간들이었다.

“‘여배우는 예뻐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항상 예뻐야 하면 어떻게 살겠어요? 그러면 스스로 못나지고 오히려 추해진다고 생각해요. 마음은 건강하게 살고 싶어요. 다른 배우의 연기를 보고 질투하지도 않아요. 연기를 잘하는 건 부러울 뿐이에요. ’저 사람처럼 잘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고 못하면 인정해요. 질투는 스스로가 행복하지 않아서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다 잘하는 건 있을 수 없죠. 전 제 나름대로 잘하는 게 있으니까 최대한 질투심을 없애려고 하고 인정해요.”

▲ 사진=김혜진 기자

강예원은 소극적이지만 때로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장영실을 묘사하기 위해 대본에 쓰여 있지 않은 설정에도 현장에서 직접 연구하고 연기했다. 그 결과 관객들은 구구절절한 대사 없이도 장영실 캐릭터를 이해하고 절로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게 됐다.

“디테일은 배우 본인이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대사에서 행동이 더 추가되면 편해지거든요. 연기는 주변 물건과 환경을 통해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장영실의 화법이 느린 것도 대본에는 다른 설정이 없었지만 그렇게 표현한 것이었어요. 우물쭈물이 항상 기본으로 깔린 캐릭터니까요. 그렇지만 너무 심하면 루즈해지니까 그 중심을 잡으려고 했죠. 영화에서 박차장(조재윤)이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장영실이 벽에 몰려서 블라인드 줄을 잡고 베베 꼬아요. 그것도 현장에서 바뀐 거예요. 장영실 성격을 생각하고 연기를 하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줄을 잡게 되고, 그렇게 표현하게 되더라고요.”

이 밖에도 강예원은 시나리오에는 설정돼 있지 않은 표현들을 스스로 고뇌하고 극에 자연스럽게 녹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중 개와 대화하는 장면은 3개월을 고민했다고.

“개와 대화하는 장면에서 외로움을 느낀 건 단순히 사람이 아닌 개와 연기를 해서 외로웠다는 것이 아니라 연기의 답을 몰라서 연기하기 외로웠던 거였어요. 몸짓, 발짓을 이용해서 대화를 나누기 전 나정안(한채아)에게 ‘남자는 개든 사람이든 다 똑같다’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어요. 앞으로 제가 할 행위에 대해 설명해주고 싶어서 그 대사를 넣은 거죠. 그 한마디를 더 집어넣고 없고가 되게 일차원적이지만 대본이라는 게 그런 거예요. 단순히 ‘멍멍’거리면 이상하게 쳐다보지만 대사 한 줄로 연기의 디테일이 살거든요. 또 코믹연기에서 너무 오버하면 안하느니만 못해요. 억지스러우니까요.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나아요.(웃음) 그게 배우들의 숙제인 것 같아요.”

인터뷰 내내 강예원의 연기 열정은 식지 않았다.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선보이는 사소한 장면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했지만 거부감은 들지 않도록 설정했으며 일상이 ‘어떻게 해야 더 연기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들로 사로잡혀 있는 사람인 듯 했다. 장영실과 자신의 닮은 점에 대해선 의외로 ‘자신감이 없으니 노력하는 형’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소외된 영실에 대한 표현이 공감이 갔어요. 영실이 스스로도 본인에 대해 자신감이 없으니까 노력하는 형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노력하는 인물이요. 그게 저에요. 뭔가 낙담하는 상황에 빠졌을 때 저를 업그레이드 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요. 제가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 공감이 가더라고요.”

▲ 사진=김혜진 기자

그는 촬영할 때 항상 긴장을 놓지 않고 예민한 상태라고 했다. 현장마다 같은 상황일지라도 어떻게 달라질지 몰라 아직도 불안하다고. 또 ‘배우는 자만해지면 안된다‘ ’연기는 자신감이다‘ 등 자신만의 연기 소신을 펼치기도 했다.

“연기는 항상 노력을 해야지 ‘나 연기 좀 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 배우에 관심이 많으면 알아봐 주는 거고 아니면 일차원적 인거죠. 그래서 더 열심히해야하고요. 배우라는게 항상 평가를 받으니까 저절로 철학이 생기는 것 같아요. 또 사람을 굉장히 예민하게 만들어요. 관객들은 극장에서 연결된 장면을 순서대로 보지만 촬영하는 배우들은 순서대로 찍지 않거든요. 근데 그 말투, 행동 다 이어서 맞춰야하니까 더 철두철미하게 해야 해요. 그리고 아무리 경험이 많다 한들, 상대방의 연기에 지적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남의 연기를 절대 평가하지 않아요. 성향마다 다른 거니까 남들의 좋은 면만 보려고 해요. 남을 신경 쓸 시간에 자신에게 더 냉철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김지영기자 b33151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