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열음엔터테인먼트
[이슈데일리 김나연기자] 지난해 오랜 기간 몸담았던 소속사를 떠나 새로운 곳에 둥지를 튼 유이. 연기자 소속사로 거처를 옮기면서 본격적인 새 출발을 알린 그가 MBC 주말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를 통해 배우로서의 행보에 또 한 발자국 내딛었다.

4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산으로, 방송국으로 유독 분주했던 촬영을 이어온 유이는 “시원섭섭한 건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지만 이번에는 시원하다는 생각이 컸다” 라며 솔직한 종영 소감을 전했다. 종영 이후에도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유이와 최근 서울시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유이는 ‘데릴남편 오작두’ 속에서 30대 중반의 외주 프로덕션 피디 한승주 역으로 분했다. 그는 생활력, 승부욕, 전투력, 독립성 강한 독종 캐릭터. 털털한 여장부 스타일인 만큼 극중에서도 이러한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이에 대해 “백호민 감독님이 원체 대본대로 하는 스타일”이라고 밝힌 유이는 “대본 속에 술자리에서 술을 흔들거나 잔을 깨고 맥주를 수저로 따거나 하는 장면도 ‘진짜 대본대로 해요?’라고 물었는데 대본대로 간다고 하시더라”라며 “그래도 촬영 하다 보니 오기가 생겨서 정말 열심히 했다”라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하지만 유이가 완전히 한승주 캐릭터를 자신 속에 녹여내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유이는 “처음 승주라는 캐릭터가 저한테 왔을 때 부담이 있었다”라며 “이미 앞서 캐스팅 제의를 받았었던 선배님도 계셨고, 그 분이 그렸던 그림이 있을 텐데 제가 그린 그림과 다르지 않나”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 승주 캐릭터가 다른 분을 거쳐 저에게 왔을 때 (나이) 게이지를 낮춰주실 줄 알았어요. 그런데 작가님이 보시고는 ‘자신만 있으면 그대로 갈까?’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어디 가서 동안이라는 얘기 듣는데 나이 많아 보인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봐요’라고 했죠. 하지만 ‘당당해지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어떤 분들을 봐도 나이가 가늠이 안 되잖아요. 또 작가님이 ‘승주는 당당하고 자유로운 친구기 때문에 옷을 어떻게 입든 상관이 없으니 유이씨 마음대로 해라. 다만 결혼이라는 요소를 설득하기 위해 35살인 것이다’라고 하셔서 오케이 했죠.”

▲ 사진=열음엔터테인먼트
유이는 연기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으로 ‘공황장애’라는 타이틀을 꼽았다. 앞서 드라마 ‘결혼계약’을 통해 아픔을 표현하는 연기는 해 본적이 있지만, 공황장애는 자료상으로는 있지만 눈으로 볼 수 있는 모습이 많이 없었던 것. 나름대로 자료를 찾아보기도 했지만 그는 이런 어려운 장면을 무사히 촬영할 수 있었던 이유에 백호민 감독의 디렉션이 있었다고 전했다.

“감독님이 그 상황을 저에게 실제로 주셨어요. 촬영 장면 100의 50 정도를 진짜로 경험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러다보니 정말 무섭더라고요. 그 덕분에 극중 작두와의 신도 더 간절하고, 산에 올라가면서까지 당당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강우 오빠도 ‘이게 너냐 승주냐?’라고 할 정도였어요.”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유이가 한승주로서 완벽히 분할 수 있었던 데에는 실제 자신의 모습과 극중 캐릭터와 닮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었다. 할 말을 하는 점이 비슷하다고 밝힌 유이는 성격뿐만 아니라 현재 처한 상황 또한 닮은 점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초반에 자기 얘기를 못 하고 웃고 있는 승주를 봤을 때 공감이 많이 됐어요. 저도 웃고 있지만 왜 웃고 있는지 모르면서 10년간 활동해왔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승주의 마음은 뭘까? 무슨 생각을 할까? 좋아서 하는 일이긴 하지만 돈 때문에 하는 걸까? 엄마와 동생 학비, 용돈을 위해 일을 하는 걸까? 즐거울까?’ 생각 하면서 촬영했어요. 특히 ‘내가 뭘 잘못해서 그래?’라고 말 하는 장면에서 많이 무너졌어요. 촬영 끝나고 엄청 울었죠.”

▲ 사진=열음엔터테인먼트
유이는 가수가 되기 위한 연습생 기간을 거쳐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다고 전했다. 연애보다는 오로지 일이 우선이었다고. 하지만 그런 그가 30살의 문턱에 다다랐을 때 마음 깊숙한 곳에 찾아온 것은 ‘고비’였다.

