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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분석]‘우상’, 한석규X설경구X천우희 “당신의 우상은 무엇입니까”

기사 등록 2019-03-0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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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관희 기자
[이슈데일리 김혜린기자]‘무엇을 믿느냐가 아닌 무엇을 믿게 만드는가’ 영화 ‘우상’의 핵심이다. 제 69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공식 초청되며 개봉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우상’에 믿고 보는 세 배우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가 합류해 더욱 기대를 불러 일으킨다.

‘우상’은 아들의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까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참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 ‘한공주’로 혜성처럼 등장해 영화계에 강력한 파장을 일으킨 이수진 감독은 ‘우상’을 통해 다시 한번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이 감독은 각자의 우상을 좇는 세 사람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했던 참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그는 “사유하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 영화를 보며 ‘나는 저들 중 누구와 가장 닮았을까,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관객들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며 영화적 메시지를 남길 것을 예고했다.

이어 그는 “우상의 이야기를 처음 생각한 것은 오래전이다. 예전에 단편영화를 만들 때 나중에 장편영화를 만든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까라고 생각하며 구상했다. 그때 만들게 된 작품이 ‘우상’이다. 당시에는 기회가 안돼서 ‘한공주’라는 영화를 끝내고 한참 뒤에 영화를 작업하게 됐다. 영화계기는 오랜 기간동안 끊임없는 한국사회의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의 원인에서 시작됐다. 그 시작이 어디인가에 대한 생각을 나름대로 표현해 봤다” 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 박관희 기자
과감한 연출을 살릴 수 있는 이유는 배우들의 명연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름만으로도 극장가를 장악할 만한 배우 세명이 모인 시너지는 엄청났다.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가진 배우들이지만 이번에도 연기변신을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극 중 차기 도지사 후보에 거론될 정도로 존경과 신망이 두터운 도의원이지만 아들이 교통사고에 연루되면서 벼랑 끝에 몰리게 된 인물 구명회를 맡은 한석규는 감독에게 직접 이 캐릭터를 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간절했다. 그는 “이 시나리오를 받고 이 캐릭터를 꼭 하고 싶었다. 평소에 비겁한 인물을 연기해 보고 싶었다.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목표로 전력질주하는 비겁한 인간. 바로 구명회였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었는데 그런 생각을 갖을 당시 ‘우상’의 구준회를 만난 것이다”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이번 영화에서 노란 머리로 탈색해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보여줄 예정인 설경구는 극 중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난 후 진실을 쫓는 아버지 유중식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 감독이 “설경구 배우가 6개월 동안 탈색하면서 많이 고생했을 것 같다. 탈색도 그렇지만 많은 캐릭터를 위해 많은 감량을 했다. 6개월동안 캐릭터에 빠져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정말 감사하다”라고 할 정도로 설경구는 이번 작품에 많은 노력을 쏟았다.

유중식은 계속해서 선택의 기로에 놓이며 절망스러워 한다. 이러한 극심한 감정 변화를 그려내야 했기에 쉽지는 않았을 터. 설경구는 “유중식이라는 인물이 쉬운 캐릭터는 아니었다. 처음 접했을 때는 이 사람이 왜 이런 선택을 하는지에 대해 알 수 없었다. 또한 이 감독이 말한 것처럼 유중식이라는 캐릭터는 가장 뜨겁게 시작해서 차갑게 끝나는 인물이라고 했는데 공감한다. 이러한 감정을 표현해 내기 위해 촬영 전부터 나는 감정을 최고치로 끌어서 연기에 집중했다. 이 인물의 감정에는 기승전결이 없고 항상 치고 나가는 감정이다. 이 감정을 끌어내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한편으로는 나의 부족함을 느낀 인물이었다”며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한공주’로 등장해 제 35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제 51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신인연기상을 수상하며 충무로에서 집중하는 배우 천우희가 이번에는 ‘우상’으로 영화계를 뒤흔들 예정이다.

천우희는 극 중 중식의 아들이 사고를 당한 그 날, 사고 현장에 함께 있다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여인 최련화로 완벽하게 분했다. 설경구가 “최련화 역에 딱 천우희가 생각났다”라고 말할 정도로 천우희가 아닌 최련화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가장 낮은 계급에 있지만 가장 강렬함을 보여주는 최련화를 연기하면서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고.

그는 “‘우상’은 내 한계를 느낀 작품이다. 련화라는 캐릭터가 극 중에서도 본인의 입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입을 통해 설명된다. 나에게도 그랬다. 그래서 련화라는 캐릭터에 대해 상상을 하고 구성해나갔다. 전작들에서 강한 캐릭터를 만히 해봤기 때문에 이번에도 잘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중국 사투리를 구사하거나 외형적인 변화를 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그보다 외부적으로 차단되고 련화라는 독특한 캐릭터의 심리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한석규는 영화를 보고 오히려 관객들에게 묻고 싶다고 했다. 당신의 우상은 무엇인가? 이 영화는 개개인이 맹목적으로 믿고 신뢰하는 것들에 대해 의구심을 던진다.

‘나무, 돌 쇠붙이, 흙 따위로 만든 신불이나 사람의 형상’, ‘신처럼 숭배의 대상이 되는 물건이나 사람’, ‘기독교 하나님 이외에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신의 형상’, ‘철학 선입견적인 오견’ 사전적인 우상의 정의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당신은 한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치밀하고 집요한 영화 요소들의 실타래를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수수께끼 같은 영화이기 때문에. 오는 20일 개봉.

김혜린기자 gpfls0828@