“‘10년간 열심히 했으니 보상이 오겠지? 쉬어도 되겠지? 뭔가 많이 꾸려놨겠지? 어른이 됐겠지?’하는 자만심이 저도 모르게 있었어요. 그런데 돌이켜보니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어떤 분은 배부른 소리라고 느낄 수 있겠지만 내 주변에 내편도 많이 있을 거라 생각했고, 새로운 제 세계에 적응 못한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한번쯤 온다는 시기가 왔고 그걸 잘 버텨야했는데 그러지 못했죠. ‘나약한 아이 인가봐. 필요 없는 아이 인가봐’하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난 밝고 어떤 사람에게 필요한 존재였던 것 같은데 그게 아닌가?’하면서. 승주랑 비슷했죠.”

이렇게 개인적으로 무너져 있던 상황에서 유이에게 찾아온 전환점이 바로 ‘데릴남편 오작두’였다.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 승주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유이는 ‘내가 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작가님, 감독님한테 물었어요. ‘제가 이런 상태다. 누가 툭 치면 무너질 상태. 그런데도 작품을 해도 되겠나’하고. 그랬더니 ‘우리 같이 힐링 하면서 같이 해보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를 믿어주셨으니 승주처럼 당당해져보겠습니다’하고 말씀드렸죠. 제작발표회에서도 손발을 되게 떨었어요. 원래 그런 자리를 좋아했는데 무섭더라고요. 그런 상태였어요.”

▲ 사진=열음엔터테인먼트
그렇기 때문일까, ‘데릴남편 오작두’는 유이에게 있어 ‘힐링이 됐던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극한 추위에 산을 오가는 험난한 촬영 현장이었지만 촬영이 끝나고 나니 추억이 될 만한 드라마였고, 개인적으로 너무 행복했다고 소감을 전한 유이는 “(드라마가) 사람 하나를 살렸다”라고 덧붙이며 웃어보였다.

어느덧 수많은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유이였지만 “아직 배우라는 타이틀이 낯설다”라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제가 연기회사를 들어왔다고 배우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스스로가 ‘연기에 자신 있어’라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라고 소신을 전했다.

“제 작품을 보면서 같이 울 때도 있지만 드라마에서 튀면 안 되는데 삐걱이는 게 보일 때도 있어요. 저도 그런데 시청자들은 얼마나 보기 싫겠어요. 그럴 때마다 ‘연기자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건성으로 연기하는 건 아니에요. 누구의 탓이라기보다는 그냥 제가 부족한 거죠.”

유이는 “다음엔 저의 부분이 아니라 드라마 전체적으로 재밌었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원톱드라마가 아니다 보니 내용 자체로 호평 받고 싶지, 개인적으로 튀고 싶지는 않다고. “그래야 나중에 배우라는 타이틀을 내세울 수 있지 않을까”라고 덧붙인 유이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 “죽도록 내가 해야 하는 숙제”라고 표현했다.

“스크린, 영화는 제 꿈이에요. 제가 처음 배우로 기획사에 들어왔을때 ‘배우라는 타이틀을 달려면 처음부터 달려야 하는 게 맞고, 만약 영화를 시작하게 되면 까메오부터 밟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말씀드렸어요. 제가 영화 기회가 된다면 작은 역, 오디션부터 시작할 것 같아요. 그런 기회가 생기면 좋겠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드라마 촬영장에서 강우오빠, 상훈오빠와 ‘오빠들 영화에 까메오로 출연 시켜 달라’라는 얘기도 했었어요. 그게 정답인 것 같고, 그렇게라도 찾아뵀으면 좋겠어요.”

 

김나연기자 delight_me@

 

기사 공유하기

 

 

• [이슈인터뷰] ‘탐정: 리턴즈’ 성동일 “이제 저는 현장을 즐길 나이죠”

• [이슈인터뷰] ‘독전’ 조진웅 “‘행복한 공허함’ 느끼셨으면 좋겠다”

• [이슈인터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정해인, 이제 막 ‘꽃’을 피우다

• [이슈인터뷰] 손예진, 봄비처럼 왔다 간 ‘예쁜 누나’

• [이슈인터뷰] ‘임을 위한 행진곡’,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의 아픔’

• [이슈인터뷰] 김민재, 고민과 성장으로 찾아갈 자신의 길

• [이슈인터뷰] ‘독전’ 류준열, ‘행복한 연기’로 다작 행보 걷는다

• [이슈인터뷰] '으라차차 와이키키' 정인선, 앞으로가 더 매력있을 배우

• [이슈인터뷰] ‘레슬러’ 유해진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 [이슈인터뷰] ‘챔피언’ 권율, ‘천의 얼굴’ 증명할 한 계단

• [이슈인터뷰] ‘으라차차 와이키키’ 이이경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어요”

• [이슈인터뷰] '머니백' 김무열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